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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유해 활성산소 제거기능 막아 부작용…대체약물 시간문제
스테로이드, 유해 활성산소 제거기능 막아 부작용…대체약물 시간문제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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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부작용 원리 세계 최초 규명한 김상건 서울대 교수

▲김상건 서울대 교수(약학) ©
“스테로이드 약물 처방으로 고생하던 이들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 대체약물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이제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감기 등의 감염질환에서부터 루푸스까지 최고의 염증억제 약물로 사용되지만, 성인병을 유발하고 조직재생을 불가능케 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했던 스테로이드 약물의 부작용 원리가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 같은 소식. 지난 12일 김상건 서울대 교수(약학)는 세계 최초로 스테로이드 부작용 발생 원리를 규명하고, 세포분자생물학 분야 학술지인 ‘분자세포학회지’ 5월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염증체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스테로이드는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약물이다. 염증억제, 면역반응억제, 퇴행성 관절염 치료, 알레르기 치료, 천식 치료 등 거의 ‘만능’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조사 대상 醫院의 82%가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고 있다.

문제는 스테로이드의 투여량이 정상 이상으로 장기간으로, 많이 투여됐을 때다. 보통 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에도 분비되는데, 약물로 사용할 때는 생리적 호르몬 양보다 많은 양이 투여된다. 이런 경우 녹내장과 백내장, 위궤양과 위염, 골다공증, 근육 약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부작용이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 약물이 특정 단백질끼리 결합시켜, 몸에 좋지 않은 산소를 계속 발생시키도록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즉,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할 경우 신체에서 특정 단백질(SMRT)이 항산화 기능을 증진하는 단백질(C/EBPβ와 Nrf2)과 결합해, 이를 억제함으로써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능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것.

‘산화적 스트레스’란 우리 몸이 호흡할 때 발생하는 유해 활성산소에 의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활성산소는 체내에 침입한 여러 가지 세균을 백혈구가 죽일 때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만, 발생량이 과잉되면 유독물질로 변한다. 남아도는 활성산소는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서 몸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인체는 산화적 스트레스를 만들어내는 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소계’를 보유하고 있는데, 스테로이드 약물을 다량, 장기적으로 복용 시 항산화 기능을 증진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인체의 저항능력이 없어지고 각종 성인병이 발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세계 약학계의 난제를 풀어낸 쾌거를 이루었음에도 김 교수는 아직도 책임감을 많이 느끼는 눈치다. 김 교수는 “이제 대체 약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마련한 셈입니다. 이제 부작용 없는 약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남았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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