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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ESG,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 유무수
  • 승인 2021.09.10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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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넥스트 자본주의, ESG』 조신 지음 | 사회평론 | 364쪽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인 외면하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회복력 둔화

조신 저자는 IT기업의 CEO, 정부 정책 입안자의 경력을 가졌으며 연세대 교수(정보대학원)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ESG 전환’은 디지털 전환처럼 우리의 산업을 통째로 바꿀 것이며, 그 변화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ESG가 일시적인 유행일지 대세로 자리 잡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단기 실적주의, 소득 불평등 심화,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신자유주의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ESG 경영은 자본주의의 진화된 형태일 수 있다.

‘ESG 투자’라는 용어는 2004년 UN 글로벌 콤펙트에서 출간한 리포트에 처음 사용됐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요인을 더 잘 고려하는 것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뿐 아니라, 보다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난 투자시장을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SG 전환의 개념은 특히 생태계의 위기에서 촉발됐다.

2017년 12월에 출범한 ‘기후행동 100+’는 전 세계 225개 대형 기관투자자가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협의체다. 이 협의체에 소속된 투자자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약 26조 달러(2020년 말 기준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시가 총액 12배)인데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명시적으로 겨냥해 압박한다. 이들의 감시대상이 된 기업은 167개이며 한국전력, 포스코, SK이노베이션이 포함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인 래리 핑크는 블랙록이 주주로 있는 CEO들에게 ESG 이슈 관리를 촉구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 투자 수익 어렵다

대형 투자자들은 왜 ESG에 관심을 갖는가?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 초대형 자산운용사 및 기관투자자)는 수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험에 대비할 방법이 없다. 소규모 투자자들처럼 분산투자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유니버설 오너의 자산 운용 성과는 세계 경제 전반의 건강도에 좌우된다. 운용자산이 전 세계 공적연금 중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인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실현해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면 투자 자산 상당수가 재무적 위험에 노출됨으로써 투자 수익 실현이 어렵다. 저자에 의하면 자연환경과 이해관계자를 두루 고려하는 것은 그동안 이윤만을 추구한 죄를 회개하고 착해져서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장기적인 이익을 똑똑하게 고려한다면 경제 전체 또는 사회 전반의 이득에 합치되는 ESG 투자를 추구해야 한다.

ESG 투자활성화의 걸림돌인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자신의 제품이나 활동이 친환경적이지 않고, 심지어 반환경적임에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기업행태이다. 2020년 7월 주요국 정부와 규제기관은 그린워싱을 경계하면서 ESG 금융상품에 대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여섯 개의 환경목표를 제시한 EU 분류체계를 확정했다. 하나 이상의 목표달성에 기여하고 다른 목표에 피해를 주지 않는 등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법제화를 마친 뒤 2022년부터 적용되면 기업들은 이 분류체계에 따른 ESG 활동 및 성과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환경부를 중심으로 녹색경제활동의 판단기준이 되는 분류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ESG 이슈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를 향해 도도하게 나아가고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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