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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열린 자민당, 새로운 일본’은 가능한가?
[글로컬 오디세이] ‘열린 자민당, 새로운 일본’은 가능한가?
  • 오승희
  • 승인 2021.09.30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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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자민당 총재 선거 관전기
글로컬 오디세이_오승희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
지난 29일 실시된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이 당선 확정 후 동료 의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의무봉(天衣無縫),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완전함을 추구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세)가 제27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었다. 여론조사에서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상이 다소 앞설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과반수를 확보해야 하는 일본의 총재 선출 방식을 활용한 ‘고노 대 기시다의 결선투표’ 전략이 유효했다. 1차 선거에서 256표를 얻어 1표 차이로 1위로 통과하고, 결선투표에서 전체 429표 중 257표를 획득하였다. 결선투표시 기시다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단일화하기로 하면서 호소다파, 아소파, 다케시타파 표까지 흡수한 기시다가 승리를 거두었다. 10월 4일 임시국회에서 지명선거를 거쳐 제100대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아베-아소 영향력 속 고치카이의 아이덴티티를 살려낼까?

기시다는 1년 전 총재 보궐선거에도 입후보했었다. 당시에는 봄처럼 부드러운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는 춘풍접인(春風接人)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를 지지하면서 결국 377대 89로 패배했다. 스가 내각은 74%의 높은 지지율로 출발했으나 26%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물러나게 되었다.

춘풍접인과 천의무봉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기시다 총재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온건보수 성향의 ‘비둘기파’로 평가받고 있다. 기시다는 아베 내각에서 최장수 외상(2012.12~2017.08)을 역임했고, 짧지만 방위상(2017.07~2017.08)도 겸임하며 아베 내각의 외교 안보 정책을 담당했다. 또한 자민당 정조회장(2017.8~2020.9)으로서 아베 정권의 외교기조를 유지해나가는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기시다가 2012년부터 회장으로 있는 고치카이(宏池会)는 1957년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를 후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자민당 내 파벌이다. 요시다 노선을 계승한 보수 본류로 오히라(大平正芳), 미야자와(宮澤喜一) 등의 총리를 배출하며 미일관계를 강화하면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도 중시해왔다. 기시다는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하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으며, 특히 중일관계 개선에 힘써 ‘새로운 시대의 중일관계’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중일관계 개선 움직임이 멈추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이 구체화되며 중국 견제의 국제질서 재편이 나타나고 있다. 기시다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일-인-호를 연결하는 민주주의 동맹 네트워크를 중시하면서 대만, 홍콩, 위구르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어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과는 2015년 합의 준수를 강조하며 한국 측에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핵, 미사일 개발의 완전한 포기와 모든 납치피해자의 즉시일괄 귀국을 목표로 하며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방위력을 강화하고 개헌을 추진하며 각종 제도개혁과 법제개혁을 이루어나가는 등 새로운 자본주의와 새로운 일본으로의 변화도 ‘약속’하고 있다.

새로운 일본을 향한 점진적 변화 가능할까?

이번 선거에서는 파벌 역학 구도 속에서도 파벌정치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일부 나타났다. 특히 중의원 3선 이하 젊은 의원들이 당풍일신회(党風一新の会)를 결성해 당개혁과 운영방침의 변화를 요구했다. 파벌투표가 아닌 개별투표를 가능하게 해 1차 투표에서 아소파와 호소다 파가 각각 고노와 다카이치가 아닌 기시다를 선택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실상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교체를 의미하는 자민당 임원 임기의 ‘1기 1년, 연속 3기’ 공약은 자민당의 세대교체와 변화 요구로도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 거버넌스 개혁이 파벌 역학과 함께 맞물려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강력했던 파벌 정치의 선거 공학과 자민당만의 축제처럼 느껴지는 총리선출 과정은 일본 민주주의의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낸다. 때문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자민당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시다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소중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다함께 돕는 사회를 지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시다 정권이 지지받은 파벌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고노 지지자들의 목소리, 여성과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았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의 정책들, 자민당 외부의 목소리 등 다양한 소수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 일본 국민의 뜻을 대표하기를 바란다. 패전의 아픔을 오롯이 안은 히로시마 지역구의 세습정치인인 기시다는 역사적인 ‘제100대’ 총리가 되었다. 그의 당선 소감대로 ‘열린 자민당, 밝은 일본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인가.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일본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글로벌 외교를 지향하는 국가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오승희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
이화여대에서 정치학과 동아시아학을 공부하고,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분야는 중일관계, 일본 외교정책이며, 주요 연구로 「과거사를 둘러싼 인정투쟁」(2021), 「한국 젊은층의 일본관 변화와 문화적 요인 분석」(2020), 「아베 정권의 아시아 네트워크 외교」(2019), 『전후 중일관계 70년』(공저, 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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