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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한국신화에 관한 두권의 책
화제의 책_한국신화에 관한 두권의 책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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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통해 살펴본 민족 미의식과 상상력

『한국신화』 김익두 지음| 한국문화사 刊| 385쪽| 2005
『한국의 신화』 나경수 지음| 한얼미디어 刊| 408쪽| 2005

최근 두 교수의 한국신화에 관한 연구물들이 나왔다. ‘신화 붐’이 일어난 지는 꽤 됐지만, 서양신화를 비판하고 한국신화를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는 연구들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신화’는 신화연구를 처음 접하는 이라도 흥미롭게 접할 있게 신화의 중요성을 잘 각인시켜 주면서, 신화의 개념접근부터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신화접근에 대한 반전이 필요하다”라면서, 한국신화를 “우리민족이 창작했던 설화의 하나로서 민족의 집단적 무의식이 투사된 민족문학”이라고 정의한다. 왜 문학인가? 신화에 등장하는 신은 단지 인간에 의해 탄생한 피조물이듯이, 신화 역시 상징이며 허구란 점에서 ‘문학’이라는 것. 이 책은 한국신화에 관해 건국신화류의 문헌신화를 살피는 것뿐만 아니라, 구비문학 전공자로서 남매혼신화, 송정전설, ‘송대장군가’와 같은 구비설화들을 넘나들며 한국인의 세계관과 미의식, 상상력을 새롭게 탐구한다. “신화는 민족의 역사요, 학문이요, 종교요, 또한 예술”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민족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텍스트’로서 신화를 다시 읽을 것을 촉구한다.

‘한국신화’가 기존 신화연구들에 가하는 비판은 매섭다. 우선 일제시대 학자들이 세워놓은 ‘무속신화’ 중심의 패러다임이 도마에 오른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류의 연구는 “우리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한 제국주의 패러다임”일 뿐이라는 것. 저자는 무속신화는 기록되기 시작한 역사가 1백년도 채 안되는 것으로 왜곡과 변이가 많다고 지적한다.

무속신화 계통의 구전신화와 ‘삼국유사’ 중심의 문헌신화들을 적당히 뒤섞어 놓은 연구들 역시 비판을 비껴가지 못한다. 특히 무속신화 중심의 한국신화 패러다임을 동아시아 신화들과 비교연구하고 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하는데, “이런 연구가 자칫 보편주의라는 가치 아래 민족적 정체성을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화연구의 중심축은 어떻게 설정돼야 할까.

저자는 1천여년의 기록역사를 지닌 ‘단군신화’를 신화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은 사방에 흩어져 전해오던 한국신화들을 전부 모아 ‘단군신화’를 중심으로 일관된 체계로 정리했는데, 그런 점에서 여타 연구들과 구별된다. 참조한 자료들도 다양하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동명왕편’, ‘조선신가유편’에서 한국신화의 원류를 끌어낸 건 주류 연구와 다를 바 없지만, 그간 실증주의 사학자들에 의해 ‘위서’로 낙인찍혀 왔던 ‘환단고기’, ‘규원사화’, ‘부도지’ 등도 주요하게 다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역사적 ‘사실’은 아닐지라도 민족의 거대담론으로 보는 데는 무리가 없겠다는 판단에서 이들을 새롭게 포함시켰던 것이다. 오랜 문헌신화(기록신화)를 “더 원형적이고 고형적인 것”들로 간주하는 저자는 구전신화류는 ‘주변’으로서 혹은 ‘변이형’으로서 연구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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