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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한국학’ 울타리 넘어 열린 세계로
좁은 ‘한국학’ 울타리 넘어 열린 세계로
  • 김재호
  • 승인 2021.09.08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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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대학 신한국인문학의 도전

16개 학과, 185명의 교수들 연구 주제를 데이터베이스화
학제간 소통과 논의 위해 학과, 단과대학, 학교 벽 허물어

“우리의 고유함을 찾아 인식의 틀을 바꿔보려는 게 신한국인문학의 취지다.” 지난달 25일 만난 이석재 서울대 인문대학장(철학과 교수)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 시작한 ‘신한국인문학을 위한 인문대학 미래기초 워크숍’의 특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대 인문대학장실엔 박진호 교무부학장(국어국문학과 교수), 안지현 학생부학장(영어영문학과 교수), 김지현 기획부학장(종교학과 교수)가 함께 참여해 이번 워크숍의 의의를 논의했다.   

서울대 인문대학은 이미 지난해 2학기에 ‘신한국학 미래 교육-연구’ 집담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집담회가 더욱 발전해 올해 상반기, 하반기에 ‘신한국인문학’ 워크숍으로 열렸다. 이번 워크숍은 △경계자의 초상-소수자 내러티브 △계몽주의와 반계몽주의 △문화-문명의 만남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 △아방가르드와 예술 △인류의 말과 글 △한국인의 사회적 심성 △현대 한국 대중문화와 세계 등 주제에 따른 모임으로 구성됐다.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한국인문학 워크숍은 학제간 벽을 허물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 인문대학 김지현 기획부학장, 이석재 인문대학장, 박진호 교무부학장, 안지현 학생부학장. 사진=김재호

이 학장은 “서울대 인문대학의 16개 학과(부)가 있는데, 연구자들이 자기 전공 분야 외에 어떤 인문학적 관심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알 기회가 없었다”라며 “인문학 동료들이 어떤 인문학을 하고 있는지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가는 게 이번 워크숍의 의미”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획부학장은 “분과된 학과 체계 내에서 학술적 만남의 장이 많지 않다”라며 “이번 신한국인문학 미래 워크숍을 통해 학제간 교류를 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의 연구과 교육 내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신한국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이석재 서울대 인문대학장이 지난 7월 20일 발표한 ‘신한국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신한국인문학이란 “자의식을 통한 우리 고유함이 갖는 보편성의 발견”으로 압축된다. 이 학장은 “모든 인문학은 고유성(지역성)을 갖고 있다. 고유성들은 각각의 시공간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의 인간다움을 드러내준다”라며 “신한국인문학은 꼭 한국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각각의 고유한 시좌(視座)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가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삶과 인간에 대해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서구학문을 통해 우리를 규정하려고 했다면, 이제 우리를 제대로 바라보고 설명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서구적 보편성이라는 건 사실 그 지역의 문화, 언어, 역사의 고유성에서 기인했다. 

신한국인문학 워크숍은 기존의 좁은 의미인 ‘한국학’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다. 국어국문학이나 한국사, 한국철학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융합적 보편성을 찾아보려는 도전인 셈이다. 왜 이전의 한국학은 좁은 울타리 안에 있었던 것일까? 박진호 교무부학장은 “중국학과 일본학은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이 많고 서구에서 심도 있게 연구하기에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외부의 시선이 많아지면 자기의 위치에서 더욱 다양하게 연구할 수밖에 없고 더욱 교류하며 열린 시야가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학 역시 한류에 힘입어 언어, 문화 등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로써 한국학 역시 타자의 시선과 한국학 고유함이 더욱 교류하며 넓게 해석되고 발전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박 교무부학장은 “한국학의 고유함은 동서고금 인문학이 골고루 녹아들어가 있으면서 용광로처럼 펄펄 끊고 있는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유성 토대로 보편성을 발현하려는 분투

그런데 신한국인문학은 마치 인문대학에서 연구되고 있는 주제들을 물리적으로 결합한 듯한 인상도 받는다. 이에 대해 이 학장은 “신한국인문학이라는 이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때 인문학 전체를 서로 중복되지 않게 구성하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서울대 인문대학의 185명의 교수들의 기존 연구 관심사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이를 토대로 연구 주제를 선정했다”라고 말했다. 부족한 영역은 팀을 만들어 보강하기도 했다. 

현재 인문학의 차원에서 K학술의 위상은 어떨까? 박 교무부학장은 “언어학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서양학자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한국인으로서 파악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라며 “한국학자로서 세계 인문학에 기여하고 장점을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을 대부분 인문학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 학장은 “국가 R&D 예산이 대부분 과학기술 분야에 치중돼 있는 가운데 이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며 “신한국인문학을 통해서 그동안 누적된 한국 인문학의 힘을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라고 밝혔다.   

신한국인문학, 민족주의적 한국학에서 세계적 플랫폼

안지현 학생부학장은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보편성은 특수한 보편성이었는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걸로 간주해왔다”라며 “기존의 인문학을 주변화 되었던 입장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새로운 틀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 학생부학장은 “서구의 대학자들이 규정했던 한국학을 거꾸로 우리의 고유함으로 인식하자는 게 신한국인문학의 취지라고 생각한다”라며 “지금까지 고착된 민족주의적인 한국학이 아니라 열린 한국학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안 학생부학장이 바라보는 한국적 고유함이란 압축적 근대화와 단기간 봉건 시대부터 포스모던시대를 겪은 역사와 사상사적 체험이다. 

김지현 기획부학장은 “인문학이라는 게 현재 자기와 다른 것을 경험하려는 노력이기에 과거의 언어와 경험을 이해하는 텍스트 연구가 배제될 순 없다”라며 “이번 워크숍을 통해 인문학자들이 일생을 통해서 얻은 경험들을 사회와 소통하고 자기와 다른 세계와 텍스트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한국인문학 워크숍은 학제간 연구의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워크숍에는 사회과학대학의 김홍중 교수(사회학과), 미술대학의 신정훈 교수(서양화과) 등이 참여해 단과대학 간 교류도 시도했다. 또한 김두얼 명지대 교수(경제학과) 등 타 대학 교수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서울대 인문대학 신한국인문학 워크숍은 학생과 대학원생, 일반인에게도 공개됐다. 추후 주요 발표 영상 편집본도 인문대학 유튜브 상에서 오픈될 예정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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