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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쟁점: 대학의 친여권화 이대로 좋은가
사회쟁점: 대학의 친여권화 이대로 좋은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5.25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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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인사 포진된 대학들 현황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회의의 목소리가 극도에 다다랐다. 특히 대학개혁에 있어서 과연 개혁인지 대학을 기업화하자는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각 대학의 수뇌부에 친여권 인사나 전직 장관 출신들이 속속 배치되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전직 장관을 예우하고, 정치인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과연 문제 사학을 어떻게 정상화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학계는 답답해하고 있다. 정치인 수중에 떨어지는 대학들의 현실을 집중 분석해봤다./편집자주

참여정부의 ‘개혁’ 조치는 대학에 와서 가장 심각하게 일그러지는 듯하다.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구조조정 당한다고 생각하는 대학 및 교수들 사이에서는 “개혁되거나 반성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칼을 휘두르는 것이 말이 되느냐 ”는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현재의 대학 구조조정은 힘없는 지방대에게 기존의 모든 잘못을 떠넘기고 "조용히 이 땅을 떠나달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과연 지금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개혁’의 결과인지, 규제 없는 시장논리를 내세워 과거의 모든 것을 불문에 부치는 것인지는 향후 우리 대학의 학문의 발전이나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대학에 알게 모르게 낙하산 인사가 행해져 전직 장관과 정치인 출신이 빽빽히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는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이 지난 10일자에서 ‘정치에 몸 담았던 친여인사들 대학까지 점령하나’의 제하의 기사로 문제제기됐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신임총장과 대학 이사장 및 이사직에 “여권과 깊은 인연을 자랑하는 인물들이 대거 등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초반 노동부 장관을 지낸 권기홍 씨와 열린우리당 창당위원장으로 활동한 이태일 씨,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내고 강원도당 위원장을 맡았던 이창복 씨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 외에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대부로 일컬어지는 송기인 신부는 동아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이고 지난해 경기 성남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허운나 씨는 한국정보통신대 총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 오염이 대학가에 전염될까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총장은 장관 끝나고 국회의원 떨어지면 오는 곳?”
이 때에 지난 5월 20일 교육부는 세종대에 파견될 임시이사 명단을 확정 공개했다. 교육부는 이사장 후보로 김호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장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성희 사학지원과장은 “노사정위 위원장도 역임했고 오랫동안 고려대 교수를 지내 더이상 적임자가 없어 모시다시피 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번 임시이사진은 “친여 일색 아니냐”는 최근의 문제제기를 고려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김호진 이사장이 김대중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는 게 무시될 순 없다.

계속 살펴보면 몇몇 대학의 수뇌부가 단순히 현 정부에 기울었다기보다는 전직 장관 등 ‘관리’가 필요한 인사들에게 ‘한자리’를 챙겨주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윤덕홍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경우 교육부장관 직을 중도하차하고 국회위원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뒤 원장으로 임명됐는데 당시 학계는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정말 “대학총장은 장관 끝나고 국회위원 떨어지면 오는 데냐”는 말이 나올만 했다. 특히 윤 원장의 이력이 과연 한국학과 무슨 연관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이는 현 교육부장관 이력이 교육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문제 사학으로 지목돼 임시이사가 파견된 많은 대학에 친여권 내지는 정치와 연관된 인물들이 포진되고 있다. 김성훈 상지대 이사는 농림부 장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단국대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03년 장충식 이사장 체제 시절 이사장 비리와 캠퍼스 이전계획 불이행 등이 불거져 문제가 됐던 단국대는 교육부에 의해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1년 동안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으나 되지 않았고, 2004년 이사장이 박석무 전 국회위원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비리 이사회가 정이사 신분인 터라 후임을 그들이 선임했다는 데 있다. 현재 단국대 총장은 노동부장관 출신인 권기홍 씨며, 노무현 정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씨, 국민참여수석을 지냈던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이 이사에 포함돼 있다. 윤진식 씨는 현재 서울산업대 총장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단국대는 정이사 체제라 교육부가 인사에 관여할 수 없다”라며 책임을 회피하지만, 사태의 과정을 아는 이들에게는 “교육부 작사 작곡에 청와대 편곡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에 ‘이용’되는 개혁의 수사학
과거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대학의 구조를 효율화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정치적 안배이거나 혹은 보상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인사가 단행되고 있으니 어떻게 정부가 유도하는 개혁의 방향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이런 시점에서 계속 생겨나고 있다. 학교 내부의 구성원이든, 외부인이건 간에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고 대학 정상화에 대해서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인사들의 경우 화려한 과거의 개혁경력을 내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개혁의 성과는 현재 그 인물을 그대로 대변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대학의 비정규직 교수들은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언행을 통해서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된 여러 대학의 인사들이 과거에 개혁적 성과가 있었다는 부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개혁의 경력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보다 우선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거나, 심지어 낙하산 인사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용’된다면 문제가 있다. 개혁은 개혁의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 사람에 의해서 수행되어야 하고, 그것은 개혁 그 자체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개혁 이후의 삶에 대해서 깊이 숙고한 사람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전직 장관이나 여당의 인사를 대학에 보낼 경우 각종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한 의사결정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아무리 뜻이 좋더라도 그 사람이 정치인이라면 어떤 정치적 반대가 출몰할 지 예상할 수 없고, 정부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경기대, 이사 6명 중 4명 관둬
최근 총장선임을 두고 학교 구성원간 내홍을 겪었던 경기대의 경우는 왜 ‘정치권 인물’이 대학에 썩 바람직한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경기대는 이창복 이사장을 포함해 6명의 임시이사가 지난해 12월에 파견됐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 현직을 유지하는 이는 이사장을 포함해 단 2명뿐이다.

윤경로 한성대 교수는 한성대 총장으로 가는 바람에 그만뒀다 해도, 박은정 서울대 교수, 김현구 성균관대 교수, 최중현 변호사는 별 이유도 없이 도중하차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 박병섭 상지대 교수가 후임으로 나섰고 아직 2석이 빈 상태이다. 박은정 서울대 교수는 이사직 사임 이유에 대해 “이미 다른 대학의 이사직을 맡고 있어 임무수행이 어려워 그만뒀다”라고 말한다. 최중현 변호사는 “사무실 일로 바빠서 거기까지 신경 쓰기 어려웠다”라고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김현구 성균관대 교수는 노코멘트다.

사정이 이러니 이창복 이사장이나 혹 그 이상에서 코드에 맞춰서 사람들을 교체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임기 2년의 이사를 바쁘다는 이유로 그만둬도 좋을만큼 임시이사 자리가 쉽게 수락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대학을 접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경기대를 열린우리대학으로 명칭변경을 시도했다가 그만뒀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어 더욱 흉흉한 분위기다.
이미 정해진 인사를 되돌이킬 수는 없더라도, 이들 대학들이 과연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대학다운 대학을 원하는 많은 이들의 관심의 시선이 필요할 듯하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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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2005-06-02 18: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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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와 비전임 강사는 학교 연구실에 처 박혀야,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대학은 산업이며,국가경쟁력이다"(노무현,김우식 비서실장)

영남대 2005-06-02 18:14:35
지난 2004년 겨울방학 중에 장관경질되고,영남대 복직해 놓으니 연봉이 지출되었다.월급여 받으면서,4월 총선 운동을 하는 바람에 2004년-1학기 강의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즉 2004년 1학기 6개월간은 보수를 달랑 받아 묵은거다. 2학기가 되더니,무려 6강좌를 맡는 바람에 주변의 비전임 강사가 하던 강의과목을 빼앗아 갔다. 2005년 1학기에도 많은 과목을 맡는 듯하더니만,갑자기 5월6일 단국대 총장으로 가버렸다.수강생들은 어떻게 되었겠는가!? 참 문제만 일으킨 교수였다! 5년전 총장선거에서 이상천 총장에게 낙마하고,2004년 4월 총선에서 낙마하고,결국에는 단국대 총장으로 갔으니,추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