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弔辭 :`故 김선종 성균관대 교수를 생각하며
弔辭 :`故 김선종 성균관대 교수를 생각하며
  • 교수신문
  • 승인 2001.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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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29 09:28:11
김형, 저승 가는 길이 그렇게도 급했소. 왜 그렇게도 서둘러 갔소. 5월 4일 부음을 듣고 달려가 알게된 일이지만 건강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하더군요.
그 더럽고 지독한 병마를 상대로 혼자 싸우느라 얼마나 힘들었기에 김형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늙으신 어머니와 사랑하는 부인과 자식들을 남겨두고 그렇게도 무심하게 이승을 하직했단 말이오.
김형이 전국사립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 회장으로 자리하고 있던 시절입니다. 문제있는 사립대에서 부당하게 재임용 탈락한 교수들의 권익을 위해 뛰어다니던 어느 날 우연한 모임에서 독백처럼 한 말이 생각나오. “차라리 무식한 사립대 교주는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악질은 구제불능”이라고 말하면서 그런 인간들과 상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한 말이 새삼스럽소. 그래도 김형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계속하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일이라 했소. 그 날 김형은 참으로 술을 많이 마셨소.
부드러운 얼굴을 함부로 바꾸지 않았지만 공동선과 관련해서는 누구보다도 단호하게 얼굴색을 바꿀 줄 아는 사람이 김형 당신이었소. 이름이 善의 으뜸이니 善하게 살 수 밖에 없었을 것이오. 온갖 술수로 무장하고 공익을 가장하고 사익을 챙기는데 능수능란한 무리들 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소. 외로울 때마다, 사는게 더럽고 치사하다고 느낄 때마다 혼자서 많이 헤매고 술을 너무 가까이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김형, 그쪽에 가보니 어떠하던가요? 善도 惡도 없지요? 더럽고 치사한 꼴 보지 않아도 되지요? 이승에서의 놀음이란 모두 부질없지요? 그쪽이 낙원이라 해도 너무 섭섭하고 김형이 부르는 ‘4월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없는 것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소.
김형!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저승에 간 사람에게 남아 있는 산 자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이승의 모든 것을 내던져버리고 편히 쉬구려. 그렇게 정성을 쏟던 교수신문도 이젠 다 잊구려.
김형을 아끼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다시 한번 명복을 비오.

송병순 영남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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