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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과거제도' 연구 활성화 조짐
동향: '과거제도' 연구 활성화 조짐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6.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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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안지 분석 시급"...'제도'를 넘어 문화사로

과거제도, 과거시험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오랜 연구가 단행본으로 종합되고, 또 새로운 사료들에 대한 번역과 해독이 한창이다. 과거시험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던 분야에서도 이 쪽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성과로는 허흥식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고려의 과거제도’(일조각 刊)다. 저자의 20년간 결산물이다. 조선 개국을 둘러싼 과거 급제자들의 상반된 대응 등이 살펴지는데 특히 1377년 국자감시 동년록을 참조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 고려 과거제 연구는 음서와 과거를 비교한 김의규 전 동덕여대 교수, 박용운 고려대 교수와 음서의 제도적 측면을 살펴본 김용선 한림대 교수, 과거 운영과 변천에 대해 연구해온 유호석 전북대 강사 등이 있다.

조선시대 연구를 30년간 해오며 ‘한국의 과거제도’(한국학술정보 刊) 등을 펴낸 이성무 前 중앙연 교수는 조선시대 과거연구의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물론 그 전 세대로 故 조좌호 성균관대 교수의 연구성과를 빼놓을 순 없다. ‘경국대전’을 통해 급제자의 관직 제수 규정을 검토한 것에서부터 18, 9세기 문과의 제도개혁에 대한 연구, 나아가 榜目 분석을 통한 급제자의 지위, 가문, 연령 등의 분석 연구가 진행돼왔다. 지난해 나온 이원명 서울여대 교수의 ‘조선시대 문과급제자 연구’(국학자료원 刊)가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조선 과거제도 연구는 “제도 연구에 치우쳐 있다”라는 비판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차미희 이화여대 연구원은 “사학계의 연구가 거시적 연구를 편중되게 다뤄온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과제로 “답안지 분석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한다. 지난 1997년 지두환 국민대 교수가 ‘명문명답으로 읽는 조선과거실록’(동연 刊)을 펴내며 과거시험 답안지를 분석한 바 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이 작업이 만만치는 않다. 당시 사서오경을 통달한 이들이 쓴 답안이므로 현재 연구자들도 사서오경을 통달해야만 분석할 수 있는 것. 때문에 차 씨는 “한문학자들과의 학제간 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조선 과거연구는 “문과제도 연구에만 치우쳐 있다”라는 비판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나경일 서울대 교수의 ‘무과총요’(서울대출판부 刊)는 새로운 개척자다. 나 교수는 “무과제도의 구체적인 시행을 밝히는 미시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라며 차별성을 강조한다.

‘무과총요’는 조선시대 이민묵이라는 이가 당시 무과시험제도에 대한 법적 내용뿐만 아니라 합격자 명부, 시험관의 행동, 지필묵은 어떻게 준비할 것이며, 수험생들은 어떻게 행동해야하는 지에 대해 총괄적으로 기록해놓은 지침서다. 무과를 연구하는 이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심승보 한국체대 교수, 이진수 한양대 교수, 정해은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정도이며, 미시적인 접근은 거의 없다. 나 교수 역시 ‘한문해독’을 장벽으로 꼽으며, “동양사나 한국사 전공자들과의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한문학 쪽의 과거제 연구는 1980년대 조종업 충남대 명예교수의 논문 한두 편이 나오긴 했다. 그러나 초보적인 연구수준에서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한시 전공자인 황위주 경북대 교수는 “지금까지 제도연구에 치우쳤던 사학계의 연구들은 어떻게 보면 껍데기 연구라고도 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당시의 문화풍토의 실체와 문학적 연계성을 밝히는 데 과거시험 연구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한다. 현재 과거시험 답안지 수천 점을 모은 황 교수는 곧 답안지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

국문학계에서는 김태준 前 동국대 교수의 연구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과거제도와 동아시아 문학이 사회사’라는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전후로 국문학계의 과거시험연구는 없는 실정. 김 교수는 “고전문학 쪽에서는 사회사적 관심이 매우 적기 때문에 과거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김 교수 역시 한문학계의 문제제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고전문학 전공자들이 과거 시험연구를 통해 당시의 문화풍토 등을 파악해나가는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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