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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The Chair] 텅 빈 테뉴어 교수 강의실…북적이는 젊은 교수 강의실
[넷플릭스 드라마 The Chair] 텅 빈 테뉴어 교수 강의실…북적이는 젊은 교수 강의실
  • 정민기
  • 승인 2021.09.06 09: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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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학가의 현실 담아낸 넷플릭스 드라마 ‘더 체어’
테뉴어 제도·교수법 변화 등 교수사회 실감나게 풀어내
김지윤 교수(샌드라 오, 가운데)는 영문학과장이 되고 학과를 되살려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여러 장애물에 부딪힌다.
김지윤 교수(샌드라 오, 가운데)는 영문학과장이 되고 학과를 되살려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여러 장애물에 부딪힌다.

미국의 한 대학 영문학과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뽑힌 여성 학과장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체어(The Chair)’가 화제다.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샌드라 오(Sandra Oh·사진)가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특히 대학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이슈들을 실감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적 반응도 폭발적이다. 스트리밍 영상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더 체어’는 지난달 23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드라마 1위를 기록했다.

고등교육의 관점에서 ‘더 체어’에 담긴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새로운 학생의 등장에 맞춰 교수의 강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둘째, 대학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고 노쇠한 테뉴어(tenure) 교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드라마 속에서 학과장이 된 김지윤 교수(샌드라 오)는 취임 첫날부터 인문대학 학장에게 불려가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연봉은 상위권에 속하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3명의 노교수에게 퇴임을 설득해보라는 것. 학장이 김 교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목당 평균 5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에게 대학이 매년 13만 달러(한화 약 1억 5천만 원)를 들여가며 채용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김 교수가 학과를 변호하는 입장에서 반론을 펼치자 학장은 말을 끊고 단호하게 답한다. “미국 문학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분들이란 건 인정해도… 원래도 낮았던 수강 인원이 이젠 재앙 수준이에요.”

 

인문대학장(왼쪽)이 김지윤 영문학과장(샌드라 오)에게 학과에서 학생에게 인기가 없고 월급이 높은 3명의 노교수에게 퇴임을 권유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
인문대학장(왼쪽)이 김지윤 영문학과장(샌드라 오)에게 학과에서 학생에게 인기가 없고 월급이 높은 3명의 노교수에게 퇴임을 권유하라는 압박을 넣고 있다.

지식 전달 vs 학생 수업만족도…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노교수 3인방이 학생들로부터 처참히 외면 받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젊었을 때는 청강조차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렌츠 교수는 30년째 똑같은 내용을 갖고 수업을 하고 있다. 후배 교수가 그에게 수강생이 적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나는 영업사원이 아니야”라고 답한다. 햄블링 교수도 비슷한 말을 한다. 김 교수가 수강생 강의평가를 확인하느냐고 묻자 “1987년 이후로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읽지 않았다”며 “난 소비자 입맛에 맞추는 사람이 아니야. 인기 끌 생각이 없거든”이라고 답한다. 

물론 햄블링 교수의 이 말이 ‘나는 교육에 신경 쓰지 않는 교수다’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입장은 오히려 반대다. 대학에 오면 응당 배워야할 지식이 있고, 그러한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배움의 고통’이 있어야 하며, 자극적이고 쉬운 시청각 매체에 익숙해진 신세대 학생들의 입맛에 맞추는 것은 교수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 이들의 입장일 것이다. 서른 두 살의 젊은 교수가 학생들에게 『모비딕』의 명문장을 하나 골라 트위터에 올리는 과제를 내주자 렌츠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학생들이 이야기에 몰입하고 문장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면 좋겠어. 고작 눈에 확 꽂히는 구절만 찾으려 든다면….”

대학이 제공해야할 교육은 무엇인가. 강의나 두꺼운 고전 말고도 재밌는 것이 널린 디지털 네이티브 대학생들의 주목을 끄는 것이 우선인가. 아니면 교육의 접근성이나 효과성은 무시한 채 전통적인 교수법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한가. ‘더 체어’는 양쪽 입장을 최대한 균등하게 보여주며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다. 바람직한 방향을 학생들의 주목과 흥미를 유도하면서 반드시 배워야하는 내용은 누락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양쪽 균형을 맞추려면 중장년 교수와 젊은 교수 사이에 소통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멕헤일 교수(오른쪽 두번째)는 더 이상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노쇠했지만 테뉴어를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 남아 있다.
멕헤일 교수(오른쪽 두번째)는 더 이상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노쇠했지만 테뉴어를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 남아 있다.

‘늘 졸고 있는’ 노쇠한 70대 테뉴어 교수

‘더 체어’에서 대놓고 비판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노교수 3인방 중 하나에 속하는 멕헤일 교수다. 그는 드라마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는 인물이다. 항상 의자에 앉아 졸고 있거나 약을 챙겨 먹고 있다. 앞서 언급한 두 명의 노교수는 비록 학생과 학교에 무시당하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은 아직 열렬히 불타고 있다. 하지만 맥헤일 교수는 너무 노쇠해서 더 이상 학문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태다.

극중에서 맥헤일 교수가 시사 하는 바는 분명하다. 테뉴어 제도가 미국 대학의 생기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년제도와 달리 미국의 테뉴어 제도는 정년이 없다. 즉, 교수가 자진해서 퇴임하지 않으면 죽기 전까지 계속 학교에 남아있을 수 있다. 몇몇 사명감 있는 교수들은 신체적 한계를 느끼면 자진해서 퇴임하지만, 맥헤일 교수처럼 타성에 젖어 학교 예산을 축내는 교수도 있다. 노쇠한 테뉴어 교수를 해임하려는 일은 드라마 상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실제로 최근 제정난에 시달린 미국 대학들은 테뉴어 교수들을 해임하고 있다.

미국의 고등교육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이 ‘더 체어’ 제작진과 인터뷰를 했다. ‘더 체어’의 작가 아만다 피트는 드라마 대본을 위해 실제로 수많은 미국 교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사전조사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더 체어’가 비추는 교수들의 삶이 일부 편협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크로니클>에서 4명의 미국 교수들과 진행한 좌담에서 그래이스 교수는 “김 교수가 학과의 다른 교수에게 “난 너의 상사야”라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영문학과 교수들은 공감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학과장은 학과 교수들에게 직속 상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교내 정치적 이슈나 학생들의 시위 등 드라마의 내용 전개를 위해 지나치게 단순화됐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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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영 2021-09-09 08:40:00
(단순정정) 13K가 아니라 130K 인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