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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2030년까지 ‘대학 생태계’ 바꿔야”
“늦어도 2030년까지 ‘대학 생태계’ 바꿔야”
  • 정민기
  • 승인 2021.08.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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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2021년도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
"정부와 대학이 위원회 구성해 미래교육 '새판' 짜야"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인구학의 관점에서 대학의 미래를 조망했다. 그는 늦어도 2030년까지 대학 생태계 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포럼 유튜브 생중계 캡쳐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인구학의 관점에서 대학의 미래를 조망했다. 그는 늦어도 2030년까지 대학 생태계 판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포럼 유튜브 생중계 캡쳐

“2044년이면 수도권대학도 파격 불가피”
“입시·대학기능·대학위치·대학원·교수 상 등 모두 재구성해야”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송석언 제주대 총장)는 26일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도전과 미래’라는 주제로 ‘2021년도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전남대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인구감소,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교육환경의 도전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대학-산업체’ 간 협력기반 혁신교육모델을 통해 대학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선 송호근 포항공대 석좌교수가 ‘성공의 위기, 그 벼랑에 서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가 ‘국가거점국립대의 생존전략: 인구학적 관점에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좌장으로 종합 토론과 질의 응답을 진행했다. 패널로는 강민정 국회의원, 김헌영 강원대 총장,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차정인 부산대 총장,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참여했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학의 관점에서 대학의 미래를 조망했을 때 두 가지 물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첫 번째는 인구 변화는 대학을 ‘언제,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두 번째는 대학은 이런 변화에 ‘어떤 대응’을 펼쳐야 하는가이다. 조 교수는 두 질문에 답에 따라 대응 전략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향후 대학 재적 상황의 전망을 4단계(급감기, 숨고르기, 폭락기, 포기)로 나눴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쳐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향후 대학 재적 상황의 전망을 4단계(급감기, 숨고르기, 폭락기, 포기)로 나눴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쳐

먼저 대학의 위기가 향후 30년간 어떤 양상으로 다가올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조 교수는 18~24세에 해당하는 내국인의 수와 대학 재적 인구수를 비교했다. 그 결과 4단계로 미래가 그려졌다. 이미 이번해부터 가시화된 대학 재적 인구 감소는 2028년까지 이어진다. 조 교수는 이 기간을 ‘급감기’라고 명명했다.

2028년부터 7년간은 잠시 재적 인구가 유지되는 이른바 ‘숨고르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2035년부터는 급감기보다 더 극심한 극심한 학령인구감소가 찾아올 것이다. 조 교수는 이를 ‘폭락기’라고 설명했다. 한계점은 2044년일 것으로 예상된다. 2044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대학들도 피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지역대학이 모두 사라진다고 가정해도 학령인구가 수도권 전체 재적학생 수보다 적어지기 때문이다.

수도권대학 10% 감축해도 2044년 타격 못 늦춘다

수도권대학의 정원을 10% 감축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숨고르기’ 기간이 2년 늘어날 뿐이다. 2044년이 되면 수도권 대학에도 심각한 위기가 불어닥칠 것이라고 조 교수는 예상했다.

만약 전체 거점국립대의 정원(약 21만 명)을 포함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2036년부터 시작된 극심한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가 2년 더 빠른 2042년에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수는 “정해진 미래를 관찰한 후 인구학적 전략을 내놓는다면, 대한민국의 ‘대학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판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거점국립대나 지역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대학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조 교수는 “대학입시, 대학의 기능, 대학의 수·위치, 대학원, R&D, 산학연 구조, 교수 상(象) 등을 모두 재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 생태계의 새로운 판 설계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 교수는 주장했다. 또한 “급감기에 해당하는 지금부터 변화를 준비·시작해야 하며, 아무리 늦어도 숨고르기 초반인 2030년까지 완성해야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 생태계의 변화는 비단 대학뿐만 아니라 사학연금, 국가 HR, 국가와 기업의 R&D, 기업의 인재 모집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기적 임시방편으로는 문제 해결 못 해”

대학의 위기는 이미 10년 전부터 예고돼왔다. 정확한 수치가 말해주는 학령인구 감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현재 위기가 도래했다. 조 교수는 “지역대학들의 고통은 정해진 미래”라며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으로는 2년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한 “대학 차원에서 단기적인 임시방편만 설계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대학 생태계의 새로운 판이 만들어질 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영태 교수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인구학전공으로 석·박사를 했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재직 중이며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베트남 정부 인구정책 자문으로 활동하며 베트남의 인구정책이 가족계획 중심에서 고령화와 발전 중심으로 변경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진=경상국립대 제공
사진=경상국립대 제공

송석언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장은 “최근 우리나라 대학 교육환경은 코로나19 등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이러한 도전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학발전을 위한 고등교육 체제 정립과 국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방대학의 위기는 정주 여건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대학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고등교육 재정 확충, 각종 규제 완화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하고 대학 안팎으로 공유와 협력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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