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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슈_브레히트 재평가를 둘러싼 논란
해외이슈_브레히트 재평가를 둘러싼 논란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5.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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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브레히트를 얼마나 아는가

미국학계에서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교육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 최근 호(4월 29일)에 따르면, 학계 내에서 다시금 브레히트를 재평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쟁점은 10년전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존 퓨지(John Feugi) 메를린대 교수의 ‘Brecht and co.: Sex, Politics, and the Making of the Modern Drama'(그로브출판사 刊)로부터 비롯됐다. 이 전기에 따르면 브레히트는 “20세기 좌파적 극장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던 교활하고, 사기성 짙으며, 불결한 작가”로 일컬어진다. 특히 브레히트는 일부다처주의자이며, 여성들과의 성관계문제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존 교수가 문제를 삼는건 사생활만이 아니다. 그가 가장 비판하는 점은 브레히트가 과대평가 되었다는 것으로, 브레히트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 상당 수들이 사실은 그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 근거로 여러 자료와 진술들을 확보해 보여준다. 이를테면, 그 유명한 ‘서푼짜리 오페라’나 그 외 여러 작품들이 하우프트만이라는 여성에 의해 집필된 것이라고 말하는데, 1925~1933년 사이 발행된 여러 극들의 리허설 사본목록을 보여주면서 브레히트를 비판하고 있다. 거기엔 하우프트만의 이름과 그 외 6명의 공동 저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브레히트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들을 향한 질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술적인 연구 대부분이 진부한 수준에서 반복되고 있고, 브레히트 전기 역시 인물을 너무 이상화 하고 있으며, 언어학적 연구논문들도 더욱 난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샌더 L. 길먼 일리노이대 교수는 “현재 브레히트 연구는 지루한 주석작업을 다는 것에 불과하고, 포스트구조주의나 페미니즘적 접근도 아닌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비판을 가한다.

사실 미국에서 이런 논쟁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은 맑스주의자를 비판하거나 혹은 페미니즘 계열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그의 작가적인 업적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러한 우상파괴 작업이 그의 명성에 손상을 입히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들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브레히트의 업적과 그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싼 논쟁이 이뤄진 적이 없다. 다만 몇몇 전공자들이 브레히트에 대한 논쟁을 알 뿐이다. 국내에서도 학회를 비롯해 브레히트 연구와 극 공연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브레히트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할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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