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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난개발에 맞서 1인 시위한 강수돌 고려대 교수
인터뷰: 난개발에 맞서 1인 시위한 강수돌 고려대 교수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5.2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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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촌 난개발 막기 위해 1인 시위…아파트촌 건설 논의 원점으로 돌려

온 나라가 아파트 천지다. 산들을 파헤쳐가며 야금야금 점령해가, 이제는 완만한 산맥의 굴곡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우뚝 솟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신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 일대는 아파트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는 중이다. 한국의 무게중심이 바뀌는 거사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보니 개발업자들의 움직임이 민첩하다.

지난 2일 강수돌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충남도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연기군 소재 신안리에 41미터짜리 15층 아파트 15개동이 건설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1인 시위에 나섰다. 현재 강 교수는 마을 주민과 함께 ‘신안리 고층아파트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충남도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고대신문

사실 강 교수가 ‘과격한’ 행동에 나선 이유가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이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는 일이고, 미관상의 문제라면 굳이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에 강 교수는 “꼭 개발업자 같은 말씀을 하시는 군요”라며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을 한다.

강 교수 설명에 의하면 고층아파트 건설이 기존의 주민들에게 주는 이익은 거의 없다. 우선 마을 주민들이 아파트에 들어가 살 수 없다. “여기에 들어설 아파트는 가격이 33평~54평의 중대형 아파트로서 보통 2억원 이상입니다. 마을 주민들은 농사 이외에 인근 고려대와 홍익대 학생들의 하숙 등으로 근근이 수입을 올립니다. 주민들의 소득으로는 들어가 살 수가 없습니다.” 또, 단지 내에 상가에 원스탑 상가들이 들어서게 되면, 기존의 구멍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문화적으로도 마을이 양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마을 건물은 아무리 높아봤자 2~3층 건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마을이 문화적으로 양분돼, 아파트로 상징되는 개인주의적 문화와 기존 마을의 전통적인 문화가 융화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기존 마을은 서울의 빈민촌처럼 슬럼화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강 교수가 더욱 염려하는 점은 고층아파트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는 주민과 학생들까지 포함해서 3백60가구 1천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15개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수많은 자동차들이 다닐 수밖에 없고, 매연은 정화되지 못한 채 아래로 쌓이게 될 것입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현재에도 가끔씩 매연이 쌓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이를 분산시켜 공기가 자연 정화된다는 것. 고층아파트는 마을의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신안 1리가 고층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좀더 친환경적이고 전원적인 마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지난 1999년 연기군청이 제시한 ‘대학촌개발계획’처럼 말이다. 당시 연기군청은 인근 고려대와 홍익대 학생들을 겨냥해 신안1리 지역을 대학촌으로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었다.

다행스럽게도 19일 현재, 신안리 아파트촌 건설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애초 신안1리는 4층 건물까지만 들어설 수 있었던 ‘1종주거지역’이었으나 ‘신안1리 개발위원회’가 15층 이상의 고층아파트 건설을 할 수 있도록 ‘2종주거지역’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계당국에 집어넣은 민원이 허위로 판명됐다.

강 교수는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수렴해서 친환경적인 마을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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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민 2005-05-25 07:24:47
명색이 환경과에 속한 저도 늘 마음은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비겁함에 눌려지낸답니다.
경기도 곳곳, 특히 용인지역의 아파트와 골푸장
난개발은 전세계 전무후무한 환경파괴의 현장으로
생각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힘을 모아야하나...
고민만 하면서 세월갑니다...씁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