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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경영에 대한 새로운 사유들
트렌드: 경영에 대한 새로운 사유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5.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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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모션을 취해야 산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가도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것이 경영서들이다. 수명이 짧은 단점도 있지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다양한 사유들을 펼쳐 내기도 한다.
‘측정할 수 없는 이익’(H. 토머스 존슨 지음, 에코비즈 刊)은 자연과학분야의 생명시스템이론을 경영이론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틀을 보여준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직원들을 ‘내몰아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내왔다. 그러나 이런 ‘중중몰이’ 경영수법은 한물 갔다. 중앙통제식 대량생산 시스템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도 부응하지 못할뿐더러 직원들 창의력 개발에도 비효율적이라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그러면서 도요타와 스카니아의 경영철학을 새로운 롤 모델로 내세운다.

도요타는 세계에서 최고의 수익을 내는 자동차 제조업체이고, 스웨덴의 스카니아 역시 세계 최고 수익을 자랑하는 대형트럭 제조업체다. 둘의 공통점은 뭘까. 저자들에 따르면, 중앙통제 없이 개개인이 작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일하고, 조직과도 완벽히 조화를 이룬다는 것. 스카니아를 좀더 자세히 보자. 이 기업은 1950년대 이후 고객들의 ‘저비용 고품질 다품종’ 요구에 직면했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갔을까. 스카니아는 고객의 특정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혁신체제를 도입했다. 이른바 ‘모듈화’ 방식이란 것인데, 기계시스템이나 구조를 서로 교환할 수 있는 표준화한 요소(모듈)로 나누는 디자인 원칙이다. 모듈화가 이뤄진 것은 트럭을 움직이는 네 요소로 엔진 4종류, 트랜스미션 4종류, 캡 3종류, 섀시 15종류가 개발됐다. 고객이 여기서 부품만 하나만 달리 선택해도 새로운 트럭이 탄생하게 된다. 

스카니아의 방식은 직원 개개인이 때마다 고객의 요구를 발빠르게 받아들여 가능했던 것이다. 저자들은 부품공통성에 의지해 작은 차이들을 만들어가는 원리가 놀라울 정도로 자연이 돌아가는 방식과 일치한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이 99.5%의 동일한 DNA를 갖고 있지만, 0.5%의 차이에서 개개인의 다양성이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블루 오션 전략’(김위찬 외 지음, 교보문고 刊)은 아이러니하게 경쟁사회에서 ‘비경쟁’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산업화 이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넓히려고 싸우고, 차별화를 위해 투쟁하고, 경재우위를 점하려고 머리를 싸맸다. 이런 ‘레드 오션(Red Ocean)’에서 게임의 법칙은 뻔한다. 가격을 점점 경쟁사보다 낮추는 것.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흘린 피로 ‘붉은 바다’가 ‘붉게’ 물들게 된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정반대의 전략을 제시한다. 이른바 ‘블루 오션 전략(Blue Ocean Strategy)’으로, 레드 오션 전략이 현존하는 소비자와 수요를 공략하는 거라면, 블루 오션 전략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거나 포착하라는 것. 저자들은 이를 위해 30여개 분야의 1백50여 건 사례를 분석했다. 삼성에서부터 애버리 데니슨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실행시켰는지 살피며, 나아가 최소 리스크로 최대이익을 달성하는 방법을 입증된 사례를 들어가며 논하고 있다. 

발빠르게 자취를 감추는 경영서들 속에서도 나름의 ‘고전’이라 명명되는 것들이 있다. 길게는 1백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그렇지만 언제 그것들을 다 읽고 내게 맞는 전략을 찾아낼 수 있을까.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박기찬 외 지음, 더난출판 刊)는 다섯 명의 교수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로 독자들을 고전의 숲으로 안내하고 있다. 저자들은 “비록 시대는 지나갔더라도 오늘날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들이 고전이다”라며, 총 30권의 책을 엄선했다. 우선 대량생산소비가 시작되고 기업이 무한히 성장했던 1910년대~1960년대에 출간된 책 10권. 이 시기의 경영개념은 기업내부 조직운영의 합리화나 효율성을 주로 의미한다. 주먹구구식 경영에 경종을 울리는 테일러를 비롯해, 관료제라는 현대 조직의 원형을 설명한 베버, 제한된 합리성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사이먼, 경영의 구루라고 불리는 드러커 등 현대 경영학의 기반이 된 사상들은 총 집결돼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철학도 달라지는 법. 1970년대~1980년대에 나온 11권 고전들의 키워드는 ‘경쟁’과 ‘일본기업배우기’로 압축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일본기업들이 눈부시게 성장했기 때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경쟁전략’이나 오우치의 ‘Z이론’, 이타미의 ‘일본기업 배우기’가 이때 등장했다. 1990년대 출간된 책들은 아직 고전이라 불리기엔 이르지만, 그래도 9권 정도는 가능성 있어 보인다. 핵심역량, 학습조직, 지식경영, 리엔지니어링, 브랜드 경영, 변화관리, 균형성과표 등을 논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경영학이 도입된 한국은 이들 번역서로 넘쳐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1세기에 걸쳐 이를 정리하고 해석하며 나아가 근원적인 지식으로 남겨둔 작업은 없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경영의 고전과 기본을 훑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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