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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국 보수주의의 취약성
[기획특집] 한국 보수주의의 취약성
  • 교수신문
  • 승인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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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를 존중하고,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려는 태도를 말하고, 정치적 보수주의는 현재의 정치질서를 옹호하려는 입장을 견지한다. 심리적 보수주의는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성향을 일컫는다.
서구의 보수주의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반동으로부터 등장했다. 시민계급의 이념인 자유주철학 부재한 정치적 수사, 비전없는 맹목적 반개혁주의보수주의(conservatism)는 통상적으로 과거나 현재의 질서를 고수하려는 입장을 말한다. 철학적 보수주의는 신의 권위와 전통적 의에 맞서 귀족중심의 보수주의자들은 왕정복고 등의 구체제로의 복귀를 위해 보수주의 이념을 선택했다. 보수주의의 원조는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erke)는 프랑스 혁명의 자유주의와 계몽주의를 거부하는 이념으로써 보수주의를 표방했다. 1848년 시민계급의 반동 이후 사회주의의 등장에 따라 보수주의는 자유주의 이념과 결합, 반사회주의의 목표아래 ‘모순적 동거’를 시작한다. 보수주의=자본주의, 진보주의=사회주의의 등식이 성립한 것은 바로 이 시기부터. 보수주의의 이런 역사적 성격은 그것이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부정과 자본주의적 근대성과의 모순적 결합속에서 성장해왔다는 점을 말해준다. 하지만, 보수주의는 현존 질서의 이념적 성격과 무관하게 현재의 질서를 옹호하려한다는 점에서 이념을 근거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보수주의에 연관된 최근 서구의 논의는 월러스틴과 기든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유주의 이후’의 전망을 모색하는 월러스틴이 보수주의가 가진 ‘국가주의적’ 측면에 대해 비판적이라면, 앤소니 기든스는 철학적 보수주의의 복원을 통해 새로운 대안인 ‘유토피아적 현실주의’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기든스는 철학적 보수주의가 개인의 행위자율성을 보존해주고, 전통을 대화적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준다고 평가한다.
서구의 보수주의가 대안적 질서를 창출할 수 있는 이념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반면, 한국의 보수주의는 철학적 이념이 부재한 지배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용민 외국어대 교수(정치학)는 한국의 보수주의를 “반공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권세력의 정치적 구호로써 존재”한다고 본다. 그는 보수주의가 “사상적으로 정체가 불투명한 가운데 집권세력과 수구세력, 기득권자, 보수적 중간층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이며, “보수적 정당은 있어도 보수주의 철학에 기초한 정당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강정인 서강대 교수는 남한의 정치철학에서의 보수주의를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라기보다, “기존 정치질서의 옹호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상황적 보수주의”라고 파악한다.
한국의 보수주의가 가진 취약성은 보수주의로 위장한 ‘극우’의 목소리 속에서 더 잘 드러난다. 그들이 단골로 활용하는 도구는 ‘6·25 전쟁’이다. ‘장기 지속’하는 전쟁을 ‘기억의 정치’로 활용하는 전략은 분단의 현실속에서 여전히 담론적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격적 수사학은 그들의 보수주의가 가진 취약성을 역설적으로 증거한다.
최종욱 국민대 교수(철학)는 탈냉전 이후 혼란스러운 이데올로기 지형을 일컬어 ‘괴델의 시대’로 명명하고 있다. 이 말은 현재적 조건속에서 보수주의의 규정이 그만큼 어려움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보수주의’를 내세우는 세력이 분명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서병훈 숭실대 교수(정치학)는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대안적 방향이 없다고 말한다. “보수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비전이 결여되어 있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필요한 일이고, 경제의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개혁에 반대한다면 나름대로 지켜야할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지켜야할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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