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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몇 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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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승인 2021.09.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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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밸루쿠스』 김민주 지음 | 288쪽 | 지식의날개 (세종도서 교양부문)

한국대학출판부, 우수 학술서 선정
세종도서·대한민국학술원 각 6권, 22권

한국대학출판부가 우수 학술서로 주목 받고 있다. 2021년 세종도서 상반기 교양부문에 『호모 이밸루쿠스』,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의 치매 일문일답』, 『러시아와 그 이웃 나라들』, 『과학의 씨앗』 등 6권이 선정됐다. 세종도서에 선정된 도서들은 사회과학, 순수과학, 기술과학, 예술, 문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 받았다. 또한 2021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힌두이즘의 원류』, 『8세기 말  중국에서 인도로 가는 두 갈래 여정』, 『생태비평의  이론과 실제』, 『한국의  노동정치』 등 22권이 뽑혔다. 이 도서들은 인문학, 사회과학, 한국학, 자연과학을 아우른다.

죽을 때까지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우리나라만큼 시험에 목매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예쁘다, 잘생겼다 등의 평가 환경에 노출되어 있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시험을 통해 공부를 잘한다, 못한다로 구분 지어 잘하면 더 잘해야 한다고, 못하면 지금보다 잘해야 한다고 압박을 받아 왔다. 심지어 집이나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에도 급여나 소유 재산을 기준으로 대출금액과 금리가 결정된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평가를 받으며 살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공적․사적 모임을 자제하며 대면 접촉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학교는 온라인으로 개학했고,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법칙이 바뀌었지만 단 한 가지, 시험과 평가를 실시해야만 한다는 사실만은 바뀌지 않고 모두에게 받아들여졌다. 학교에 갈 수 없어도 시험은 보아야 했다. 평가 일정이 연기되고 장소가 달라졌을 뿐, 시험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바뀐 세상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시험과 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사회를 ‘평가지배사회’라고 진단하며, 평가지배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을 ‘호모 이밸루쿠스’라고 지칭한다. 시험과 평가는 학창 시절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취업, 승진은 물론이고 정부와 또 우리의 일터도 모두 평가 대상이 되며, 일상과 생활 속에서 평판이라는 또 다른 차원의 평가도 존재한다. 최근 ‘공정’이 최대 화두로 부각된 한국 사회에서 시험은 그 결과가 강력한 근거가 되어 경쟁우위의 지위와 자격 획득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면서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는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가의 굴레 속에서 평가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호모 이밸루쿠스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평가지배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시험 인간으로서의 호모 이밸루쿠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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