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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교육부, 대학 통제 발상 버려라
대학정론: 교육부, 대학 통제 발상 버려라
  • 윤정일 논설위원
  • 승인 200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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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긍정적 사고에 의해 발전하지 부정적 사고에 의해 발전하지 않으며, 국가 경쟁력은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향상되지 강요된 평등에 의해 향상되지 않는다. 학문공동체인 대학은 자율적인 운영이 보장되어야 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의 통제와 간섭을 받을 경우에는 발전을 위한 자생력을 상실하게 된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경쟁과 협력을 바탕으로 수월성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헌법 31조에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로써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내세우고, 국회가 이를 법제화하려고 하는 소위 말하는 “3불정책”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절대로 실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립대는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해야지 직선제로 할 경우에는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를 위탁관리한다는 법령이 국회 통과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예산을 가지고 대학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방침에 순종하는 대학에 대하여는 재정을 지원하고, 순종치 않는 대학에 대하여는 재정을 지원치 않고 있다.

정부가 진실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15개 정도 만들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3불정책”을 완전 폐기하고, 총장선출을 어떻게 하던 대학에 일임하고, 재정을 가지고 대학을 통제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재정은 지원하되 통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선진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재정지원의 기본원칙이다. 사람에게 人格이 있듯이 대학에는 大學格이 있고, 국가에는 國格이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대학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정부의 품위와 신뢰를 손상시키는 정책을 강요하지 말라. 부종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대입 3불정책 법제화 필요없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이유를 “대학이 고교등급제나 기여입학제를 도입할 경우 소송 때문에 견디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 “학생 선발권은 대학에 부여해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도 대학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야 할 것이다.

우수한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는 노력과 좋은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노력은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고교 내신성적이 변별력이 없고, 수능성적마저 변별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학이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겠는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자료를 가지고 학생을 선발하면 복권추첨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능력에 따라 선발되기 보다는 요행이나 운에 따라 선발된다. 학생이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이다. 대학을 평준화하고자 하는 것은 기업을 평준화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발상이며, 국가 경쟁력을 대폭 감축시키는 것이다.

윤정일 / 서울대,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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