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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확보 어렵다" 70.7% … "대학위기, 교육부 책임 커"
"경쟁력 확보 어렵다" 70.7% … "대학위기, 교육부 책임 커"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4.1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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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하이브레인넷 박사 9백70명 공동 설문조사

교수신문·하이브레인넷 공동 설문조사 "대학구조개혁방안"

교수신문은 창간 13주년을 맞아 학술연구원채용정보사이트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과 공동으로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에 대해 박사 학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학 개혁'이 올해 대학가의 화두로 꼽히는 만큼, 이번 설문조사에는 교수·연구원 등 9백70여명의 박사들이 참여했다.

객관적인 설문조사 진행을 위해 이현우 경희사이버대 교수(정치학), 김은규 중앙대 강사(신문방송학)가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교수·대학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에 적극 참여해준 9백70명의 박사급 신진 교수·연구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조사방법
▷ 설문조사 주제 :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
▷ 조사 방법 : 하이브레인넷 홈페이지(www.hibrain.net)을 통한 인터넷 설문조사
▷ 조사기간 : 2005. 3. 17∼2005. 4. 14
▷ 참여자 : 9백70명(박사학위자)
▷ 진행·분석 :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은 어떤 사이트?
하이브레인넷은 창원대 데이터베이스연구실(컴퓨터공학과 우용태 교수)이 운영하는 학술·연구·채용 포털사이트이다. 교수, 연구인력 채용정보와 다양한 학술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국에서 박사를 취득한 유학생들이 국내 취업을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내년에 10년째에 접어드는 하이브레인넷은 10만여명의 석박사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 최고의 브레인풀로 평가받음에 따라 서울대 등 1백20여 대학과 2천여 연구기관에서 채용공고를 의뢰하고 있다.

대다수의 신진 교수·박사 연구자들이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방안을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보지 않았다. 교육부가 구조개혁방안을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보고 있는 것과는 대척점을 이루는 의견들이었다.

전체 응답자 9백70명 가운데 5백78명(59.6%)이 대학구조개혁방안에 대해 '구조조정 효과는 있겠지만 경쟁력 확보방안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구조조정 효과가 없고, 경쟁력 확보 방안도 아니다'라고 응답한 교수·연구자들도 11.1%의 비율을 보였다.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조정 대책이다'라는 응답은 22.1%에 그쳤으며,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라는 응답은 7.2%였다. 전체의 70.7%가 구조개혁방안에 머리를 저었다. 이는 구조개혁방안이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으로서라기 보다 국·공립대 통·폐합, 정원 감축 등 대학을 다운사이징하는 방안으로 인식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대학 구조개혁이 교육부의 주도로 이뤄진다는 데에 대한 불만도 엿보였다. '대학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일부 동의한다'가 45.9%로 가장 많았고, '전적으로 동의한다'가 19.2%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17.3%,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9.5%, '그저 그렇다' 8.1% 순이었다. 전체의 60% 이상이 교육부의 간섭 없이 시장논리에 의해 대학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

대학구조개혁방안이 시행된 이후 전개될 대학사회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교수 조기 명예퇴직, 급여 삭감 등이 심화될 것이다'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라는 의견이 전체의 82.9%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저 그렇다'와 '동의하지 않는다'는 각각 10.6%, 6.5%에 불과했다.

대학입학 지원자수 부족 등으로 인해 '학생 모집 강요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의견이 86.9%의 비율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기초학문 분야가 위축'된다는 주장에 90.3%가 동의했으며, '지리적 이점으로 수도권 대학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에는 87.7%가 공감을 나타냈다.

구조개혁방안이 마무리되는 2008년도까지 '신임교수 임용이 확대돼 교육여건이 개선될 것이다'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39%, '동의하지 않는다' 33%, '그저 렇다' 28% 등의 비율을 보였다.

특이할 만한 점은 전공별로, 직업별로 답변의 양상이 다소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선택과 집중식 국고 지원 방식'에 대해 전체적으로는 '더 확대해야 한다'(43.2%)가 '중단해야 한다'(34.5%)에 비해 많았지만, 사회 계열 교수·연구자들의 경우 '중단해야 한다'(42%)는 견해가 '더 확대해야 한다'(39%)는 견해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공학 계열 교수·연구자들의 경우는 '더 확대해야 한다'(48.6%)라는 견해가 '중단해야 한다'(27.2%)라는 견해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는 누리사업 등 '선택과 집중식' 국고 지원의 수혜를 받는 계열이 인문·사회·자연 계열 보다 공학 계열에 치중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직업별로 보면, 연구자들은 '더 확대해야 한다'(49.3%)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지만, 교수들은 '중단해야 한다'(44.9%)에 가장 많이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구조개혁이 대학·교수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경우에도 연구원이 '반영하고 있다'에 52.2%, '반영하고 있지 않다'에 47.8%로 응답한 반면, 교수들은 '반영하고 있지 않다'에 59.9%, '반영하고 있다'에 40.1%로 답하는 등 보다 비판적이었다.

학생 미충원율의 급증, 지방대의 경영난 등 '대학 위기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교육부, 대학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라는 답변이 46.2%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대학 신설을 인가한 교육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가 33.0%로 많았다. 뒤 이어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주체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12.0%), '수도권 대학의 증원, 편입 확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7.6%), '잘 모르겠다'(1.1%) 순이었다.

교수 응답자의 경우는 교육부 책임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교육부에 가장 큰 책임'이 45.9%로 다수 의견이었으며, '교육부, 대학 모두 책임'은 36.9%로 그 다음으로 많았다. '대학 설립 운영 주체'는 10.5%, '수도권 대학 증원, 편입 확대'는 6.4%, '잘 모르겠다'는 0.3%였다.

'대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백화점식 대학운영'이 19.8%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그 다음으로 '지방대의 학생 충원 부족'(15.2%), '이공계 위기'(13.6%), '기업의 요구와 괴리된 대학 교육'(9.9%), '우수학생 치의대 집중 현상'(9.4%), '대학의 재정 부족'(9.4%),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따른 획일화'(8.9%), '인문학 교육 실패'(6.4%)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이 밖에 기타의견으로 △비전임교원의 증대 △교수들의 무사안일주의 △교육보다 입시에 매몰된 대학 △경제 논리에 따른 비인기학과 폐과 △특정 설립자의 대학 사유화 △교수 임용 비리 △학위 남발 및 국내 박사 학위자 차별 △수도권 대학 비대화 △대학 서열화와 학벌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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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05-05-06 13:48:32
교재를 요약정리하는 수준의 교육으로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졸업생을 배출할 수는 없다. 교재의 내용은 과거의 것이거나 외국의 내용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강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능력이 없는 교수는 퇴출시켜야 한다. 이때 자기 혼자로는 연구다운 연구를 할 수 없는 자가 후배교수 또는 대학원생의 연구에 무임승차하는 자들도 이에 해당된다. 이는 전임이나 비전임 공통의 기준이 된다. 이때 평가는 대학 자체가 아닌, 외부의 공신력있는 기관에 소속된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자들이 퇴출된 후에 연구 등을 통해 강의내용을 개선할 수 있는 교수의 수에 표준학생비율로 산정된 인원을 대학정원으로 한다면, 다운사이징을 통한 구조조정은 무난할 것이다. 이는 대학의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