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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가스터빈, 우리도 이제 만든다
첨단기술 가스터빈, 우리도 이제 만든다
  • 유만선
  • 승인 2021.09.0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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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⑦

지난해 이맘 때 모 발전회사에서 폐기되는 발전설비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과학관에 잘 전시할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발전회사로부터 받기로 한 물품은 ‘가스터빈’인데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현대 항공기술사나 발전사에 큰 영향을 미친 기계장치이다.

가스터빈은 뜨거운 가스의 흐름을 통해 터빈날개를 회전시킴으로써 가스의 열에너지를 터빈의 (회전)운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이러한 가스터빈의 원리는 50년대 그리스 과학자 헤론이 만든 에어리파일(aeolipile)에 적용되었는데 이 장치는 가열된 구형의 용기 속에서 한쪽 방향으로 배출되는 뜨거운 수증기에 의해 용기가 회전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1500년대 유명한 예술가이자 발명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디자인한 스모크잭에는 굴뚝의 출구에 터빈을 설치하여 연소가스로부터 회전력을 얻어내는 아이디어가 담겨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발전용 가스터빈. 사진-두산중공업

또한 1600년대 이탈리아의 공학자 지오바니 브랑카가 제안한 스탬프밀)은 노즐을 통해 빠른 흐름을 갖게 된 증기를 터빈에 충돌시킴으로써 방아를 찧게 하는 방식이었다. 현재의 가스터빈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서 1791년 영국의 존 바버가 특허 등록한 장치가 있다. 그는 이것으로 말이 없는 마차를 움직이려 했다. 

현대에 이르러 제작되고 있는 가스터빈은 그 구성이 압축기, 연소기 그리고 터빈으로 크게 구분되어 설명된다. 압축기는 외부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높은 비율로 압축하는데 발전용은 약 18배, 항공기용은 30배까지 압축하게 된다. 이때, 자동차에서 쓰이는 왕복동식 엔진(reciprocating engine)이 흡입-압축-연소-배기와 같이 흡입한 공기를 불연속적으로 압축하는 것과 달리 가스터빈에서는 흡입된 공기가 여러 단의 날개들 사이를 통과하며 연속적으로 압축되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크게 압축되어 밀도가 높아진 공기덩어리들은 연소기에 들어가 액적(droplet)이나 가스 형태의 연료와 만나 연소됨으로써 열에너지를 크게 발생시킨다. 밀도있는 공기(산소) 속에서도 연료를 골고루 분포시키고, 점화시켜야 연소되지 않고 버려지는 연료가 없기 때문에 연소기의 설계는 공학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뜨겁게 가열된 연소가스가 일을 하기 위해 향할 곳은 터빈이다. 터빈 또한 압축기와 마찬가지로 축에 여러 단의 날개들이 붙어 있는 구조인데 압축기와 하는 역할은 정반대이다. 압축기는 ‘날개가 회전하는 일을 함’으로써 날개 사이를 통과하는 공기가 압축되도록 하는 반면, 터빈은 ‘연소가스가 터빈날개를 밀어내는 일을 함’으로써 터빈이 회전하도록 한다. 전자는 가스터빈이 공기라는 유체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고, 후자는 가스터빈이 연소가스라는 유체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것이다. 결국, 연소가스를 통해 터빈이 갖게 되는 회전운동에너지가 압축기를 회전시키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발전소나 항공기에서 가스터빈은 좋은 동력발생장치로서 최근까지 잘 활용되고 있다.

오염물질 최대한 적게 배출하는 연소기 설계

가스터빈의 개발을 위해서는 수십 톤의 무게를 갖는 날개를 분당 수 천 번 회전시키면서도 진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쇠를 녹일 정도의 온도로 가열된 연소가스와 만나면서도 녹거나 산화되지 않는 터빈날개를 개발해야 하며 환경에 피해를 주는 황산화물질(SOx)이나 질산화물질(NOx)을 최대한 적게 배출하는 연소기를 설계해야 한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월 우리나라 또한 가스터빈을 제조하는 국가가 됐다. 발전용으로는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다음으로 다섯 번째라 한다. 예전 학생시절 한 전문가분으로부터 “미국회사에서 만든 가스터빈이 고장 났었는데 수리를 위해 방문한 회사 측 기술자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최고급 대우로 모셔야 했고, 수리하는 동안 관련된 현장에 한국인 기술자의 진입은 철저히 금지됐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방국가조차도 철저하게 선을 긋는 첨단기술을 우리나라도 확보하게 되었다는 것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나뿐이랴.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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