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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용역마다 과세 … 교비회계 대응자금 지출 '골머리'
연구 용역마다 과세 … 교비회계 대응자금 지출 '골머리'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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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자리 못 찾는 산학협력단 … 법 따로 현실 따로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참가하려고 설치한 산학협력단이 대학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사업비를 집행하려고 조금만 움직여도 각종 법규에 손발이 묶이거나, 예상치 않은 지출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연구비를 집행할 경우 감사 지적사항을 늘릴 뿐이다. 산학협력단 지원에 대학이 적극 나서지 않는 부분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산학협력단과 회계를 구분해야 하는 대학은 산학협력단을 독립된 법인으로 보고 자체적으로 운영되길 요구하지만, 대부분의 산학협력단은 재원도 없고 수익을 창출할 수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 산학협력단 관계자들은 법률상 대학의 하부조직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 시설을 예전처럼 사용할 수도 없고 프로그램도 공유할 수 없는 외부조직과 다름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산학협력단을 둘러싼 제반 법령들이 채 정비되기도 전에 시행됨으로써 각종 문제에 휘말린 각 대학들의 산학협력단 운영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3월 지역협력연구센터사업(RRC)에 선정된 대학들은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로부터 어처구니없는 공문을 받았다. 산자부는 산학협력단장과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대학 총장하고만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산학협력촉진법)'에 따르자면 산학협력 계약에 관한 권한은 산학협력단장에게 위임됐지만, 산자부는 총장만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각 대학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은 당연지사. 그제서야 산자부는 "대학 총장의 위임장을 받아 산학협력단장과 협약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입장을 약간 조정했다. 한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산학협력단장을 계약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차이가 없었다. 법에 위임한다고 명시됐는데도 굳이 위임장을 받겠다는 것. 무엇보다 정부 부처조차 엄연히 입법된 산학협력촉진법을 나몰라라한다는 데에 산학협력단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송영출 광운대 산학협력단장은 "계약할 때마다 산학협력단의 성격을 설명하고 법률 근거 조항을 제시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라면서 "산업자원부가 해결되면 이어서 환경부가 문제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극히 일부분에 속한다는 점이다. 산학협력촉진법이 시행된 지난 2003년 9월 이후 각 대학의 산학협력단은 온갖 곳에서 터지는 무수한 문제로 아직까지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광택 전국대학연구산학협력관리자협의회 총무는 "법률적 검토가 미흡한 상황에서 산학협력단 제도를 도입해 대학들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세 적용에서부터 대학 소속 교직원의 겸무와 인건비 문제, 관세 적용, 계약주체의 법적 권리 문제 등 법률 보완이 시급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가령 산학협력단의 수익사업에 법인세가 부과되는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산학협력단이 특수법인 성격을 지님에 따라, 국세청은 산학협력단이 전담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연구개발용역사업까지도 법인세가 부과되는 수익사업으로 여기고 있는 것. 지금까지 학교법인의 수익사업에는 과세를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들의 불만은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기관의 연구개발용역을 산학협력단으로 옮기자마자 과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의 사업마다 회계 처리 규칙이 저마다 다르고 복잡해 연구비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에 속한다. 교비회계에서 산학협력단 회계로 전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행정의 비효율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누리사업 등 국책사업들의 대부분이 국고보조금에 대한 대학의 대응자금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법률상 대응자금을 산학협력단으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기존과 같이 교비회계에서 예산을 편성·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응자금에서 인건비의 50%를 지급하겠다고 한 대학들의 경우에는 대학 소속의 교원에 대해 산학협력단 회계에서 50%, 교비회계에서 50%를 지급하고, 각각의 회계에서 세금을 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게다가 산학협력단은 운영수익의 차익일 때만 교비회계로의 전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 소속 교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급이 고유목적 외 지출이 아니냐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박승원 경남대학교 산학협력단 과장은 "특수법인인 산학협력단과 교비 회계를 명확히 구분하고자 하지만, 인건비 지급, 대응자금 집행 등 정부재정지원 사업 추진에 있어 산학협력단 회계가 교비회계와 얽히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라며 현실과 괴리된 법률 조항들을 문제 삼았다.

또 법적으로 산학협력단이 수익사업체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학 소속 교직원에 대한 인건비 지급은 사립학교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겸직'에 해당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회계가 구분돼 있기 때문에 직원을 파견해도 문제가 된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대학의 하부조직이면서도 특수 법인이라는 모호한 특성이 기존의 법과 상치돼 법리 논란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 적용도 대학들이 비판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대학이 수입하는 학술연구용품이나 기자재에 대해서는 관세를 감면했는데, 올해 2월 관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산학협력단이 구입할 경우 관세를 적용했던 것. 학교 명의로 구매한 후 산학협력단이 대금을 지급해 탈세하는 편법을 활용하지 않는 한 국고보조금의 일정 금액이 공중에 사라졌던 것이다. 2월 이전에 구입한 외산 기자재의 경우 관세를 되돌려받지 못하는 것에 불만도 높다.

취지에 맞게 산학협력단이 대학의 연구 성과와 기술을 수익과 연계되기 위해선 도입초기에 놓쳤던 행정 법률적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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