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6:10 (목)
책들의 풍경_미국의 네오콘 연구서 붐
책들의 풍경_미국의 네오콘 연구서 붐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4.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强硬 윌슨주의'의 진실

지난 몇 년간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했던 뉴스가 이라크전쟁과 테러리즘에 관한 것이었다면, 그에 못지않게 빈번히 접했던 단어는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선 주로 언론 위주로 ‘네오콘’이 논해졌을 뿐, 본격적인 학술연구는 공백상태였다. 최근에 와서야 ‘미국의 진실: 자유의 여신상 속에 감추어진 진실’(롬 인터내셔널 지음, 이치 刊)과 ‘네오콘의 음모’(오타 류 지음, 아이필드 刊) 정도의 번역서가 나왔고, 백창재 서울대 교수의 ‘미국 신보수주의의 분석’과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미국 네오콘의 제국기획’ 정도의 논문이 나왔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학·국제정치 전공자들 14명이 공동으로 펴낸 ‘네오콘 프로젝트’(남궁 곤 편, 사회평론 刊)는 가장 눈에 띄는 네오콘 본격 연구서다. 네오콘의 사상적 뿌리에서부터 실제정책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일회성 연구가 아니란 점에서 이  분야 연구의 본격적인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네오콘 연구서가 이미 많이 나와 있는 미국에선 연구경향이 넷으로 나뉜다. 첫째, 화술방식분석방법, 둘째, 사고유형 분석방법, 셋째, 권력네트워크 분석방법, 넷째, 정책전략 분석방법이다. 이 책도 이런 방법론을 고루 채택했다. 1부는 미국 신보수주의의 역사적 배경과 사상적 뿌리를, 2부는 신보수주의 이념의 구성체계와 구체적인 주장내용이 무엇인지를 정치, 사회경제, 외교 이념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3부는 신보수주의 흐름이 미국내 현실정치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를, 4부는 동북아와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을 고찰한다.

이를테면 손병권 중앙대 교수가 맡아 화술방식 분석방법을 통해 신보수주의의 역사적·이념적 배경을 고찰한다. 손 교수는 그 근원을 뉴딜시대로 거슬러올간다. 3장에선 안병진 창원대 교수가 사고유형 분석방법으로 신보수주의의 사상적 뿌리를 다루는데, 그 뿌리는 다름 아닌 레오 스트라우스다. 플라톤 철학 등 고대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트라우스의 사상은 어빙 크리스톨, 윌리엄 크리스톨 등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 정치사회세력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은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네오콘의 외교정책과 사회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을 분석한 이정희 교수의 글은 본격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한편 어빙 크리스톨, 어윈 스텔처 네오콘 리더들의 사상을 직접 맛보려 한다면 ‘미국의 힘’(네모북스 刊)을 봐야 할 것이다. 그간 네오콘은 ‘음모가 있다’ 혹은 ‘과거회귀적 도그마다’라는 누명(?)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사상을 한군데 담았다. 흔히 네오콘들의 저술형태는 단행본보다는 정기간행물에 기고하는 형식이라는데, 여기 모인 글들도 전부 에세이류다. 이들은 자신들을 ‘카발(비밀결사체)’로 보는 것에 대해 거부하며, 자신들을 ‘매우 느슨하게 묶인 개인주의자들’이라 강조한다. 

어쨌든 그렇더라도 이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공통된다. “가능한하 외교를 통해서, (그러나) 필요하다면 무력을 통해서. 가능하다면 유엔을 통해서 (그러나) 필요하다면 일방적 행동을 통해서, 미국의 적으로부터 호전적 행동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선제공격감행”. 네오콘인 맥스 부트가 그의 에세이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네오콘들은 전 대통령 지미 카터와 같은 ‘온건적’ 윌슨주의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신념을 미국의 힘에 반영시키고자 하는 ‘강경한’ 윌슨주의자들이다. 지금 미국에선 어빙 크리스톨이 다듬은 네오콘의 목표에 대해 상당한 지지층이 형성돼 있는데, 영국에도 수출돼 활황을 이루려는 조짐을 보인다.

‘메가테러리즘과 미국의 세계질서전쟁’(구춘권 지음, 책세상 刊)과 ‘글로벌리제이션에서 군사적 제국주의로’(오오니시 히로시 지음, 한울 刊)는 탈미국, 혹은 반미국적 입장에서 쓰여진 연구서다. 즉 평화연구적 관점이다. ‘메가테러리즘…’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테러는 줄지 않고 있다”라는 흔한 주장을 펴고 있긴 하지만, ‘메가테러리즘’이란 개념규정에 주목해볼만하다. 저자가 처음으로 사용한 이 개념은 기존 ‘테러리즘’이 “사회의 관심을 끌려는게 주 목표”였던 것에서 ‘메가테러리즘’은 “최대한 많은 인명을 살해함으로써 사회를 공포와 충격으로 몰아넣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는 추이를 잘 짚어내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리제이션…’은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기반으로 현재의 미국을 분석한다. 21세기에 글로벌리제이션의 한계와 군사적 제국주의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라는 주장이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오늘날 얼마나 적합한 틀일지는 모르나, 어쨌든 저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가 결합해갈 때 미국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