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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산학협력단 제자리 찾으려면
교수논평: 산학협력단 제자리 찾으려면
  • 이영무 한양대
  • 승인 2005.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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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무 / 한양대 응용화공생명공학부, 전국대학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회장 ©
전국대학연구처장협의회가 전국대학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로 명칭을 개칭했다. 지난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있었던 협의회에서 이와 같이 결정한 배경에는 전국 3백60개 대학 중 3백33개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립, 운영됐고 반면 대학에서 연구처는 그 명칭을 없애는 추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마다 산학협력단의 설치가 사실상 의무화되면서 산학협력단이 대학으로부터 독립된 법인으로 설치되고 대학의 연구비가 교비회계에서 산학협력단 회계로 이관되면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국세청과 각 세무서에서는 학교의 고유업무인 연구업무를 산학협력단 법인으로 이관하여 운영함에 따라 면세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세금을 부과하려 하고 있고 일부 학교는 이미 세무조사에 들어 간 사례도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세금문제 등의 법적인 문제를 해결 또는 예상하지 못한 채 산학협력단 설치를 밀어 붙인 교육인적자원부는 각 대학으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

관세, 부과가치세, 법인세와 지적재산권 관련 수수료 등 세금과 관련해 산학협력단이 문제에 봉착해 있다. 기존에 학교에서 실험실습용으로 들여오는 기자재는 관세가 면제돼 왔는데 산학협력단에서 도입하면 관세 면세 범위에 들어 있지 않아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기업으로부터 산학협동연구비를 지원 받을 경우 부가가치세를 부가하여 징수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연구비 시스템으로 본다면 10%를 산학연구비로 더 받던가 아니면 10%를 기업으로부터 덜 받는 셈이 된다. 법인세도 기존의 학교 회계에서는 별 문제가 없이 납부하지 않던 것을 산학협력단으로 법인화하면서 법인세를 납부하라는 것이어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국립대학의 경우였지만 국가소유의 직무발명의 경우 지적재산권 관련 수수료를 면제 해 왔는데 산학협력단 소유이므로 관련 수수료를 면제하지 못하겠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산학협력단 설치를 통해 산학협력을 잘 하라고 하는 좋은 설립취지가 제도의 미비로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두 번째 중요한 문제의 하나는 학교 내에서의 산학협력단의 위상 문제이다. 연구처로 있을때는 직원들의 인사나 노무관리, 예산, 결산, 기자재관리 등을 관련 부처의 협조를 받아 업무를 진행해 오는데 문제가 없었으나 별도의 독립법인화하면서 교내의 유관기관으로부터 너희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식으로 낙동강 오리알이 돼버렸다. 별도법인인 산학협력단이니 직원도 별도로 채용하고 인사, 노무관리, 예결산, 기자재 관리 등도 학교로부터 독립하여 업무를 처리하라는 의식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하여 업무협조가 되지 않는다.

학교는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채용을 극도로 자제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수익이 많이 없는 산학협력단에 과다한 인원을 채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산학협력단 별도법인화로 재원이 충분하다면 원래의 취지대로 직원들 채용 등에 문제가 없겠지만 현재와 같이 별도의 수입이 극히 미약하고 연구비 관리에 전념하고 있는 산학협력단의 경우에는 각 대학마다 직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산학협력이 잘 되려면 연구비관리에 의한 간접비 수입과 기술이전수입 그리고 창업 등을 통한 수입이 많아져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각 대학들이 연구비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이전수입은 각 대학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기술이전의 활성화가 촉구된다.

그러나 기술이전조직(TLO)의 필요성에 의문이 있다. 기술이전의 필요성에는 각 대학들이 동의하나 과연 몇 대학이나 이전할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이다. 대체로 전국에서 10여개 대학들은 독자적인 TLO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나 그 외의 대학들은 공동의 TLO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이전이 활성화되려면 전국의 모든 대학에 TLO를 요구하는 또 다른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술지주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이전할 기술이 별로 없는데 무슨 기술지주회사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TLO나 기술지주회사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산학협력사업과 산학협력단 활성화사업 등을 다른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는 것도 산학협력단 활성화의 좋은 방안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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