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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도 성찰도 빈곤...反日 강박 못 벗어나
특색도 성찰도 빈곤...反日 강박 못 벗어나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5.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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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광복60주년 기념 학술대회 줄이어

광복60주년 기념 학술행사가 올 연초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50주년 때보다 더욱 많아졌는데 올해가 을사조약 1백년, 한일국교수립 40년을 맞는 해인 탓이다. 정부에서는 연초부터 ‘한일 우정의 해’라며 각종 사업을 준비해왔지만 독도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화해무드는 얼어붙고 있다. 학계도 미래지향적인 자세보다는 사회적 불만을 수용하는 현실대응적 태도가 두드러진다.

가장 바쁜 쪽은 역사학계다. 언론계에서 꾸준히 친일연구를 해온 김삼웅 관장이 부임한 독립기념관이 연초부터 두차례의 학술대회를 열었다. 2월28일에 열린 ‘을사조약과 한반도’, 4월 29일의 제1회 ‘독립운동사 연구자대회’가 그것. 후자는 독립운동사의 일부 용어를 비판했다. 김삼웅 관장은  “민비와 민씨가 일제에 의한 명성황후에 대한 卑稱이며, 이를 오늘날까지 사용해온 것은 잘못”이라며 용어에서의 친일청산을 내세웠다. 그러나 근거없는 과잉해석이라는 여론도 들끓었다.

4월을 넘어서면서 48개 역사관련 학회모임인 ‘역사연구단체협의회’가 발족해 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에 맞서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지난 4월 22일 개최한 ‘일본 중학 교과서의 역사 서술과 역사인식’에서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시기별로 나눠서 그 사실성을 검토했는데, 총론을 발표한 허동현 경희대 교수(근대사)는 “50년간 4차례에 걸친 교과서 공격은 미군정에 의해 구부려지기 전 일본의 원형으로 돌아가려는 ‘형상기억합금’적 현상이며 역사의 기억을 둘러싼 일본 내 內戰인 동시에 한중과의 국제전”이라고 했는데, 이는 허 교수가 2001년부터 펼쳐온 주장이다. 일본의 과거사인식에 대한 대응차원의 학술대회와 심포지엄은 광복 60주년 한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4월 29일의 ‘교과서포럼’ 학술대회에서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사)는 “한국 중학교 국사교과서가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라며, “북한경제 평가부분, 일제 때 끌려간 위안부 숫자” 등이 과장됐고, “70년대 한강의 기적이 과소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우리 교과서도 사실무근이 꽤 있으며 이는 결국 일국사적 시각에서 기술된 양국 역사의 한계라는 담론을 형성했다.

이상의 풍경으로 볼 때 광복 60주년을 성찰하기엔 현실여건이 너무 가파르다.

한국사회학회에서 5월 27일부터 개최할 ‘광복 60주년’ 학술대회는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가 기조강연에서 눈앞에 닥친 역사적 현실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반적으로는 세계 속의 한국과 민족에 대한 ‘재구조화’를 파악하려는 논문들이 발표될 예정이다. ‘민족문제의 재성찰: 민족주의와 세계주의’(윤인진 고려대), ‘신자유주의적 재구조화와 문화변동’(홍성태 상지대), ‘세계체제상 한국의 위상변화’(백승욱 중앙대), ‘국민의식변화를 통해 본 국제관계’(강정구 동국대) 등인데 분석범주의 ‘업데이트’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광복 60주년’과는 무슨 상관인 지 의문도 든다. 굳이 광복60주년과 연결시키지 않아도 될 뻔 했다.

학계의 광복기념 움직임이 특색과 성찰에 있어서 부족하고, 특히 반일이라는 오래된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이는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회’(공동위원장 이해찬 총리·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에서 준비한 행사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연극인 김상수 씨가 상근기획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국무총리 비서관의 사적 인맥과 비전문적 행정으로 광복사업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내부고발’해 논란이 됐던 추진회가 몸을 추스려 지난 4월 15일 중점추진 기념사업을 확정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효창공원 성지화, 독립운동사 대계 편찬과 다큐멘터리 제작, 남북공동 고구려벽화 보존 추진, 사이버광복군 8백15만명 육성지원 등이다. ‘독립운동사 대계’에서 “역사적 진실에 대한 정확한 재평가”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다짐을 제외하곤 일회성 문화행사에 치우친 느낌이 고, ‘사이버’에 오면 ‘우익’이 발호한 듯하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많은 행사들이 기획되고 치러지고 있지만, 자동으로 채워지는 숫자의 연쇄로 이어져온 10주년, 20주년, 50주년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있는 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들의 다중적 겹침이 진행됨에 따라 광복의 의미와 60주년의 과정은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것인데 이 부분이 빠져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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