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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는 정답이 없다
문화에는 정답이 없다
  • 오연
  • 승인 2021.09.07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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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한중문화비교연구를 하면서 재미있는 부분은 이질성보다 동질성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 때이다.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중국의 유행어를 소개하면 학생들이 늘 비슷한 한국어도 있다고 하면서 신기해 한다. 한국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와 같은 책이 많은 젊은이의 공감을 받을 때,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는 상실과 좌절을 의미하는 ‘상(喪)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꽤나 동질적인 부분이다. 특히 최근에 ‘平(탕핑)’이라는 표현이 젊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자주 사용한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드러누워서 ‘N포 세대’가 되겠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런 문화적인 동질성은 내셔널리즘과 결합하면 문화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지리적으로든 역사적으로든 두 나라의 모든 것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서 함께 짜여 지기 때문에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갈등 때문에 한중간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중 청년들 모두 마치 피로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두 나라의 사람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그래서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힘이 되어 줄 수도 있다.

실제로도 두 나라 사이에는 많은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 인기 많은 영화나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환영을 받고, 중국에서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은 한국에서도 새로운 유행이 된다. 또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의 확산은 한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다. 비록 미투 운동의 발원지가 한국은 아닐지 언정, 다른 나라의 사례보다는 가까운 한국의 사례들이 중국에서 보도되면서 중국 여성들이 미투 운동을 더 실감나게 느끼고 더 용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긍정적 에너지가 되어주는 과정 속에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대화성일 것이다. 바흐친은 “대화는 언어생활이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대화는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적 진실은 상호 간의 대화적인 관계로부터 만들어진다. 모든 주체는 화자이면서 청자이기도 하다. 진리는 상대적인 것이며, 상대적인 견해는 관찰자 상호 간 관점의 자율성을 통해 표명된다.

대화를 통해서 문화의 정답을 찾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주입식 교육은 우리가 정답을 외우는 습관을 들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위험한 습관이다. 전통적인 교육사상은 본질주의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본질주의자들은 ‘외부 문명'이 도래하기 전에 고정불변의 ‘본토' 전통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그렇지만 문화는 고정불변한 것 아니고 물처럼 계속 흘러가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문화와 관계를 형성하며, 다른 문화와 소통하거나 융합하고, 영향을 주기도 영향을 받기도 한다. 내셔널리즘은 이런 과거의 다양성 및 미래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그러나 문화는 정답이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화의 전제조건이다. 대화성의 대화란 ‘나’와 ‘타자’의 대화가 아니다. 진정한 대화는 상호 동등한 주체로서의 대화다. 우리는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할 때 무의식적으로 주체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가 다른 문화를 그 자체로 핵심 대상이나 가치로 간주하지 못하고, 그저 ‘타자로서의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동양이 서양의 타자로 재현되어 온 것처럼, 동양 내부에서 중국을 타자화하거나 혹은 한국을 타자화하는 것은 결국 올바른 관점이 아닐 것이다.

사실 가장 큰 타자는 우리의 내면에 있다. 우리가 우리 내부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의 다양성도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른 나라의 다양성도 환대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내면 속 타자와의 대화로부터 출발하여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진정한 대화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화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어 버린 오늘날일수록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새로운 문화적 상상력을 창출해내는 문화상호주의적인 태도가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연

대진대 초빙교수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 영화를 통해 한중문화비교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람과 사람, 또한 한국과 중국 간의 대화적인 관계를 위해 다양한 문화현상을 듣고, 읽고, 쓰고, 말하고,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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