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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 맑스시트 신남철 조명…한중일 소통의 한계
朝鮮 맑스시트 신남철 조명…한중일 소통의 한계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5.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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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국제학술대회(5월 8일, 북경사범대)

한국철학사상연구회(회장 이병창 동아대)가 지난 8일 중국 북경사범대에서 ‘전통과 현대-동아시아 삼국의 근대성과 아시아적 가치문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중일 학자 11명이 발표 예정이었지만 일본학자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발표문만 보내왔다. 이를 두고 중국 측에서 “일본 언론이 이번 학술대회를 크게 보도하자 몸을 사린 것 아니냐”는 식의 불쾌한 반응이 오갔다고 대회에 참석한 양일모 한림대 교수(중국철학)는 밝혔다.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이번 학술대회는 한중일에서 동서양사상과 문화가, 또 세계사적 보편성과 동아시아적 특수성이 어떻게 만났는지를 구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였고, 최근 영토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 상황에서 ‘융합’, ‘연대’ 등을 강조하며 상대방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하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기도 했다. 중국 측의 발표는 ‘유가윤리의 역사해석과 현대평가’(陳靜, 중국사회과학원), ‘마르크스주의와 유학의 결합’(周桂鈿, 북경사범대), ‘노장학을 통한 중서문화의 소통: 자유와 민주의 창도자 엄복’ (强昱, 북경사범대), ‘세계화 과정중 종교 충돌을 해소하는 유학 자원’(彭國翔, 청화대) 등이었는데 예를 들어 중국학자들이 전통 사유인 유교를 현재 중국 경제의 성장과 연결시켜 국가철학으로 재활용하려는 경향에 대해 “정신문화와 물질문화의 분리를 전제한 현대판 중체서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리고 칸트 철학에 입각해 유가철학의 현대적 변형에 대한 중국 측 발표자의 비판적 입장에 대해서 동감하면서도 대안이 부족하며 중국정부의 입장을 추수하는 연구 태도에 대한 한국 측의 비판도 있었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 조선 맑스주의 철학과 동양 전통사상의 충돌과 융합’(홍영두, 명지대), ‘도가사상과 아나키즘’(김갑수, 성균관대), ‘동북아시아 삼국의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고찰’(김원열, 성균관대), ‘봉건적 세계상의 해체와 근대적 합리성’(김동기, 동의대), ‘한국기독교와 제사문제 논쟁’(강지연, 워싱턴대) 등을 발표했는데, 홍영두 박사의 논문이 단연 주목을 끌었다. 신남철은 저널리스트로서 맑스주의를 연구하며, 그것의 조선적 변용을 꾀한 인물로서 역사적으로 정리하면서 그가 동서양 사상의 융합을 나름대로 시도했음을 평가했다. 신남철은 해방후 월북해 김일성종합대 교수로 재직하다 1958년 사망한 사상가로, 남북에서 그동안 체계적인 연구가 드물었고, 맑스주의와 연결시켜서 고찰한 것은 이번 홍 연구원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신남철은 식민지시기 사회과학 하는 사람들과 팀을 짜서 연구도 하고, 조선어학연구회라고 해서 최현배가 활동했던 한글운동과는 다른 식으로 일반 민중이 사용하는 언어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1934년 이후 조선화 운동을 전개하고 우리 식 마르크스주의를 주장했으면서도, “동양문화가 서양사상에 대해서 우월하다는 것 자체가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또한 당시 교토학파의 일원이자 일본의 대표적 철학자인 미키 기요시가 맑스와 하이데거를 연결시키려 하면서 ‘불안’ 개념을 제시하자 이를 비판하는 논문도 집필하는 등, 대동아공영권의 사상적 기반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 앞을 내다보는 지식인이기도 했다는 것이 홍 박사의 발표요지였다. 하지만 “중국학자들이 대부분 중국철학 전공자들이고 맑시즘 연구자들도 아니라서 깊이 있는 논평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고 홍 박사는 밝힌다. 김갑수 박사의 도발적인 시도, 즉 중국고대사상인 도가사상을 현대의 아나키즘을 동일평면에서 다루는 것이라 “상당한 비판”이 예상됐지만 의외의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강욱 북경사범대 교수가 한국학자는 다 유학자인 줄 알았는데, 사상의 다양성 및 그것의 현대적 각도에서의 조명을 반가워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관계자는 전한다. 하지만 냉정한 시선도 있었다. 김동기 박사의 ‘봉건적 세계상의 해체와 근대적 합리성’은 “제목에서부터 질문이 쇄도했으며, 특히 팽국상 청화대 교수는 동아시아에서 맑스주의 역사발전단계로 논문을 쓰는 게 아직도 유효하냐”는 질문을 던져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했다.

일본 측의 발표는 ‘아시아주의의 생성과 전회(桂島宣弘, 입명관대), ‘유학의 일본사회론에 대하여’(石黑衛, 입명관대)가 실렸지만, 당사자가 없어 논평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일본에 대해서는 나이가 지긋한 주계전 북경사범대 주임교수가 뼈있는 말을 던졌다고 한다. “일본이 탈아입구에서 탈아입미로 전환했는데, 만약 그것이 잘 안되면 앞으로 ‘탈아’하고 어디로 ‘입’ 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사실상 일본이 아시아로 돌아오긴 힘들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양국의 학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인지라, 본격적인 토론이 이뤄지긴 힘들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측은 앞으로 매년 학술대회를 개최해서 좀더 심층적 토론을 벌여볼 계획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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