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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아니면 홍수 … 지구가 이상하다”
“폭염 아니면 홍수 … 지구가 이상하다”
  • 김재호
  • 승인 2021.08.1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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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한 달만에 500여 건 화재 발생
중국 허난성, 독일, 벨기는 홍수로 난리

이상기후의 직접적 원인이 기후변화로 밝혀지면
정부·기업 대상으로 법적 책임 물을 여지 있어

지구가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최근 <B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그리스 에비아섬, 이탈리아, 알제리, 러시아, 미국 남부 지역(딕시)에 난 화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번달만 해도 그리스 전역에선 강풍과 메마른 초목으로 인해 500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남부 일부 지역은 기온이 45도까지 올라갔다. 지중해 폭염으로 칼리브리아, 풀리아, 시칠리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이미 수백 건의 화재가 보고됐다. 알제리 역시 수십 건의 산불로 인해 사망자가 40명 이상으로 늘었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역대 두 번째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오리건주와 캐나다 서부에서도 산불이 났다. 이로 인해 아이오와주, 미네소타주, 뉴욕시까지 공기를 오염시켰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반면, 지난달 중국 허난성 일부 지역을 홍수가 휩쓸어 적어도 302명이 사망했다. 같은 시기 독일과 벨기에도 홍수를 겪었다. 아프리카 앙골라는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6월 대서양에선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허리케인이 발생했다. 

종합하면 한쪽에선 폭염과 화재, 다른 쪽에선 홍수 등 이상기후가 현실이 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기후과학자인 플라비오 레너 코넬대 교수는 “기후변화가 없었을 때보다 이상기후가 더 강하고, 더 길고, 더 심각한지 질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팀 팔머 옥스퍼드대 왕립기후물리학 연구교수는 “최근의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들을 기후변화로 환원할 수는 없다”라며 “이상기후들이 기후변화에 의해 주도되거나 악화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날씨, 어떤 대응이 최선인가

지난 5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재와 홍수: 과학이 극단적인 날씨를 기후 변화와 연관 시킬 수 있나’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이외에도 <뉴욕타임스>, <CNN> 등 해외 매체들은 전 세계 이상기후를 신속 보도하고 있다. 

그리스 에비아섬은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이곳의 산불로 현재까지 서울 면적의 절반 정도가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스위스, 영국 등 유럽의 여러 소방관들은 에비아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현재 850명 이상의 소방관들이 최소 12대 이상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에비아섬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공식 설명을 통해 이번 화재 진압을 “유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소방 작전 중 하나”라고 밝혔다. 

러시아 북동부의 광대한 숲도 불길에 휩싸였다. 러시아는 이 지역은 현재 비상사태로 지원군을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 극동부에 있는 아쿠티아 공화국은 인구가 거의 없고 가장 추운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6만 제곱킬로미터의 숲이 소실됐다.   

더 강하고, 더 길게 지속되는 이상기후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 역시 이번 여름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매일 같이 울리는 폭염주의보 경고 메시지가 일상이 됐다. 아시아는 올해 역대 두 번째로 뜨거운 기온을 기록했다. 지난달 7월 캐나다 리튼 마을의 기온 49.6도까지 치솟았다. 상상 이상의 폭염으로 터키, 이탈리아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한편, 지난해 시베리아에도 폭염이 닥쳤다. 지난해 상반기 시베리아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5도씨나 높았다. 6월만 비교했을 때 10도씨나 상승했다. 

지난달 14일, 캘리포니아주 북부 그린빌 인근에서 최대 규모의 ‘딕시(미국 동남부의 여러 주들)’ 화재가 발생해 100채 이상의 가옥을 파괴했다. 딕시 화재는 지금도 번지고 있다. 딕시 화재로 중국 내에서도 세 번째로 큰 태호 호수보다 3.5배 이상의 면적이 재로 변했다. 캘리포니아대(데이비스) 대기질 연구센터 소장인 앤서니 웩슬러는 “우리는 (산불로 인한) 전체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며 “전례가 없는 산불은 이제 매년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산불이 번질까봐 노심초사하며 일종의 연옥에 살고 있다고 느꼈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올해 전역에 걸친 산불로 인해 3천710제곱킬로미터가 탔다. 이는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북미 폭염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비선형’ 기후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기온이 너무 극심하고 이례적이며 더욱 급작스럽고 격렬하게 발생한다는 뜻이다. 

폭염, 비선형 기후변화의 결과일까

중국 허난성, 독일과 벨기에 등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독일과 벨기에는 홍수로 인해 각각 최소 190명, 40명 이상 사망자가 속출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쪽에선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남 해남 지역은 폭우로 인해 이재민이 발생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다 폭염이 이어지는 기현상도 보였다. 또한 천둥 번개가 쳐도 비는 내리지 않는 현상도 빈번히 발생했다. 

전 세계 날씨가 요동치고 있다. 폭염, 폭우, 가뭄, 홍수, 폭설, 허리케인 등 극단적인 날씨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상기후는 과학의 최첨단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상기후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했다면 그 원인을 직접 밝혀내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가 많아진다. 하지만 날씨라는 건 그 범위가 상당히 넓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홍수, 화재, 폭풍 등 개별 재난들과 광범위한 기후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성을 찾는 일은 현 과학의 수준에선 어렵다. 

기상변화의 원인을 진단하는 과학자들은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실행한다. 지구를 가로, 세로 격자로 나눠 짧게는 1킬로미터, 길게는 100킬로미터 격자망으로 나눠서 작업한다. 호주 모내시대학교 지구대기·환경학부 크리스천 제이콥 교수는 “기후 격자 모델이 전 세계적으로 좋은 추정치를 제공하지만 지역 기상 상황에 관한 세부사항을 제공하기엔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좀 더 적확한 기후 관련 모델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해상도 기후 예측 모델을 실행하려면 구축·사용에서 상당한 비용이 드는 슈퍼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다. 개발도상국의 가뭄과 홍수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건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이다. 기후변화를 촉발한 기업들이 보상금을 내도록 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과학적 증거들이 필요하다. 비요른 스티븐스 함부르크 막스 플랑크 기상연구소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다고 해서 탄소 감소가 필요 없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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