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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비평 특집: (5) 좋은 고전을 추천합니다
고전비평 특집: (5) 좋은 고전을 추천합니다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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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의 '등대로' 신뢰할 역본 없어...전분야로 확장평가 필요

고전읽기 붐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에서 추천고전 리스트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여러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고전읽기를 독려하기 위해 저마다 고전목록들을 작성해 내놓고 있다. ‘책읽지 않는 사회’에서 이런 움직임은 더없이 반갑다. 그러나 막상 읽으려 하면 수많은 번역본들 가운데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의 경우 총 52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독자가 직접 옥석을 가리긴 쉽지 않다.

현재 서울대에서 ‘서울대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1백선’과 ‘서울대 추천고전 2백선’, 그리고 연세대가 ‘연세 필독도서 고전 2백선’ 등을 선정했지만, 어떤 번역본을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마땅한 지침은 나와 있질 않다. “잘못된 번역을 선택하면 작품을 오해할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그저 무시될 뿐이다.

검증되지 않은 번역본들이 활개를 치는 가운데, 영미문학연구회(대표 오민석·서강목)가 몇해 전부터 영미문학고전의 번역상태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지난 2002년부터 2년에 걸쳐 총 44명의 연구진들이 영미문학작품 36편을 선정해, 이들 번역본 총 9백80본을 검토했다. 이들은 ‘충실성’과 ‘가독성’이라는 두 가지 잣대를 내세워 개별 번역본들을 전부 원문대조 해나갔는데, 추천할만한 번역본은 11%(61종)에 지나지 않았다. 그중 최재서 역 ‘햄릿’, 김진만 역 ‘캔터베리 이야기’, 이상옥 역 ‘젊은 예술가의 초상’, 김영희 역 ‘토박이’, 김진경 역 ‘도둑맞은 편지’ 등 총 6권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번역으로 꼽혔다. 반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의 경우는 추천할 만한 번역본이 단 1권도 없었으며, 다른 많은 작품들의 경우도 수많은 번역본이 있음에도 추천할만한 번역본이 1권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햄릿’, ‘제인 에어’,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번역본마다 특징이 달라서 그걸 비교해서 선택할 여지도 없이, 오역에 가까운 번역이 많다는 말이다. 영미문학연구회는 현재 2단계 작업으로 또 다른 작품 36편에 대해 번역본들을 검토하는 중에 있다.  


그러나 학계 차원에서 나서서 번역평가작업을 하는 예는 영미문학연구회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교수신문은 현재 나와있는 고전 리스트에서 문학, 사상, 사회과학으로 분야를 나눠 번역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고전목록을 다시 선정해서 평가를 해나가고자 한다. 각 대학별로 추천되고 있는 고전목록 중 공통된 작품을 모아 ‘좋은 고전 리스트’를 만든 후, 이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각 번역본들의 장단점들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서울대 1백選과 2백選, 연세대 1백選 등 3곳에서 공통추천된 36종, 서울대와 연세대 2곳에서 복수추천된 31종을 합쳐 총 67종의 고전을 1차적으로 추려냈다. 물론 영미문학연구회가 검토했거나 검토중인 작품은 제외했으며, 67종에서 빠진 고전들 가운데 번역본이 많이 나와있고 널리 읽히고 있는 고전을 더 추가해서 1백종의 목록을 최종 결정짓고자 한다. 이 가운데 번역본이 많은 순서로 보자면 ‘대학·중용’(25종), ‘꿈의 해석’(13종), ‘근사록’(12종), ‘악의 꽃’·‘군주론’· ’자유론’(이상 8종), ‘고백록’(7종) 등이다. 평가하는 방법은 각 언어권마다 전문 서평위원을 구성해서 정확한 번역 여부를 검토에 맡기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조사를 취합해서 복합적으로 평가내리는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지나친 오역은 솎아내고, 각 번역본들의 특징을 비교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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