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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과학에 대한 인문학적 審問
트렌드: 과학에 대한 인문학적 審問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5.05.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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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과학은 객관의 권위를 누려왔으나 최근 과학자들은 자연과학의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괄호를 풀고 발언하기 시작했다. 과학과 인접학문의 접선을 모색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도되는 듯하다. 그것은 자연과학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확대하는, 결국 범주에 대한 지적 저울질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만든다.


마이클 셔머의 ‘과학의 변경지대’(김희봉 옮김, 사이언스 북스 刊)는 과학과 비과학이라는 경계에 대한 관념을 테마로 삼는 책이다. 저자는 ‘지식필터’를 통하여 이성적 도구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를 밝혀낸다. 예컨대 의학은 사회학적 조건 속에 존재한다. 의학적 상식은 분명 불완전한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각자의 지식필터로 이를 완전한 진실로 판단하기 쉽다. 왜냐하면 과학이라는 것이 내재하고 있는 ‘사후 합리화’가 대중들을 향해 ‘지적 사기’를 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지 않는 방법은 의학과 사회학의 양 영역이 서로 길항하는 그 ‘접경지대’를 나름대로 발견하려는 노력 속에 있다.


‘과학의 변경지대’가 과학과 비과학 접경지대라는 위태로운 선 위를 걸었다면, 야마모토 요시타카가 지은 ‘과학의 탄생’(이영기 옮김, 동아시아 刊)은 과학을 과학답게 만든 본질적 구성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기존 과학자들과 달리 개성적으로 정의하는 책이다. 즉 자력·중력의 발견이 과학의 역사에서 얼마나 기념비적인 사건인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보여준다. 과학사에서 소외된 중세를 중심으로 그리스시대부터 근대의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종단하며 물리학이라는 한 건축의 뼈대가 완성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독자들을 종교개혁 시대로 안내한다. 당시 다분히 주술적인 다이몬마술이 어떻게 자연법칙이라는 새로운 관찰법에 의해 그 속임수가 들통나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새로운 ‘매직’으로서의 인식론이 등장하는 지 보여준다. 즉 고대의 전승보다는, 물질과 물질 사이의 引力을 이용한 근대 과학의 길을 열었다고 말한다.


‘자연과학자의 인문학적 이성 죽이기’(임지원 옮김, 다른세상 刊)는 에드워드 윌슨의 동료이자 생물학자인 조나단 싱어의 논쟁적 저작이다. 제목 그대로 자연과학의 렌즈를 통해서 살핀 인문학의 비합리성이 이 책이 겨냥하는 바다. 특히 저자는 현대과학의 급속한 발전은, 심리학·인류학·문학 등의 인문학이 그 이전의 유전자에 의해서 이미 결정되었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며, 인문학이라는 것을 고대 그리스적인 후광에서 건져올린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그동안 자신의 오만과 무지를 가리는 데 쓰였던 인문학적 권위 때문에 오판되어 왔으며, 이제는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사회과학의 성립을 기대해볼 때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에드워드 윌슨의 ‘지식의 대통합-통섭’(최재천·장대익 옮김, 사이언스북스 刊)은 앞선 저자들이 행한 경계적 사유, 원심력에 기반한 과학적 본성 추구를 통합해서 과학적 이성을 통한 새로운 지적체계의 구상을 펼쳐보인다. 저자는 ‘아폴론적 법칙’과 ‘디오니소스적 정신’으로 학문을 단순하게 나누기보다는 디오니소스적 언어로 아폴론적 법칙을 풀어나가 마침내  학문적 통섭이 스스로 가동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사회과학과 의학이 당면한 상황은 자신들의 모순을 구성하는 근본원인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그럼에도 의학은 진보하고 사회과학은 지체되는 결정적인 이유를 저자는 ‘通攝’이라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다. 의학자들은 분자생물학과 세포생물학의 종합적 토대 위에 생물·물리·화학을 위치시키고, 그것이 전체의 유기체로 밀고나가는 일관적인 원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회과학은 엄청난 사실 정보를 활용하여 역사와 문화적 진화의 상호작용을 성공적으로 추적하였으나 사회에서 개인의 내부 수준을 간통하는 인과적 논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였다고 보았다. 과학적 이성이 인문학의 풍부한 육질을 빨아들여 그 빈곳을 메우는 과정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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