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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소통: 한류를 넘어서
문화적 소통: 한류를 넘어서
  • 장수현 광운대
  • 승인 2005.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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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중국 지역을 전공하는 문화인류학자로서 2년간 중국의 한류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아시아 지역 내의 문화적 소통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잘 알다시피, 서구 부르조아 문화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상당히 많은 중국인들이 서구 대중문화의 아류 혹은 한국적 변형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댄스음악, TV드라마, 영화 등에 큰 관심을 보여왔고 그 일부는 한국 대중스타의 작은 동정에도 울고 웃는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최근의 ‘욘사마’ 열풍에서 보다시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 또한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한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나 그것이 가진 산업적 잠재력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 대중문화가 이 사회들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간의 인적 교류가 날로 확대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한국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중국인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방송이나 CD, DVD 등의 매체를 통해 접하는 TV드라마나 영화 등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된다. 대중문화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은 문화적 편식을 의미한다. 이들이 좀더 폭넓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한국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중문화 보급 차원을 넘어서서 좀더 다양한 문화적 소통의 통로를 마련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건 민간 차원에서건 우리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이나 공연예술, 학술적 연구성과 등을 인접 국가들에 알리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류와 관련해 우리가 흔히 갖게 되는 기대 중의 하나는 한류가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의 확산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안재욱 팬클럽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열성 팬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으며 긍정적인 시각이 꽤 강한 편이다. 북경과 상해 시민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 조사에서도 한국 문화상품 소비가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매우 약하고 제한적이고 일시적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오히려 우리가 좀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균열과 분쟁을 초래하는 문화적 충돌의 현장들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서 흔히 발생하는 강압적인 노동통제나 수직적 조직문화의 강요 등은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직결되며 자칫하면 한류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강하고 지속적인 반한 감정을 형성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한류를 넘어서서 좀더 큰 안목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문화적 소통 전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장수현 / 광운대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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