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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신들
한국의 여신들
  • 이지원
  • 승인 2021.08.26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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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경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484쪽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한국 여신신화의 문화사회학

 

가부장제가 성립되기 이전에

여성들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사회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유화부인, 자청비, 바리공주(바리데기), 마고할미, 설문대할망... 이 여신들의 이름이 지금껏 우리에게 전해진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일찍이 유학에 바탕을 둔 합리적 사유가 지배하던 한국 사회에서 여성 중심 신화의 문헌 정착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이는 간난고초의 세월을 보내던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들 사이에서 이어져온 여신신화가 한국 여성의 끈질긴 생명력을 반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긴 시간 우리 신화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경로로 전승되어온 여신신화들을 대상으로 삼아, 이 여신들의 원형은 과연 누구였으며, 그에 대한 신앙이 한국 사회에서는 어떠한 형태로 전개되어왔는지 추적해나간다. 저자의 통찰 아래 재설정된 여러 여신의 유형 및 범주들-지모신, 창세의 여신, 성모신, 농경 관련 여신, 사랑과 갈등의 여신, 이계의 여신, 제의 속 여신 등-과 그 연구방법론들-기능주의, 상호해명법, 문화사적 방법론 등-은 한국 여신신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총체적인 재구성을 모색한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여신신화는 단지 가부장제에 의해 변형ㆍ변개되어서만 존재하는 부차적 서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외연에 의탁할 필요 없는, 한국의 페미니즘을 길어 올릴 신화적 근원들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학술기획총서 ‘知의회랑’의 열아홉 번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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