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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문화를 잃으면 우린 더 가난해진다
[글로컬 오디세이] 문화를 잃으면 우린 더 가난해진다
  • 김정하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
  • 승인 2021.08.19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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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오디세이_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G20 문화부장관 회의. 사진=AP/연합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G20 문화부장관 회의. 사진=AP/연합

 

지난 7월 29일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이탈리아 수상은 G20 문화장관회의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우린 문화가 없다면 더 가난해진다”는 말로 전 세계 인류의 문화적 자존감을 드러냈다. 그것도 로마 시대 영욕의 시공간이었던 콜로세움에서. 그는 코로나19의 대재앙에 고통 받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교육과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드라기의 연설에서는 동서양의 구분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구’와 ‘사람’이 전부처럼 느껴졌다. 그가 공인(公人)인 점을 생각하면 고대 콜로세움 경기장의 황혼 무렵, G-20 원탁회의는 역사에 남을 정치 퍼포먼스라 할 수 있다. 참석한 인사들은 황혼 무렵 고대 경기장에 있는 자신을 로마 시대 원로원 의원의 이미지와 교차하는 찰나의 착시를 경험했을 것이다.

진지함도 있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힘겨워 하는 이 때에 문화의 경제적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 그것이다. 마리오 드라기의 말을 들어보자. “역사와 아름다움은 이탈리아 삶의 필수적인 일부입니다. 세상이 이탈리아를 떠올리는 창은 예술, 음악 그리고 문학입니다. 과거의 재발견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핵심입니다”. 그는 지금의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능성으로 문화를 주목했다.

 

10개 이상 문화재 침수될 우려

 

문화부 장관 다리오 프란체스키니(Dario Franceschini)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여행 및 관광 수입은 국내총생산의 13%를 차지한다. 이는 직간접적으로 350만 명의 국내 일자리를 의미한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의 ‘국가 회복 및 복원 계획(National Recovery and Resilience Plan)’의 활동에도 70억 유로를 지출하고 있다. G20의 문화 슬로건인 ‘People Planet Prosperity’의 안건 중에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26)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준수해야 할 필요성이 포함되어 있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10개 이상의 세계적인 유산이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갈수록 잦아지는 홍수의 위험은 이탈리아 문화유산의 15~20%를 위협하고 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인 오드레 아줄레(Audrey Azoulay)는 세상의 유일무이한 역사 도시 베네치아가 물에 잠길 위험을 사례로 지적하면서, 산마르코에 대형 크루즈 선박의 입항 금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탈리아 수상의 바람은 시대의 젊은 세대가 자신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자유롭게 발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는 역사기록물과 예술작품들의 디지털화를 역설함으로써, 역사유산의 보호와 아이디어의 실험에 유념하면서 현상 유지의 안일함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였다.

 

콜로세움의 원탁, 문화라는 대화

 

인류는 팬데믹으로 인해 멸망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은 대신, 우리가 얼마나 상보적이고 상호의존적이었는지, 그래서 모든 국가의 협력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깨닫는 기회를 주었다.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 프란체스키니의 말처럼, 글로벌 문제는 글로벌 대응을 주문한다. 아울러 그 어느 때보다 문화가 삶의 평온함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기억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광장, 불 꺼진 영화관과 침묵의 무대들, 지식의 빛 바랜 전통이 침묵하는 도서관은 우리를 슬프게 할 뿐 절망의 심연에 이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문화를 되살림은 외교를 대변하고 정치를 인도하며 국가 간 관계의 균형과 성장을 위한 동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는 대화의 공간이다. 콜로세움의 원탁에는 그 공간을 함께 모색해야 당위성이 놓여있었다.

펜데믹은 우리 시대의 새로움이 아니다. 이미 고대부터 시공의 구분 없이 인류의 삶을 동반했다. 누구에게는 잔인함을 안겨주었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멸망의 풍전등화에서 생존의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현대의 펜데믹은 유럽 주민의 거의 3분의 1을 죽음에 몰아넣었던 14세기 흑사병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하루의 시간이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듯이, 코로나19는 새로운 변이를 반복하면서 글로벌 시대의 문명 속도를 추월하고 있다. 콜로세움의 함의는 글로벌 문화의 치유능력이다. 우리는 함께 대화할 때 생존할 수 있으며, 목표를 향해 어깨를 나란히 할 때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김정하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

한국외대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시에나국립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세 문헌학 과 이탈리아 중세사를 전공했으며 최근에는 지중해 문명교류를 연구하고 있다. 『지중해 다문화 문명』, 『지중해문명교류사전』 등을 쓰고 『치즈와 구더기』, 『밤의 역사』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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