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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표류하는 개혁, 보수우익의 부활
[기획특집] 표류하는 개혁, 보수우익의 부활
  • 교수신문
  • 승인 2001.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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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개혁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우익총궐기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달 초 민병균 자유기업원 원장의 이메일 파동에서 재계의 재벌개혁 비판 성명, 한나라당의 보수 드라이브까지 보수회귀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왜 다시 보수가 고개를 드는가.


구제금융이전의 ‘구체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인가.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우익총궐기론’이 다시 등장했다. 진원지는 전경련의 산하기구로 있던 자유기업원. 이 센터의 민병균 원장은 이달 초 각계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금 정부는 참여연대, 전교조, 민노총 등과 합세하여 한국사회를 국정파탄의 궁지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좌익이 더 이상 국정을 농단치 못하게 우익은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기에 전경련과 대한상의, 한국경제연구원 등도 재벌개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수언론들과 한나라당도 거들고 나섰다.

개혁부진이 ‘보수’ 등장의 원인
김기원 방통대 교수(경제학)는 이런 움직임을 “정부가 개혁을 본질적으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재벌들의 퇴행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출자총액한도나 부채비율적용 등 재벌개혁의 적용 기한이 다가오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양보를 받기 위해 이런 공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MF라는 특수상황속에서는 김대중 정권이 개혁을 둘러싸고 재벌 등 기득권세력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밀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풀이한다.
민 원장의 글에서 뚜렷이 감지되는 것은 공격적이고 원색적인 주장 이면에 깔린 ‘불안감’이다. 그는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은 “민에 의한 자본의 통제라는 무시무시한 목표가 숨어있다”고 말하고, 한 인터뷰에서 “재단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자본주의 골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 주장한다. 기형적 재벌구조의 개혁과 교육의 공공성을 뒤흔드는 사학재단의 횡포를 막기 위한 장치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는 그에게서 체계적인 논리를 발견하는 어렵다. 현재의 상황을 “6·25전쟁의 지속”으로 보는 그의 시각은 여전히 냉전적 반공이데올로기에서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기득권 체제를 개혁하려는 모든 움직임을 ‘좌익’으로 모는 ‘無垢한 인식론’도 여전하다.
헌팅턴은 “기존의 제도가 위협을 받을 때 이들 제도의 지지자들이 그들의 방어를 위해서 동원하는 이념”을 ‘상황적 보수주의’로 규정한다. 수세적 입장에 몰린 한국의 ‘기존제도의 지지자’들은 담론의 현실적 효과만을 노린 막무가내식 주장을 되풀이한다. 철학과 논리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보수우익은 ‘상황적 보수주의’에 가깝다. 김기원 교수는 민 원장의 글을 “사실적 판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조폭집단의 논리”라고 평가한다. 정운영 경기대 교수(경제학)은 “보수주의는 이기기 위해 옳다고 우겨야 하는 강박관념”이라 말한 바 있다.
한국의 보수우익은 구한말의 쇄국주의자-일제하의 친일파-친미반공세력 등의 계보로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의 옹호자들이 이에 가세했다. 지난해 ‘한국의 사상형성’을 펴낸 윤건차 가나가와대 교수는 한국 보수주의의 스펙트럼을 보수적 자유주의, 보수적 민족주의, 보수주의, 극우반동으로 분류한 바 있다. 문제는 우리에게 건강한 의미의 보수주의가 자리잡을 여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김의수 전북대 교수(철학)는 “극우 수구세력들이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게 문제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했던 극우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런 ‘정신사적 왜곡’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데올로기적 자원 빈약한 ‘보수’
한국의 보수주의는 한국논단, 조선일보의 조갑제, 김대중,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 등의 극우보수와 시장자율론자들인 공병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 소설가 복거일, 귀족주의적 전통주의자인 소설가 이문열, 이인화 등이 대표하고 있다. 이들의 보수주의는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맹목적 반공주의와 배타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윤건차 교수가 ‘보수주의’로 분류하고 있는 논자들은 연세대의 송복 교수(사회학)과 함재봉 교수(정치학)이다. 여기에 보수언론의 단골필자로 등장하고 있는 유석춘 연세대 교수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석춘·함재봉 교수는 뚜렷한 입장과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의미의 보수주의로 평가된다. 류동민 충남대 교수는 “이들은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는 실질적인 논리를 갖추고 있다. 극우보수나 신자유주의 결사반대를 외치는 좌파보다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보수주의”라 평가한다.
미국 대선에서 부시 공화당 후보는 동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소수인종과 하층민을 포용하는 미국의 보수주의는 박물관, 미술관 등에 대한 후원과 각종 기부, 자선 행위로 실천된다. 이런 점은 서구의 보수주의가 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자원이 되고 있다. 정진상 경상대 교수(사회학)는 “단절된 전통으로 인해 한국의 보수주의는 활용할 이데올로기적 자원이 없다”고 말한다. 이 점은 한국 보수주의의 취약성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정 교수는 “그만큼 우리사회가 역동적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이라 전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따뜻한 보수주의’를 표방하고 나섰다. 부시의 용어를 빌려온 이 개념은 불평등의 심화라는 현실속에서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의 측면이 강하다. 같은 당 김용갑 의원은 ‘개혁적 보수’라는 말에서 아예 ‘개혁’을 빼고 ‘보수’를 강화하자고 역설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보수를 구분하는 구도는 개혁과 반개혁인 셈이다.
김재환 기자 weiblich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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