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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양극화 짚다
한국사회의 양극화 짚다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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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계간지 여름호 리뷰

계간지 여름호들이 양극화의 늪에 빠진 한국사회를 되돌아보고 해법을 제시한다.
‘황해문화’의 ‘광복 60년, 오늘의 한국이 선 자리, 갈 길’이라는 특집에서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는 “박정희 시대의 재벌생산이 ‘사회의 계급적 분화’를 일으켰고, 이는 정책 실시에 있어 사회적 합의에 장애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홍 교수는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사회의 발전과 위기를 통해 현사회의 교착상황을 읽고, 기존사회의 통념을 소크라테스식 반어를 이용하여 드러냈다.

뒤이은 세편의 글은 정부와 진보세력, 그리고 정당이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라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진보운동의 심각한 위기로 “신자유주의 속에서 노동운동의 주체들이 실리추구에 묻혀 조직화되지 못하고 약화된 점, 대중정치 활성화보다는 제도정치를 수렴하려는 민주노동당이 소부르주아층에 의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윤 교수는  “과거 모순이 약화되는 이유는 사회의 원심력적 분화에 의해서 저항의 힘이 결집되지 못하고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손호철 서강대 교수(정치학)는 ‘한노연을 넘어서 노노연으로’에서 노무현 정권이 민주개혁에 있어서는 진보와 연대하고, 신자유주의 개혁에서는 한나라당, 보수언론과 연대한다며, 사회적 양극화의 근원이 신자유주의의 개혁(개악)에 있으므로 노무현 후기 정권은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복원시켜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해문화’가 양극화 문제를 사회과학의 이구동성으로 단조로운 편이라면 ‘시민과 세계’는 경영학자와 정부, 노동, 복지전문가 등의 삼지창을 사용해 다면적이고 미시적으로 접근했다.

‘시민과 세계’는 ‘위기 이후의 위기’라는 주제기획을 통해 총 9편 논문을 실었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농업, 교육, 토지와 주거, 의료, 기간산업과 기초산업 등의 분야에 시장독재를 제한해서 민중생존과 삶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주도하에서 수출주도의 성장모델을 시급히 고쳐야 함을 경고했다.

이정우 대통령 정책기획위원장은 ‘양극화냐 동반성장이냐?’라는 글을 통해 참여정부의 동반성장정책으로 혁신성장을 위한 동력 강화와 자산의 분배개선, 그리고 참여복지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내세웠다. 이 위원장은 특히 부동산 정책을 보유세 강화, 주택공급 확대, 부동산관련 실태 파악을 통해서 자산분배를 막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글은 ‘역사비평’에 실린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학)의 글과 현저히 대비된다. 전 교수는 참여정부가 조세저항을 염려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기준을 처음보다 높여서 과세 대상자를 대폭 축소시켜 개편했고, 각 과표 구간의 세율을 최대한 낮춘 점, 그리고 행정수도를 이전하여 또 다른 ‘불로소득’을 발생시켜 지방과 서울의 격차를 해소하려한다고 꼬집었다.

계간지 여름호가 한국사회 양극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부가 세계화의 기조에 편승하여 ‘발전’을 택했다는 점, 진보정당이 탈계급화했다는 점, 노동운동 주체가 분화됐다는 점 등의 문제로 일관되게 파악하고 있다.

대체로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치밀하게 분석한 노력이 돋보였지만 양극화 현상 심화에 대한 논자들의 해법이 동반성장과 타협이라는 모호한 절충주의적 사유로 흐르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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