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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토의정서, 어쩌면 ‘bad project’일 수도…
쿄토의정서, 어쩌면 ‘bad project’일 수도…
  • 홍욱희 세민연구소장
  • 승인 2005.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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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반론_권원태 박사의 반론(교수신문 349호)에 부쳐

▲"현재의 기후예측모델들은 그런 기후인자들의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IPCC 보고서조차 컴퓨터모델의 기후민감도를 1.4~5.8 도로 폭넓게 잡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
과학과 사회가 깊이 관련되는 거대 담론에 대해 전문가들이 논쟁을 벌이는 일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쉽게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령 비전문가라고 해도 바로 문제의 핵심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토의정서 발효에 즈음하여 단순히 외국 동정의 일단을 소개하고자 했던 필자의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주신 권원태 박사에게 사뭇 감사하는 바이다.

권 박사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서 필자가 과학계의 전반적인 견해를 무시하고 있다고 해석했는 듯하다. 하지만 필자가 앞의 글에서 정작 소개하고자 했던 것은 지구온난화와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 아직도 논쟁이 진행 중에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과학계의 전반적인 의견이 어떠어떠하다고 소개했던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전반적인 의견-아마도 주류적인 의견이라고 불러야할 듯-에 대해서 지금도 여전히 반대 주장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현재진행형이며 그 원인이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에 못지않게 수증기, 에어러솔, 구름의 양 등이 기후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현재의 기후예측모델들은 그런 기후인자들의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IPCC 보고서조차 컴퓨터모델의 기후민감도를 1.4~5.8 도로 폭넓게 잡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과거 오존층 파괴나 산성우 문제 등과 같은 범지구적인 환경문제들에 대해 과학계가 문제의 규모와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에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질적으로 훨씬 더 난제라고 할 수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권 박사의 지적처럼 그것이 ‘불확실’이든 ‘불확실성’이든 과학계에 주어진 숙제가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하겠다.

이런 와중에서 21세기 우리나라 산업과 국민생활에 핵폭탄급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교토의정서는 이미 현실화되어 버렸다. 그리고 세계최대의 이산화탄소 방출국인 미국은 국내 산업 보호의 차원에서 아예 협약에서 탈퇴해버렸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규제가 강화될 때 미국에 못지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과연 미국을 비난만 하고 싶을까. 무역의존도 세계최고의 국가이자 인구1인당 이산화탄소 방출량 역시 세계적 수준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 교토의정서를 회피하기는 정녕 어려운 일이겠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그것이 마치 유일한 해결책이나 되는 것인양 적극적인 동참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너무 지나친 세계화의 다른 한 표현이 아닐까.

권 박사는 코펜하겐 컨센서스에 대해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5백억 달러라는 돈은 그 액수가 너무 적으며 따라서 경제학자들의 관점에서는 그 정도의 비용으로도 해결가능한 기아, 질병, 에이즈 문제가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했던 동남아 해일사태에 대해 전세계가 지원을 약속한 총액이 겨우 51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5백억 달러가 결코 적은 돈은 아니다. 또, 권박사는 전세계 개발도상국에 위생적인 상하수도 설비를 공급해서 매년 2백만 명의 인명을 구하고 5억 명이 중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이 2천억 달러 정도라는 사실은 아예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교토의정서 시행에 드는 비용이 무려 1조 달러나 되지만 그 효과라는 것이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겨우 4~6년 늦추는 데에 불과한 것에 비교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교토의정서 발효와 함께 지난 2월 한달 동안 우리 정부, 시민단체, 산업계가 보여주었던 부산함은 그야말로 ‘발빠른 대응’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권박사의 지적처럼 오래 전부터 준비되고 연구된 내용을 내놓은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bad project’일 수도 있는 교토의정서이기 때문에 우리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고, 특히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는 것이 해외동정으로 이 문제를 소개하고자 했던 필자 심중의 변이다.

홍욱희 / 세민환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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