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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기회를…소비적복지에서 생산적복지로
청년에게 기회를…소비적복지에서 생산적복지로
  • 류인경
  • 승인 2021.10.04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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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류인경 전 서울여대 외래교수

 

류인경 전 서울여대 외래교수

사회복지정책과 임상사회사업을 전공한 저에게 최근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은 SKY 대학 출신의 젊은 청년이 고민을 의뢰했습니다. 그 청년은 아이디어도 많고 청년창업지원금도 받았지만 2차 펀딩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쓸 수가 없었고, 같이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과의 의견차이도 좁힐 수가 없어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 청년은 부족한 사업경험과 이론적 배경을 메우기 위해 거짓말로 포장을 하려고 하니 매우 두려워서 심리적 압박이 심했고, 제안서를 포장해서 쓰자는 동료와의 마찰로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 청년이 받은 펀드는 지원사업의 성격과 내용에 모든 프로세스를 맞춰야 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아서 사업을 하려면 제안서 전체를 포장해야 했고, 2차 펀드를 받으려니 1차 펀드와 성격이 맞지 않았고 억지로 끼워 맞춰 보려고 애를 써도 해답이 보이지 않으니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겁니다. 

정부는 매해 분기별로 사업 분야와 사업성격을 정해놓고 주어진 틀 안에서 청년창업지원금을 풀고 있고 2020년 1조4천517억 원을 배정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원의 성격이 매우 소비적인 형태여서 실질적인 매출과 사업의 지속성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창업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청년도 정보를 가지고 있고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일부 능력자에게 혜택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결국, 지원금을 받는 청년은 소수에 한정될 수밖에 없고, 사업자가 계속 여러 가지 방법으로 중복 수혜를 받을 수 있으며, 받아도 빠른 시간에 소비되는 매우 기형적인 형태의 지원인 셈입니다.

청년창업을 성공적으로 스타트하고 있는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ICT 사업을 사회적기업 게임으로 풀어낸 이예석 대표, 초기창업자들에게 부족한 인력을 스케줄 관리 프로그램 어플로 극복하게 한 이준영 대표와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서부터 시작해 강남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O2O마케팅을 하고 있는 하혜림 대표 등은 참신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청년창업가들입니다. 청년들을 일컬어 삼포세대라고 자조하지만 여전히 노력하고 뚫고나가려는 사람은 있고, 그런 사람에게 기회는 반드시 주어집니다.

최저시급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십년 뒤 이십년 뒤를 준비할 수 없게, 선심성 용돈을 지원하고 배달이나 패킹 같은 최저시급 노동으로 내몰려고 하는 정책은 바뀌어야합니다. 이주노동자들도 목돈을 마련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청년도 3~5년 막노동을 하면 몸이 망가져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들도 아프고 병이 듭니다. 최근 1인 가구 청년들의 고독사가 늘어나는 현실로 안타깝게도 그 우려가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최저시급이 아닌 중간급여를 받아 중산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산적복지 시스템을 기획하고 그런 일자리를 창출해야합니다.

MZ세대는 핵가족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맞벌이 가정의 아동으로 학원을 돌다가 집에 돌아가야 하는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IMF와 금융위기를 통해 부모가 일터에서 어떻게 쓰이고 버려졌는지를 목격하고 성장했습니다. 정서적으로 지지해줄 대가족의 온화함과 평생직장의 비전을 가져보지 못했던 겁니다. 

향후 30~40년간 1~3차 베이비부머들인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10~20년 뒤 노인인구를 부양할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 사회의 지속 성장과 노인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틀과 규격에 맞춰 청년들을 성장시키려 하지 말고,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시행착오를 통해서 배울 수 있도록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주세요. 소비적복지 지원이 아닌 생산적복지 시스템의 기회가 청년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류인경 전 서울여대 외래교수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원과 기초교육원에서 강사를 지냈다. 이화여대에서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치유와돌봄(care&cure)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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