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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현 중앙대 교수, IT 강국이었던 한국... “지금은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 IT 강국이었던 한국... “지금은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
  • 정민기
  • 승인 2021.08.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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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인공 지능 없는 한국』 쓴 위정현 중앙대 교수

한국이 인공지능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객관적인 지표로 드러나고 있다. 영국의 컨설팅 그룹 옥스퍼드 인사이트가 2019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AI 준비 지수’는 세계 26위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2019년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AI 인재 상위 500명 가운데 한국인은 고작 7명 뿐이다. 한때 IT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산업혁명 기술에서 소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지난 9일 인터뷰에서 "한국은 지난 10년간 IT강국이라는 신화에 취해 인공지능 분야에 아무런 준비를 안했다"고 비판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부·사진)는 최근 출간한 『인공 지능 없는 한국』을 통해 인공지능이 한국 사회 각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위 교수는 “지난 10년간 한국은 IT 강국의 신화에 취해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산업으로 IT 예산을 급격하게 줄였고 뒤이은 정부도 같은 기조를 보였다. 또한, 기술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도 계속 미뤄지면서 AI는 물론 사물인터넷·AR·VR콘텐츠 등을 둘러싼 기술 혁신이 지연되고 있다. 

위 교수는 현재 한국 상황을 보며 “일본 경제의 뼈아픈 경험이 AI 시대를 앞두고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AI는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조총과 유사하다. AI는 아직 실용화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지만 그 잠재력과 파괴력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9일 위 교수를 만나 인공지능과 관련해 한국이 처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물었다. 


△ 책에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다.

“한국 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블라인드 채용’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120~140학점 정도를 취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50명에 가까운 교수들에게 다각도로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전문가가 투입된 평가를 무시하겠다는 발상이 바로 블라인드 채용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학은 이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스스로 고등 교육 기관으로써 의무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 실제로 학생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보는가.

“대학생 230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학이 인공지능에 대비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학생들도 인공지능의 시대에 지금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필요하고 적절한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인공지능 핵심 인력 양성 위해서는 초중등 연계된 교육 필요하다.

 


△ 과기부가 진행하는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 확대 사업은 어떻게 보는가.

“단기적으로는 필요한 인력수급에는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인력의 수준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인력에는 범용인력이 있고 핵심 인력이 있다. 지금 인공지능대학원과 SW중심대학은 범용인력을 양성하는 방향이다.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배경지식이 없는 학생들을 모아서 속성으로 인공지능을 배우도록 하는 식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AI 알고리즘이나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다.”

 

 △ 핵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일단 학부와 연계된 대학원이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처럼 배경지식이 없는 학생들을 모집해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초중고가 연계된 영재교육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에 특출난 재능을 가진 영재는 초등학생 때부터 남다른 이해력과 응용력을 보인다. 빌 게이츠는 “천재 프로그래머는 일반 프로그래머에 비해 2만배의 생산성 차이가 난다”고 하지 않았나. 이런 아이들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교육 트랙 속에서 교육하면 인공지능 핵심 인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과학고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런데 결국 첨단 인공지능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는 미국에 유학을 보내야 한다.”

 

△ 인공지능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한 가지만 얘기하면, 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실리콘밸리에 있는 인공지능 전문가가 국내 기업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임금이 절반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에서 5억을 받고 일하던 사람이 국내에 오면 2억을 받게 된다. 그런데 기업도 좋은 인력을 끌어오기 위해 5억 연봉을 줄 의향이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2억을 받고 일하는 개발자들이 그런 급여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외국과 한국 인력의 능력 차이와, 그에 따른 급여 차이를 인정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인공 지능 없는 한국 | 위정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336쪽
인공 지능 없는 한국 | 위정현 지음 | 사이언스북스 | 336쪽

 

 

한국은 IT 신화에 취해 세계적인 IT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

 

 


△ 4차산업의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2000년대 한국은 IT 강국이었다. 특히 게임 산업은 전 세계 최고였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국을 주시했다. 그런데 IT 강국이라는 신화에 취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준비가 미흡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IT 예산이 급격하게 줄면서 가속화됐다. 그 기조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고, 문재인 정부에 와서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든 이벤트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다. 한국은 그동안 쌓아온 인력도 없었고 관련 지식도 축적된 것이 없었다. IT 강국과 정반대로 가고 있었다. 세계적인 IT 흐름에서 소외돼 있었다. 따져보면 지금 국내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하나도 없다. 전부 외국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거나 서비스를 베낀 거다. 즉, 미국과 일본의 기술을 따라잡던 IMF 이전 캐치업 성장의 시절로 되돌아간 거다.”

 

△ 중국은 어떤 상황인가.

“중국 역시 미국이 갖고 있는 원천 인공지능 기술에는 약하다. 다만 중국이 잘하는 것은 기존에 나온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응용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자가 유리하다. 중국은 전 국민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쓴다. 예를 들어 중국의 메신저 서비스 ‘위챗’에 올라오는 수많은 음성 녹음은 인공지능 번역기를 만드는데 활용되는 식이다. 참고로, 현재 네이버 번역기보다 중국 번역기가 훨씬 더 잘 된다.”

 

△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들테크(중간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량으로 나와야 한다.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과 ‘강 인공지능’으로 나뉜다. 자아를 가진 강 인공지능은 향후 몇십년간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기능적으로 특화된 중간 기술의 약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규모로 등장하고 보급돼야 한다. 지금 유행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에 인공지능이 결합된 것이 하나의 예일 것이다. 우리도 중국과 같이 응용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대량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회·교육·기업·노동·문화 심지어 고령화 대책 등 한국사회 각 분야에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신속하게 침투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인공지능 기반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한, 인력에 대한 재교육과 훈련도 중요하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새로운 노동 분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따른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재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대선 등과 관련된 국가 아젠다에 이런 미래 국가 혁신과 준비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은 개탄할 만하다.”

 

정민기 기자 bonsense@kyo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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