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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시대 새교수법] 뉴튼의 달걀
[새시대 새교수법] 뉴튼의 달걀
  • 교수신문
  • 승인 2001.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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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30 16:06:12
지난 한국 방문 때 물리학 교수인 친구가 저를 배웅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교수 셋이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들은 토론에 몰두한 나머지 기차가 도착한지 몰랐지. 기차가 떠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정신을 차린 교수들은 움직이는 기차를 좇아 뛰었어. 가까스로 두 명만 올라타고 한 명은 불행하게도 못타고 말았지. 그런데 더 불행한 것은 기차에 올라탄 두 명이 배웅 나왔던 사람인 것이야.”
기차에 진정 타야할 사람은 못타고, 타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타고 마는 엉뚱한 결과를 상상하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제 웃음이 끝나자 갑자기 친구는 길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우스갯소리가 학문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학자의 참되고 멋진(?) 모습이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뉴튼이 연구에 골몰하던 중에 자신의 시계를 달걀인줄 알고 끓는 물에 넣었다는 이야기를 상기해 줍니다. 제 친구의 깊이 있는 해석은 제 옆구리를 찔러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친구 따라 한숨을 쉬었습니다. 자기 일에 충실한 나머지 세속적인 일에는 아둔하기 짝이 없는 학자의 세계가 나와는 너무 먼 이야기 같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옆구리를 찌를 뿐만 아니라 제 머리까지 ‘톡’ 때려주었습니다.
움직이는 기차에 일단 올라타고 보는 교수를 은근히 꾸짖는 이야기같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아무생각 없이, 또는 얄팍하게 대세에 휩쓸리고 있지는 않은가 잘 반성해 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교수업적평가에 연구업적이 중요하다고 해서 연구에 억지로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이사장이나 총장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시끄러운 집안싸움에 말려들고 있지는 않은지, 교육개혁이다 해서 무조건 새로운 제도와 구조를 받아들이지는 않은지….
하지만 교육부 정책 반대를 거리에까지 나와 시위한다고 해서 교수집단 이기주의라고 하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시끌벅적하다고 해서 ‘철밥통’이란 말을 운운하는 것은 내막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의견 차이와 질의와 토론이 없는 개혁은 위험합니다. 더 활발하고 건설적인 논쟁이 있기를 바랍니다. <조벽 미시간 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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