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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비평_최고 번역본을 찾아서 (1)공자의 論語
고전번역비평_최고 번역본을 찾아서 (1)공자의 論語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5.31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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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연구회>와 <유교문화연구소> 역본 최다 추천

믿고 읽을 만한 번역본을 선별해주는 것이 전문가들에게주어진 과제 중의 과제이다. 특히 공자의 論語는 1백종이 넘는 번역본이 있어 일반인이 고르기가 쉽지 않다. 논어는 번역의 역사가 깊고 그 수준도 다른 고전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강재 서울대 교수는 “이제 논어번역은 원문의 충실성은 기본이고, 얼마나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전달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생 수준에서 읽기 좋은 논어 번역본을 추천해달라”며 관련 전공 교수 3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논어 번역은 연구사를 얼마나 섭렵했느냐, 주희의 역주가 있느냐 없느냐, 창조적 번역의 정도에 있어서 지나치는 면은 없는지, 본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해제가 있는지 등을 골고루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설문 응답자들은 각각의 책들이 이 중 한두가지를 만족할 뿐, 완벽한 번역본은 아직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설문에서는 동양연구회가 번역한 ‘논어’와 유교문화연구소가 번역한 ‘논어’가 각각 6명의 추천을 받아 가장 신뢰할만한 번역본으로 드러났다. 


둘다 올해 출간된 것으로 여러 연구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공동번역한 것이며, 현대어로 재번역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동양고전연구회가 옮긴 것은 유건종 교수를 중심으로 고려대 출신 학자들의 작업으로 “고어적 표현이나 어색한 표현을 많이 완화시켰다”, “교양적 수준에서 쉽게 읽힌다”, “기존 번역본들이 지닌 장점을 두루 참조해 오역이 최소화했다”, “현대 사상가들의 주석을 참조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 번역본은 9명의 연구자들이 격주 토요일마다 모여 강독하고 옮긴 지 9년여 만에 내놓은 결과물로 전문성에 있어서도 그 수준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추천자들은 말한다.

9년의 되씹음 거쳐 성과 얻었다
유교문화연구소가 옮긴 책은 논어의 ‘언해본’을 바탕으로 작업했는데 가장 정통적인 번역으로 꼽힌다. 이 책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모토를 내걸었는데, 공동번역자들은  일제 때 단절된 조선시대 경전읽기로 다시 돌아가는 마음으로 원전의 고전적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추천 교수들은 “현대적인 표현으로 고쳤으면서도 한문도 적절히 써 고전의 장중한 맛이 살아있다”, “읽기 쉽다” 등을 추천의 이유로 꼽았다. 특히 동양고전을 한 단계 더 들어가서 보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된다.


그 다음 총 5명이 추천한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의 번역은 老 대가다운 면모를 여실히 발휘하고 있다. 김학주 교수는 1970년대부터 동양고전을 선두에서 번역하면서 고전부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활약했다. 김 교수는 현직에서 퇴직한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예전의 번역본들을 꼼꼼히 재검토한 전면 개정판을 계속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끈 바 있다. “쉽게 풀어 썼으면서도 전문가들끼리의 논쟁거리를 충분히 던져준다”, “이만큼 탁월한 해제를 보기 어렵다”라는 게 교수들의 평이다. “번역에 있어서 학자적 양심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란 말이 따라다니는데, 이미 관용어처럼 굳어져서 형식적으로 해석하고 넘어갈 수 있는 어구들도 더욱더 정확히 풀이해놓았기 때문.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의 번역작업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 교수는 ‘논어강설’ 외에도 ‘대학·중용 강설’, ‘노자’, ‘장자’, ‘맹자강설’ 등 수권의 동양고전을 섭렵해 역해서를 내놓고 있어 일가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역본이 네 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는데, 이유는 무엇보다 “역자해설에서 본문의 내용을 주변의 현상과 견주면서 풀이하고 있어 이해를 쉽게 돕는다”라는 것인데, 이는 전문성이 탁월하기에 가능했다는 평들이다. 현대어로 번역된 건 물론이다.

참신함과 날카로움-배병삼·황희경
김학주·이기동 교수의 번역은 주희의 주석을 중심으로 해석을 했기 때문에 “공자보다는 주희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많았는데, 이는 한편으로는 정통적인 흐름 속에서의 논어를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늘 듣던 얘기인지라 깊이 음미하지 않으면 자칫 고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도련 교수가 번역한 ‘논어-주주금석’은 주자의 영향에서 탈피해서 논어를 보려는 가장 선구적인 시도이다. “문맥을 정확히 살피는 데 중점을 두고 자구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경박하게 주희를 다 쳐내지 않으면서, 정약용의 조선적 글읽기를 참조해 잘 번역했다”는 추천을 받았다.


황희경 교수의 번역은 3명에게 추천받았는데, 그의 번역은 “새로운 시각, 날카로운 해석, 장중한 사상적 깊이”로 특징지을 수 있다. 노신, 김근목, 이택후 등 중국 현대사상가들의 논어 주석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것.

그리고 앞의 문맥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중간중간 “번역자의 사상이 번득인다”라는 게 추천자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배병삼 교수의 번역은 ‘튀는 번역’이라고 해 정통유학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오역 없이 원전과 주석을 널리 활용해서 잘 번역했다는 추천을 3명에게 받았다. 무엇보다 한글세대를 위해 완전히 한글로 번역했다는 점, 또한 사회과학자로서의 안목을 곁들였다는 평이다. “오늘날의 문제의식과 잘 연결되도록 논어를 해석했다”라고 전문가들은 견해를 밝힌다. 김형찬 교수의 번역 또한 3표를 얻었다. 그는 기자 출신이면서 동양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의외로 많은 교수들이 추천하고 싶은 번역본이라고 밝혔다. “문장이 고답적이지 않고 일상적인 친근감이 있다”, “젊은 감각에 맞는 언어를 선택했다”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성백효 번역본-극과 극의 평가
사실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건 성백효 역이다. 주희의 주를 가장 먼저 한글로 번역했고, 문법에 따라서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옮겼기 때문이다. 이번 선정작업에서도 7명 정도가 다른 책을 추천하면서도, 말꼬리에서 성백효 번역이 “가장 정확하고 해제, 주석, 원문, 번역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고어투가 너무나 많다”라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번역본을 갖고 학부생에게 강의해본 여러 교수들은 이번 추천의 변에서 “성백효 역을 대부분 학생들이 어려워 한다”라고 말했는데, 만약 논어도 읽고 한문도 정식으로 배우기 위한 것이라면 이 책이 괜찮다는 의견도 3건이나 있었다.


그 외에 박기봉 교수 번역도 2명에게 추천됐는데 “완역이 아니고, 직역도 아니지만 책이 작고 맹자도 함께 언급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며 편하게 읽기에 좋다”라는 게 추천의 이유다. 그 외에 단수 추천된 책으로는 이을호 역, 황갑연 역, 윤재근 역, 김종무 역, 남희근 역, 이우재 역(이상 교수) 등이 있었다.


추천자들은 학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배경으로 해서 논어를 읽은 에세이 류를 추천하기도 했는데, 삶 속에 반추된 논어야 말로 ‘진짜배기’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 쪽으로는 남희근·이우재·안병욱 교수 등의 책이 읽어볼 만하다고 추천되었다.


이번 취재결과 또한 “번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역본들도 있었다. 공자의 논어 자체를 현대적으로 번역시도한 경우 자의적인 해석이 많아도 이에 대해서 쉽게 비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원본과 대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서집주를 번역한 경우는 원본과 곧바로 대조되기에 명백하게 오류들이 드러난다. 김동길·허호구 교수 역은 “다산의 논어고금주를 번역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오역들이 너무 눈에 많이 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후수 교수가 옮긴 ‘주희가 집주한 논어’(장락 刊, 2000) 역시 “명백한 오역들이 많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류종목 교수가 옮긴 ‘논어의 문법적 이해’(문학과지성사 刊, 2000)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지만, 여러모로 자의적이고 무리한 해석이 많다”라는 평을 얻었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추천교수 명단
곽신환 숭실대(한국유가철학), 권정안 공주대(동양철학), 김기현 전남대(동양철학), 김병채 한양대(중국철학), 김영호 영산대(유교철학), 남상호 강원대(중국철학), 박경환 한국국학진흥원(동양철학), 배병삼 영산대(정치사상), 송석준 공주대(한국철학), 송인창 대전대(동양철학), 안재순 강원대(동양철학), 이강재 서울대(중국어사), 이동희 계명대(한국유가철학), 이봉규 인하대(동양철학), 이상익 영산대(유교철학), 이상훈 단국대(유교철학), 이애희 강원대(동양철학), 이천승 성균관대(한국유가철학), 임종욱 청주대(국문학), 장숙필 고려대(한국유가철학), 장현근 용인대(동양정치사상), 정상봉 건국대(동양철학), 조광호 영산대(정치사상), 조남호 국제평화대학원대(동양철학), 지준호 성균관대(중국철학), 최영진 성균관대(한국철학), 최영찬 전북대(중국철학), 홍원식 계명대(동양철학), 황준연 전북대(동양철학), 황희경 영산대(중국철학), 이상 총30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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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 2005-07-11 16:12:52
몇년에 걸친 남의 저작물을 비판하려면, 우선 저작물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있어야 하지요. 무책임하게 남의 ~카더라 라는 말만 듣고 무책임하게 기사를 쓰다니, 기자의 기본 양심도 없는 듯. 게다가 남의 평가를 빌려 쓸려면 제대로 실명을 거론하든지. 인문학 저서가 등수 매긴다고 매겨질 수 있는 범주의 산물인가요? 참 기자의 발상 자체가 우습군요. 이 정도 테마면 소논문 몇 편정도는 내서 대상 책들을 면밀히 분석비판 한 후에, 그것도 조심스럽게 비평을 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찾아볼수가 없군요.....ㅡ.ㅡ

지나가다 2005-06-03 12:09:18
기사에서 아무개교수라고 호칭한 것과 아무개라고 이름만 표기한 것은 기자의 주관적 평가가 반영된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