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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관리의 기본은 신속한 해명과 사과
위기 관리의 기본은 신속한 해명과 사과
  • 김재호
  • 승인 2021.08.27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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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위기 사회 대한민국, 생생한 사례 연구』 유재웅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18쪽

애매모호한 주체가 아니라 책임 있는 자가
피해자가 듣고 싶은 사과 메시지 전달해야

“대한민국은 위기공화국이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이 표현은 한국의 위상을 드러낸다. 저자 유재웅 을지대 교수(의료홍보학과)는 위기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개인, 기업과 일반 조직, 정부. 유 교수는 슬기로운 위기관리를 위해 △논박이 가능한 양면 메시지 △주제와 수용자 및 설득 목적에 따른 통계나 내러티브 방식의 메시지 △명시적 결론 제시 △투명한 정보공개와 신뢰성 등을 제시했다. 물론 이 방법들은 각 사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제일 처음 소개되는 사건은 지난해 7월 발생한 배우 박 모 씨의 캐디 갑질 의혹 논란이다. 아직 진실이 밝혀진 건 없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갑질은 유명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갑질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발생한다. 유 교수는 돈을 내고 골프를 치는 사람이 캐디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기에 배우 박 모 씨가 대중여론전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배우 박 모 씨의 감정적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 현장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바로 항의해야 한다. 피해자 코스프레가 아니라 증거에 입각한 냉철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업과 일반 조직 차원에서 위기가 늘상 발생한다. 2019년 3월 21일, 교학사 전직원 일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을 게재한 것에 대해 “편집자의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조롱할 목적으로 합성된 것이었다. 교학사 관계자는 사전 조율 없이 노무현재단에 직접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상황은 악화됐다. 유 교수는 이 사건을 분석하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이해관계자와 수용자가 듣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과의 진정성과 명의를 되짚어보았다. 사과문에는 ‘교학사 전직원 일동’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애매모호한 주체가 아니라 책임 있는 자의 명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2019년 4월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으로 인해 굉장히 위험했다. 하지만 범정부차원에서 총력 대응해 신속히 산불을 끄고 피해를 최소화했다. 강원 고성 산불은 하루만에, 나머지 지역은 사흘만에 진화됐다. 이 산불 진화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인력과 자원이 동원됐다. 하지만 문제는 두 달 후에 나타났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산불 피해자들을 위해 예산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예산 추경 안에 여야의 대립으로 심사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다.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주민들 입장에선 속이 터졌다. 

강원도 산불 위기 대응을 분석하며, 유 교수는 사후관리의 측면에서 ‘타이밍’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의미가 없어진다.” 또한 위기에 대한 진행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주민이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보상 문제가 마무리 되지 못했다. 아울러, 예산 집행의 측면에서 법을 따를지, 위기 해결을 따를지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합법성과 합목적성 사이의 사각지대를 해결해야 한다. 

『위기 사회 대한민국, 생생한 사례 연구』 마지막 장에 다음 구절은 누구나 어떤 조직에게나 해당하는 교훈이다. “조직이나 개인을 가리지 않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기본 중 기본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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