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년∙육아휴직∙병가휴직 없는 곳 다수
정년트랙 전환 안 돼 승진 자체가 불가능
교수사회의 차별 실태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전국교수노동조합(위원장 박정원 상지대 교수)이 지난 24일 발표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실태조사’ 결과 임금 수준, 책임강의시수, 복지처우, 승진제도 등 전 분야에 걸쳐 정년트랙 교수와 비정년트랙 교수 사이 제도적 차별이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노조는 비정년트랙 교수 처우에 대해 지난 7월 1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15개 대학(일반대 12, 전문대 3)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는 보수 수준이 꼽혔다. 조사 대상 대학의 78.6%가 비정년트랙 교수의 임금이 동일한 경력과 조건의 정년트랙 교수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답했다. 채용 시점에 따라 임금 수준이 더 낮아지는 대학도 있었다. 비정년트랙 교수는 70% 이상이 1~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재임용이 되더라고 임금이 인상되지 않는다’고 답한 대학이 53.3%로 과반을 넘겼다. 재임용 횟수에 제한을 둔 대학은 없었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책임강의시수 항목을 보면 강의전담 비정년트랙 교수는 연간 평균 23.6학점을 담당하는 데 반해 정년트랙 교수는 19.4학점을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4.2시수 차이다. 교수노조는 “일반적으로 연구실적은 강의전담 전임교원(비정년트랙)과 정년트랙 교원 사이 큰 차이가 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위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제도 차이도 컸다. 모든 조사 대상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교수는 ‘연구년이 없다’고 답했고, 육아휴직이 없다는 응답은 46.7%, 병가휴직이 없다는 응답은 40%, 연구비 지원이 없다는 응답은 33.3%였다. 교수노조에 따르면 육아휴직과 병가휴직은 무급으로 지원되는 경우가 많았고 연구비는 강의와 연구교수에 따라 50만원, 500만원씩 차등 지급되거나 논문 투고료만 지원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승진의 길도 대부분 막혀 있었다. 60%의 대학이 비정년트랙의 승진 가능한 범위가 조교수까지라고 응답했다. 승진제도가 없는 셈이다. 부교수까지라고 응답한 곳이 33.3%였고 정교수까지라고 답한 대학은 한 곳이었다. 더 교묘한 사례도 있었다. 2017년 이전에 임용된 교원은 7년차에 정년트랙으로 전환돼 교수까지 승진이 가능하지만 2017년 이후 인사규정에 해당조항이 삭제되면서 승진길이 막힌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근무 연수와 업적평가를 바탕으로 매년 급여 산정 및 인상 등 현실적인 기준 마련 △계열전환 정량화나 직무전환 기준 마련 △1인 연구실 제공 △정년트랙 교수에 의한 위계적 강의배정 해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정년트랙 교수들이 비정년트랙 교원을 두고 논문 덜 쓴다며 자질이 부족하다고 업신여긴다”거나 “정년트랙은 비정년트랙의 차별을 인식하지 못한다” 등 기본적인 인식 격차 역시 극심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조사 대상이 된 대학들은 정년트랙 교수가 67.6%, 비정년트랙 교수가 32.4%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비정년트랙 비율이 52.9%로 권역 중에서 가장 높았고, 일반대는 30.8%, 전문대는 38.3%로 전문대의 비정년트랙 구성 비율이 더 높았다. 73.3%의 대학이 비정년트랙 제도를 도입한지 10년 이상 되었다고 답했다.
박강수 기자 pps@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