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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만 앞세웠고 현실 인식은 부족”
“의지만 앞세웠고 현실 인식은 부족”
  • 김재호
  • 승인 2021.09.10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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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가을호, 촛불혁명 진단
문재인 정부 5년 비판과 대안 제시

2016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제시됐다. 이번 정부는 자기인식이 부족했고, 특정 개인과 집단이 촛불혁명을 사유화 하려한 점이 한계였다. 이 때문에 촛불혁명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사회는 분단체제로 인한 보수기득권 우세, 보수언론의 직접적 여론몰이, 검찰권력 대변하는 윤석열 전 총장의 대선출마 등 ‘기울어진 운동장’이 존재한다. 촛불혁명은 그 기울기를 시정하는 계기만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창작과 비평』 가을호는 ‘촛불 5년, 새로운 진전을 위하여’ 특집으로 「촛불혁명의 현재와 촛불정부 2기의 과제」를 다뤘다. “촛불정부라고 자임한 것치고는 현실 인식이 부족했고, 의지만 앞세웠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어중국학과)는 촛불정부의 지난 5년을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2016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무능도 무능이지만 자신의 구조적 위치를 냉정하게 파악해서 문제해결을 도모했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내년 대선이 한국사회의 대전환 차원에서 변곡점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일어나 그 결과 촛불정부가 탄생했다. 사진=연합

이정철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촛불혁명의 사유화’를 일갈했다. 촛불혁명의 뜻과 성과를 특정 개인과 집단이 사유화하는 경우는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시민사회에 대한 제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는 “(촛불정부 1기의) 회전문 인사를 비판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정책적 연대체 제도화를 위해서도 힘을 쏟아야 한다”라며 “시민사회가 30년 간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계속 도모했는데 아직도 국회의원 5∼6석에 머무르고, 그 때문에 촛불 허무론에 빠지는 착시 현상을 성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권력기관 개혁과 남북관계 회복의 가능성 제시를 성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청와대만 의지가 있다고 촛불혁명의 의지가 관철되는 건 아니다. 여당과 관료가 제대로 움직여야 하는 데 실패했다. 예를 들어,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기획재정부의 소극적 태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의 미진한 적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후퇴 등이 있다. 

아울러, 박 사무처장은 “정책기획위원회를 비롯해서 공정거래·조세재정·노동·법무검찰·경찰·국방·외교 등 여러 분야에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청산과제와 개혁과제들을 내놓았다”라며 “그러나 민간 참여를 통한 협치나 정책 자문은 결국 관료 통제를 염두에 둔 것”이 잘 안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정부 2기의 어젠다로 “자산 불평등과 부동산 문제, 기후위기, 신산업과 일자리 문제, 그에 수반하는 노동권 문제, 기본소득 논의까지 해봄직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창작과 비평』 가을호가 ‘촛불 5년, 새로운 진전을 위하여’ 특집으로 「촛불혁명의 현재와 촛불정부 2기의 과제」를 다뤘다. ‘2022 대선, 대전환의 과제’ 연속기획으로 진행된 대담에는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어중국학과)가 사회를 맡고,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황규관 시인, 이정철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 참여했다. 아울러,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과)가 쓴 「더 큰 정의로 공정을 다시 쓴다」를 소개한다. 

왼쪽부터 이정철 서울대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황규관 시인. 사진=창작과비평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촛불혁명이 지난 연속성에 의미를 두었다. 그는 “우리가 ‘촛불혁명’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혁명으로 이미 전환이 완료되어서 새로운 사회가 시작되었다기보다는 한국사회가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해결이 필요한 근본적 문제나 제약들을 실질적으로 건드리고 변화시키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분단체제, 언론개혁, 검찰개혁에서 “촛불 이후에도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 촛불혁명의 동력으로 광장정치와 직접정치에 대한 요구를 꼽았다. 이미 한국사회는 1987년 6월 항쟁,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촛불집회, 2016년 촛불혁명을 통해 주기적인 사회 변화의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교수는 촛불운동의 근저에 깔린 한반도 위기에 대한 분노, 일본에 대한 경제 종속성 탈피와 중국과의 네트워크 심화로 인한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사법개혁 후 장기 개혁과제로 군비·군사·국방개혁 문제를 거론했다. 

특정 개인·집단이 독점하는 촛불혁명의 사유화 비판
시민사회가 역량 집중해야 할 정책적 연대체 제도화

황규관 시인은 시민사회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황 시인은 “시민사회의 역량이 거의 파편화되면서 현실 권력과 대등한 역량과 동력이 없으니 엘리트 구조와 네트워크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라며 “미투, 조국, 정의기억연대, 위성정당 등 여러 논쟁을 거치면서 각각의 목소리로 흩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치세력과 권력기관에 대한 시민들이 비판적 목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지고 정보접근도 수월해지다보니 평가가 더 박하게 느껴지는 점도 있다”고 밝혔다. 

광장정치와 직접정치에 대한 요구가 분출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한국사회가 공정에 대한 담론과 시민사회의 인식이 변화해왔다면서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더 큰 정의로 나아갈 것을 주창했다. 우선 신 교수는 “촛불혁명, 촛불항쟁, 촛불집회 등 다양한 명칭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이 사건의 역사적 의미에 합의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9개 중앙지와 경제지에서 ‘공정성’을 포함하는 기사 건수 추이(2000∼2020)를 보면 공정 담론의 계보가 여럿임을 알 수 있다. 신 교수는 “첫째, 공정 담론은 진보와 보수 언론 모두에서 빈번히 등장해왔을 뿐 아니라, 최근 관련 보도가 폭증한 보수언론보다 진보언론에서 꾸준히 다루어왔다”라며 “둘째, 진보언론은 ‘공정’의 언어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정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왔다면, 보수언론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이나 입시·채용·자격취득의 문제를 중심으로 공정 담론을 생산했다”라고 분석했다. 공정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여러 의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셈이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공정한지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의 2013∼2020년 조사 결과, 한국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계속 줄어들었다. 공정성 지표는 법 집행, 복지혜택, 분배구조, 취업기회, 성별 대우다. 하지만 <KBS>가 실시한 2021년 신년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가 불공정해졌다’는 응답이 40%로 ‘공정해졌다’는 응답 34.6%보다 많았다. 한국사회의 공정한 정도를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이다. 

한국사회에 대한 공정성 인식 점점 부정적

또한 공정성 이슈의 복합적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 ‘정유라 사건’, ‘조국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 사태’, ‘의사파업’, ‘부동산 문제’에는 “기득권 집단의 수구적 담론 전략, 신자유주의 주체의 능력주의적 믿음, 그리고 구조적 불평등 문제의 지속 또는 심화에 대한 분노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재”한다고 신 교수는 분석했다. 

신 교수는 더 큰 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더 큰 정의를 “절차적 정의를 중시하되 그 한계를 주시하고, 자본주의사회의 비례적·등가적·계산적 정의의 지배력에 대항하면서, 지배계급들에 의해 간과되고 억압되는 평등적 정의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더 큰 정의는 한국사회의 약자들인 배달 노동자, 콜센터 상담직원, 식당 서비스 노동자, 폐업한 식당주인, 독거노인 등 모든 이들이 함께 정의론과 공정론을 재정의하는 주인공이 된다는 것도 의미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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