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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대교협 학문평가, 평가대상부터 再論하자"
교수논평: "대교협 학문평가, 평가대상부터 再論하자"
  • 박남기 광주교대
  • 승인 200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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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 광주교대 교육학

  지난해 물리학과와 경제학과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학문분야평가를 거부한 이후, 올해 사회학과도 평가를 거부함에 따라 학문분야 평가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사회학과가 밝힌 거부 이유는 다양한 대학들의 특성 무시 및 불필요한 비학문적 경쟁 유발에 따른 사회학의 붕괴 가속화, 갑작스런 결정에 따른 준비 기간 부족, 실익 결여 등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평가기준 마련 단계에 해당 학회를 참여시키거나 충분한 준비 기간을 주는 등 몇 가지를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학과가 계속 생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행 ‘학문분야별 평가’라는 용어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 용어는 자칫 모든 학문 분야를 평가해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미국의 경우 전문분야인증기구(specialized and professional accrediting organiz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 고등교육평가위원회의 인증을 받은 전문분야인증기구는 주로 우리 나라의 경영대, 법대, 사대, 의대, 공대 등등의 단과대학이나 전문대학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기구이고, 일부는 건축학과, 도서관학과, 사회복지지학과 등의 프로그램 혹은 학과를 대상으로 하는 인증기구이다. 평가인증 대상은 대부분 자격증 취득과 관련되거나 전문 직업 분야와 관련된 대학원 수준의 학과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도 기초학문 분야까지 포함한 학부 수준의 제반 학과를 평가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적으로 각종 전문대학원을 포함하여 자격증 취득과 관련된 대학원 수준의 학과를 평가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부 수준에 자격증 취득 혹은 특정 전문직업 분야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을 경우에는 학부의 해당 프로그램도 평가 대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어느 기초학문 분야를 평가하고자 한다면, 국가나 범사회적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될 때 이에 대한 해당 학과 공감을 이끌어낸 후 참여 유도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전문분야별 평가인증을 어느 한 기구가 수행하기보다는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기구가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 기구에서 대학기관뿐만 아니라 학문분야까지 평가인증을 시도한 프랑스도 인력과 예산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전문분야별 평가인증기구의 전문성을 인증할 공신력을 가진 대학평가인증원(가칭)은  기존의 인증기구를 인증하는 역할을 수행함과 함께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분야별 평가인증기구가 설립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전문분야별 평가인증 대상을 확대시킬 경우에도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인증의 효과도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도록 융통성을 두어야 한다. 참여를 강제하거나 그 효과를 국가가 제시하면 자칫 바람직하지 못한 획일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인증 결과가 졸업생의 자격증 시험 응시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부터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까지 분야의 특성에 따라 인증의 효과가 서로 다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떠한 경우이든 인증을 받는 것이 보다 나은 학생을 유치하고, 각종 연구비나 기금 유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 필요는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분야별 평가인증기구가 국제적 인증기관과 교류를 통해 인증결과를 국제적으로 공인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문분야에 대해 평가인증을 실시하고자 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해당 프로그램의 질을 인정받도록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문분야별 평가인증기구가 그 역량을 인정받게 되면 우리 나라의 기구가 아시아 차원의 전문분야별 평가인증기구 네트워크 구성을 주도하기를 기대한다. 유럽이 각국의 평가인증 기구를 연결하여 유럽 네트워크를 구성하듯이 우리도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성을 주도할 때 미국 주도의 전문분야 평가인증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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