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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맞설 정책 대안은 없나
초점: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맞설 정책 대안은 없나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6.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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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단체들 연이은 토론회…알맹이는 없고 주장만 난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대응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교수단체, 교육위원회 국회의원들의 토론회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상임회장 김세균, 서울대 정치학과 이하 민교협)과 (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박원주, 영남대 전기공학과 이하 사교련)이 각각 ‘대학구조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데 이어,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김상곤, 한신대 경영학과 이하 교수노조)를 포함한 교수단체연대, 민주노동당 최순영 국회의원 등도 앞다퉈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

지난 5월 30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교협, 교수노조,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5·31 교육개혁안 10년, 한국교육의 오늘과 내일’ 토론회는 이들 토론회들의 종합 결산편이었다.

주요 교수단체들이 참여한 데다 애초 5.31 교육개혁안 10년을 뒤돌아보고 현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대한 통찰,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수단체들의 연이은 토론회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대응할 만한 담론을 형성, 정책 대안으로 거듭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학 고등교육과 초중등교육 두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 이번 토론회는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추진된 5·31 교육개혁안이 현재 한국교육에 미친 영향에 대해 분석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첫 번째 주제발표였던 ‘대학, 고등교육 그리고 학술연구 제도의 혁신을 위한 종합적 정책 방향’의 경우, 토론회 취지와는 달리 △직업전문교육의 체제 재편 △국립학술연구원 설립 등만이 주장돼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안의 모태를 5.31 교육개혁안으로 볼 때, 이후 ‘대학경쟁력 강화방안’으로 구체화 된 △대학교육의 외국교육기관에 개방 △국립대 법인화 △학부제 도입 △교수계약제와 연봉제 등 주요 교육정책들에 대한 고찰없이 발표자의 관심사를 늘어놓는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발표 주제는 국립대와 사립대 구조개혁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주장해 왔던 정진상 경상대 교수(사회학과)와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이 각각 발표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진상 경상대 교수는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통합과 관련해 “교수들의 반발로 실패할 것을 예상하고 대학 구조개혁 실패의 책임을 교수들에게 전가하려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해 토론자로 나선 류혜숙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추진단 팀장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생산적 토론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정 교수는 교육부의 구조개혁 방안을 크게 “정원감축과 통폐합으로 몸집 줄이기와 국립대 독립법인화”라고 정리하고 “교육부가 정책 시행이 쉬운 국립대 정원감축을 통해 사립대학의 정원감축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국립대 재정운용의 자율성, 효율성 및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부족한 국립대 재정에 대한 추가 지원없이 독립 채산제를 시행하면 국립대는 일종의 공기업으로 변모하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교육부의 국립대 구조개혁안에 대한 대안으로 “대학서열체제 혁파를 통해 대학을 평준화해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으나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정책 대안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담론을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구체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올 12월까지 법안 마련과 예산 편성 등에 대한 시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사립대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김상곤 교수노조 위원장이 발제자로 나서 지금까지 교수노조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던 사립대 구조개혁안에 대한 총괄적 의견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사학위기의 본질은 신입생 충원율을 몇 % 못 채웠느냐로 판단될 것이 아니라, 사학비리와 부정부패, 교육의 질 등을 두루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라며 교육부가 신입생 미충원율에 따라 지방 사립대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지난 5월 16일 열린 ‘부실 사립대 청산, 올바른 원칙과 방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이 지적한 “사학청산법으로 부실대학을 청산하는 것은 미충원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지방대에 대한 차별일 뿐 사립대 개혁이나 경쟁력 강화와는 무관하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간 신입생 미충원율에 따른 입학정원 감소와 관련해서는 ‘수도권 위주 또는 일률적 정원감축’과 ‘입학 정원 외 선발 인원을 입학 정원 내로 편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나 정책 대안으로 부상하지는 못했었다. 또, 입학 정원 외를 정원 내로 편입시키는 방안은 허수 조정으로 미충원율이 감소한 것으로 보일 뿐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수단체들의 연이은 토론회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자리가 됐지만, 정책 대안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지난한 구체화 과정이 필요할 전망이다. 교수노조는 이와 관련해 “올해 안에 정책연구소를 설립해 교육부를 비판하는 것뿐만 아니라 올바른 대안을 생산해내겠다”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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