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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인문학이 만나 비판적 사고를 넓히다
공학과 인문학이 만나 비판적 사고를 넓히다
  • 강일구
  • 승인 2021.09.28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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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와 기술 습득 우선시하는 공학교육
과정 중심 교육이 비판적 사고를 키운다

우리 사회에서 중등교육을 거친 학생에게 비판적 사고 역량을 기대하기란 힘든 게 사실이다. 대학입시 중심의 중등교육에서, 주입식 학습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대학교육 과정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비판적 사고 교육’ 항목에서, 우리나라가 141개국 중 82위를 한 것은 대학 내 보이지 않는 혼란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비판적 사고에 대한 학생들의 혼란은 특히 공학교육에서 심화될 수 있다. 공학의 학문적 특성은 산업적 결과를 내는 데 집중돼 있다. 학습량도 많다. 비판적 사고 경험이 없는 학생이 대학에서 강도 높은 학습과 결과가 중시되는 교육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경험하지 못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발휘하려 노력하기보다 관성대로 사고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공학도를 위한 비판적 사고 교육』의 책임 편집을 맡은 한국공학교육학회 내 비판적사고교육연구회 회장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학부)는 <교수신문>과의 13일 인터뷰에서 “비판적 사고는 분석적인 요소와 기준들을 모두 따지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현실 속 공대생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인지하고 보충할 기회가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비판적 사고 합일점 찾아, 전공 교환해 공부해 

'한국공학교육학회'의 비판적사고교육연구회와 숙명여대 교양교육연구소가 2018년 4월 6일 공동 주최한 "제 2회 비판적사고교육콜로키움"  사진=황영미
'한국공학교육학회'의 비판적사고교육연구회와 숙명여대 교양교육연구소가 2018년 4월 6일 공동 주최한 "제 2회 비판적사고교육콜로키움" 사진=황영미

공학계가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은 미국공학교육인증원(ABET)이 제시한 공학교육 인증기준을 근거로 인증 프로그램을 2005년에 만들고 이를 꾸준히 재정비하며 공대생들의 사고 자극을 위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나왔다.

황 교수는 한국공학교육학회의 ‘비판적사고교육연구회’에서 공대 교수를 만났을 때 비판적 사고에 대한 상호간 생각이 너무 달랐다고 기억한다. 공대 교수들은 “새롭게 제품을 만드는 과정 안에 비판적 사고가 녹아있다”고 이야기한 것을 떠올렸다. 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회 인문학자들은 “제품이 왜 필요한지부터 따져, 제품을 만들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까지 평가하는 것”을 비판적 사고의 예로 들었다. 비판적 사고를 정의하는 데 공학과 인문학의 접근법이 완전히 다른 것일까. 4년이란 시간 동안 서로의 학문을 공부하며 황 교수가 내린 결론은 ‘우선순위의 차이’였다. “결과가 중시되고 기술 습득과 전수가 우선되는 공학과,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볼 수 있어야 하는 인문학 간에는 사고 과정의 정교화에 차이가 있었다”라고 황 교수는 말했다.

그렇다고 공대생에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는 합의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비판적사고교육연구회’에서 4년 동안 진행했던 세미나는 인문학자가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와 공학자가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의 교집합을 넓힌 계기가 됐다. 공대에서 진행하는 계란 낙하 실험, 고기능 소형 로켓 소방차 개발 등의 사례를 통해, 위원들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가 어떤 부분에서 발현될 수 있는지를 찾고 체계화했다. 나아가, 설계 과정에서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 했는지 여부를 교수가 확인할 수 있게 평가 루브릭을 위원들이 직접 만들기도 했다.

연구회 위원들이 공대생의 비판적 사고 향상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기존 커리큘럼 안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다. 많은 공대생이 수강하는 ‘공학 설계’는 위원들의 고민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교과목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학생들이 과정의 고민을 건너뛰게 두지 않고, 과정 중심의 생각을 강도 높게 하도록 유도하는 교수법을 위원들은 고안했다. 황 교수는 “학생들이 지식정보 학습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사고 과정을 요소와 기준에 의해 정교하게 자르고 반성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하나의 수업에서 강도 높은 비판적 사고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학문하는 방법을 익혀 전공 교과목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학부)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기초교양학부)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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