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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우수교재, 어떻게 만드나
해외우수교재, 어떻게 만드나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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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준비와 지원…시장규모도 커

 

국내 대학에서 앤서니 기든스의 ‘현대 사회학’은 사회학 전공 입문 교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문용어보다는 일상적 언어로 평이하게 서술되면서도 현대사회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진단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 사회학 내에서 발전해 온 여러 관점, 개념을 쉽게 용해하고 있어, 전공입문교재로 애용되고 있다. 조지 리처의 ‘현대사회학이론’도 마찬가지다.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고 이론 정리가 깔끔해 국내 대학에서 교재로 채택되고 있다. 이들 교재들은 학문의 핵심과 내용 수위 간의 긴장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면서도, 객관적인 서술에 입각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외국의 대학교재, 특히 영어권 대학교재가 이 같이 나올 수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투여하다는 것도 커다란 이유지만, 무엇보다 강단에 서는 교수들의 검증절차를 반드시 거친다는 점이 양질의 교재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저자들은 교재가 출간되기 전, 가제본된 교재를 여러 대학의 교수들에게 돌려 조언을 받아야 한다. 여러 대학의 강의 현장에서 가제본 교재를 사용해 봄으로써 교재의 수준과 구성, 사례 및 실험의 적절성 등을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교재에서 빠져야 할 내용과 첨가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 © 교수신문
이 과정에서 교재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어떤 조언을 해주냐에 따라 교재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조언해 준 교수가 누구냐에 따라 교재 채택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점 때문이다. 각 대학은 교재 내용뿐만 아니라 교재의 인사말에 수없이 등장하는 교수의 이름을 확인하고 교재를 선정한다. 조언해주는 교수 역시 주례사 비평하듯이 교재를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원로 교수가 교재를 집필하는 것도 교재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 보통 강의 경력 20년 이상의 교수가 집필하는데, 교재 출간의 시발점인 강의노트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동안의 연구 성과와 강의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돼, 가제본 교재부터 상당한 질적 수준을 담보한다. 원로교수가 교재를 집필하는 사례가 흔하지 않은 국내 사정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교재출판 시장규모가 크다는 점 역시 양질의 교재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교재 집필의 대가가 크니 저자 역시 열정적이고, 출판사도 위험 부담을 감수한다. 해외 대학교재에서 메인 교재 외에 교수와 학생을 위한 매뉴얼, 온라인을 통한 테스트자료 등 국내교재에서는 볼 수 없는 보조 장치들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까닭에 일본의 경우 출간되는 교재마다 대학도서관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주는 지원책을 마련해, 양질의 교재가 출간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채희만 (주)학술정보 이사는 “출판사가 사정이 어려우면 가장 먼저 손을 떼는 것이 교재출판이다”라며, “대학도서관에서 기본적인 분량의 교재를 흡수해주기만 해도 양질의 교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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