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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언제쯤 폐지될까
생각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언제쯤 폐지될까
  • 김재호
  • 승인 2021.09.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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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헌법 위의 악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지음 | 삼인 | 388쪽

1948년부터 73년 동안이나 유지된 국가보안법
헌법에 명시된 기본 인권마저 무시하고 옥죄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를 책으로 출간했다.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해 1월, 배우 손예진과 현빈을 연결해준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보수정당인 기독자유당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한국의 주적인 북한을 미화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형사처분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방송 프로그램에까지 국가보안법의 마수는 뻗쳤다.

 일상에서도 국가보안법은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2019년 9월, 홍대 인근 한 주점은 북한 콘셉트의 인테리어로 공사를 진행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수사 받아야 했다. 그 결과, 술집 홍보 수단일 뿐 북한을 찬양·고무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주점 사장은 ‘빨갱이’라는 시선과 인식 때문에 결국 폐업했다. 21세기의 한국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이라는 유령에 사로잡혀 있다. 

“국가보안법은 사회 전체에 자기검열을 내면화한 생각의 검열체계를 만들어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무력화했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에서도 걸림돌이 된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사회학과) 유죄 판결이다. 그의 「한국전쟁과 민족통일」라는 논문 발표는 이적표현물 제작·반포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강 전 교수의 논문발표가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의 범위 내에 있지 않다”라는 이유에서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 역시 국가보안법에 걸릴 수 있다. 

2007년 북한영화 연구자 유영호 씨는 북한영화 파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특히 ‘왕재산 간첩단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유죄판결을 받은 임 모 씨와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도 기소이유였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왜냐하면 북한영화 연구자가 북한영화를 본다는 건 당연한 일이고, 친분만으로 북한에 동조한다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영화 연구자, 북한영화 소유가 죄인가

국가보안법은 1948년 여수·순천사건(여순사건) 때문에 급조됐다. 그 당시 국방군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 진압출동을 거부하면서 여순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1953년, 1990년, 2004년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반공주의자들이 정치세력화 하거나 이해 관계 등에 의해 우리는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73년 동안이나 말이다. 

올해 5월 19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청원’이 10만 명 동의를 채웠다. 이에 따라 같은 달 20일, 강은미 의원 등 10인은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을 발의했다. 반대로, 지난 6월 19일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에 관한 청원’ 역시 10만 명 동의를 얻었다.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두고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나라를 위태롭게 죄는 현재 형법전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된 기본 인권마저 무시하는 국가보안법을 우리는 언제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까. 민변은 “생각과 말에 대한 처벌이 국가보안법의 존재 이유인 셈”이라며 “행동이 없는 생각을 처벌하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초석조차 다지지 못한 사회”라고 일갈한다. 

민변은 국제법 존중주의를 따르는 한국은 헌법을 위반할 경우, 국제인권조약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미국과 독일 등이 국내법이 국제법과 합치하도록 해석하려는 경향과 부합한다. 특히 헌법에서 밝히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국제조약에 국내적 효력을 부여하는 데 훨씬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민변은 “국가보안법 관련 국제인권조약들은 보편적 인권의 실현을 보장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규범”이라며 “헌법재판소는 국제인권조약에 가입한 당사국의 사법기관으로서 국제인권조약에 부합하도록 헌법을 해석·적용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적었다. 

대학생 시절, 한창 부르고 다니던 민중가요가 생각난다. 가사 중에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국민을 옥죄는 법, 헌법 위에 군림하는 악법, 그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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