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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나체주의자도 마스크 끼세요
코로나19, 나체주의자도 마스크 끼세요
  • 유무수
  • 승인 2021.08.1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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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신의 화살』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 홍한결 옮김 | 윌북 | 548쪽

마스크 안 쓰는 나라의 사망자 증가율은 21%
마스크 쓰는 나라의 사망자 증가율은 11%

2021년 8월 9일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억 명, 누적 사망자는 430만 명을 넘겼다. 저자가 교수로 있던 예일대는 2020년 3월에 휴교 했다. 의사이며 사회학자로서 공중보건 활동을 해온 저자는 칩거생활 중에 쓴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생물학적·사회학적으로 조망하고, 인류가 과거에 비슷한 재난들을 어떻게 겪어냈는지 알아보고, 우리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게 될지 설명하고자 한다.”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최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19년 12월 1일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첫 감염이 일어난 장소를 우한의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짐작한다. 시장에서는 때때로 야생동물을 즉석에서 도축해서 팔기도 했으며 청소를 위해 뿌린 물로 바닥이 자주 젖어 있었다. 코로나19 발생 1년 전에 감염병을 경고한 논문도 있었다. “중국 남부의 야생동물 재래시장과 식당 등에서 살아 있는 박쥐를 취급하는 등의 박쥐-동물 간, 박쥐-인간 간 접촉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파괴적인 감염병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증되지 않은 별미의 탐식은 절제할 필요가 있었다.

전자현미경으로 이 바이러스를 관찰할 때 태양 가장자리의 코로나와 비슷한 왕관 모양이 보였다. 그래서 코로나로 불린다.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병이며 발열, 기침, 근육통에서 후각 상실까지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증상은 독감 수준의 느낌을 주는 경증에서 격렬한 고통을 겪는 중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중증의 어떤 환자는 마이크 타이슨과 복싱이라도 한 것 같았다며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했다. 코로나 19의 CFR(case fatality rate, 확진자 치명률)은 0.5-1.2%로 산정되었으며, 통상적인 계절성 독감(CFR: 0.1%)보다 약 10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 중 5% 이상은 폐, 신장, 심장, 신경의 손상으로 장기적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일반 계절성 독감에 불과하다고 호언장담할 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코로나19, 계절성 독감보다 10배 사망률 높아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는 사회적 교류가 차단되며 세상이 침체되는 비탄의 시간이지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는 식의 주관적인 신념은 바이러스를 위축시키지 못한다. 영국에서 맷집으로 버텨보자는 시도, 트럼프의 낙관론 등은 모두 철회되어야 했다. 정치 지도자의 경솔한 자신감이나 아집은 사회의 기강을 어지럽히는 선동으로 작용할 뿐이다. 과학과 합리성의 진실을 성실하게 수렴해야 한다. 저자는 약물적 개입(백신)외에 비약물적 개입(NPI,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s: 자주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자가 격리, 악수 금지, 휴교, 대규모집합금지, 영업중단, 공공장소 소독 등)을 엄격하게 시행함으로써 ‘곡선 평탄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곡선 평탄화, 본문 142쪽

곡선 평탄화는 의료시설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병률을 낮춘다는 의미이다. 일각에서 음모론과 마스크를 거부하는 반발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개입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써 발병자가 급증하면 사회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일반적이지 않은 나라의 사망자 증가율은 21%, 마스크 착용이 일반적인 나라의 사망자 증가율은 11%였다. 그래서 체코 경찰은 나체주의자들에게 옷은 벗어도 코와 입은 가리라고 계도했다. 57%의 인구가 접종을 완료한 시점에서도 이스라엘의 내각은 악수와 모임의 자제를 촉구했다.

코로나19의 R0(기초감염 재생산수)는 약 3.0이라는 역학적 특성을 지녔다. 따라서 면역자 비율계산식(R0-1/R0)에 의하면 67%이상의 인구가 면역을 이루어야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백신접종률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폭이 넓은 사람은 바이러스 접촉의 기회가 그만큼 많으며 슈퍼전파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백신접종을 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백신 회피 능력을 갖추는 진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백신접종은 최대한 많이 최대한 신속히 이루어질수록 바람직하다. 

저자는 사회학적 성찰도 표현했다. 이기적이고 쾌락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 증가한 반면에 사회적 약자를 돕는 선행욕구가 증가한 측면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총기구매와 주류판매량, RV차량의 수요가 급증했다. 저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유한한 삶의 의미를 성찰하면서 영적인 성장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도 많았다. 저자는 백신이 널리 보급된 후에도 몇 년간은 의료, 심리, 경제, 교육 등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범유행 과도기(intermediate pandemic period)’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책결정권자들의 책임의식과 창조적인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의 화살 공격이 트로이에서 역병을 일으켰을 때 아킬레우스가 동시대 사람들이 희망과 용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저자는 과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아킬레우스의 승리가 재현되기를 소망했다. <라이브러리 저널(Library Journal)>은 추천사에서 “이번 범유행을 현시점에서 탁월하게 개괄한 책. 크리스타키스는 코로나19의 전개 과정과 전망을 자세히 알고자 하는 독자의 관심을 100%충족해준다”고 썼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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