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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에 대한 그리움
‘옛날’ 중국에 대한 그리움
  • 조대호
  • 승인 2021.09.30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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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로부터 초창기 중국에서의 무용담을 들을 때가 많다. 어르신분이 운을 띄우기 시작하면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몰입감만큼은 최고다. 이분들이 들려주시는 주제는 대단히 다양하다. 우리 생활에서 가까운 김치를 예로 들어보면, 그 당시 김치는 길림성 조선족자치구나 요녕성 심양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심양(瀋陽)과 연길(延吉) 경로를 통해 김치를 공수해왔다는 사실, 연줄이 없었으면 그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물론 현재 김치는 중국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간편한 소비 식품이 되었고 그 종류도 꽤나 다양해지면서 맛도 괜찮다. 김치는 여러 가지 이야기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심지어는 중국과 북한 접경 가운데서의 대북 관련 정보에 이르기까지, 조금의 MSG가 가미 되어 있긴 하겠다만 내용만큼은 대단히 흥미진진하여 이야기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한편, 2000년대 초중반 중국에 건너와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소위 말하면 한국인이라는 ‘버프(Buff)’를 많이 받았을 시기다. 이 당시 한국의 여러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중국인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은 절정에 달했다. 박사과정에 있는 익명의 지인 말을 빌리면 “라떼는 말이야, 검은 뿔테 안경만 끼고 다니면(검은 뿔테 안경을 주로 착용하는 학생들은 한국인이라는 특징을 지칭함) 중국 애들이 사진 찍자고 그렇게 난리였”다고 한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나역시 중국에 오기 전에 웹서핑을 통해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여전히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중국에서 먹혀준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본인의 얼굴이 못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사드 문제로 인한 한중관계의 악화 때문인지, 영 이분들의 말에 백퍼센트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래도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통하는 것 같긴 한데 2000년대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필자보다 일찍 중국으로 건너 와 생활을 하신 분들의 말을 듣다보면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옛날 중국’에 대한 향수다. '옛날'이란 표현은 꽤나 상대적인 용어라 조심스레 옛날 중국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봤다. 답은 명료했다. 뭐랄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중국이란다. 우리나라로 치면 8~90년대에 느낌이다. 가령 길에서 길을 물어보면 도착 장소까지 데려다준다든지, 거류비자가 초과 되었어도 한국과 중국이 함께 일제와 투쟁한 역사를 이야기로 사정하면 눈 한번 감아준다든지, 즉 “좋은 게 좋은 거야” 이 한마디가 통했던 시대였다. 법치보다는 인정(人情)이 더 우선시 여겨진 그러한 느낌이다.

나도 막차 탈 기회가 얼마 전에 생겼다. 중국에 와 생활하면서 느꼈던 편리함은 분리수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쓰레기는 죄다 비닐봉지에만 잘 넣어 버리기만 하면 된다. 이보다 더 편할 수는 없었다. 그때는 중국이 마치 대단한 선진국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돌아온 학교에서는 분리수거를 비교적 엄격하게 실행하고 있었다. 드디어 나 역시 ‘옛날’ 중국이라 할 수 있는 차 끄트머리에 탈 수 있게 되었다.

‘의법치국(依法治國)’은 중국공산당이 중국을 통치하는데 강조하는 선전어로 법에 근거하여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을 말한다. 중국은 개혁개방과 함께 전방위적인 법치화를 이루게 되면서 더 이상 관씨(關係)나 소위 말하는 ‘빽’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여러 법률과 제도들의 체계화와 세분화는 인민의 실생활에까지 뿌리 깊게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선진국으로서 한 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마냥 불편하기만 하다.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워도, 분리수거 하지 않아도 되었던 ‘옛날’ 중국이 점차 바뀐다는 사실이. 어쩜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겠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을 응원해본다.

 

조대호

원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인민대학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중국국가유학기금회 우수재화장학생, 주한중국대사장학생, 중국정부장학생(석·박사)에 선발됐다. 금년 9월, 중국인민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했으며 중국 공산당 역사를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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