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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격표
생명 가격표
  • 이지원
  • 승인 2021.08.12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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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328쪽

 

당신의 목숨은 얼마인가요? 

비슷한 시기에 사망한 두 대학생(한강과 평택항 사건)에 대한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은 왜 그렇게 달랐을까?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작년 봄, 이탈리아 의료진들은 병상 포화인 상태에서 어느 연령대의 치료 대상을 포기했을까.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어떻게 내려진 결정일까? 우리가 내는 보험료는 무엇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일까? 왜 9.11 희생자 가족이 받은 보상금은 30배까지 차이가 났을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생명 가격표’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값이 매겨진다. 불편한 사실이기에 입 밖에 내지 않지만 인간의 생명 역시 마찬가지다. 유엔인구기금에서 유엔 주요 사업의 수석 데이터모델러를 맡아 온 저명한 통계학자이자 보건경제학자인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은 저서 『생명 가격표』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 측정”이라는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핵심 이슈를 파고든다. 

그는 “우리 생명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가격표가 매겨진다. 그 가격이 늘 공정한 것은 아니며, 생명 가격표에 상당한 불공정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러한 가치 평가와 그 뒤에 숨겨진 가치 체계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현실 세계에서 생명의 가치가 매겨지는 방법과 그 방법들이 야기하는 결과 및 한계점에 주목한다. 

법원의 판결, 장기이식의 우선순위를 비롯한 모든 의료적 결정, 양육 비용, 기업의 오염 물질 관련 원칙, 보험과 보상금 등 우리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생명 가격표가 매겨지고 있지만, 그 산출법과 그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표면적으로만 드러나지 않을 뿐 개인, 가정, 기업, 정부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주체는 일상적으로 생명에 가격을 매기며 이것은 실제로 경제, 정책과 법률, 건강과 안전 등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생명 가격표는 불공정할 때가 많고 젠더, 인종, 민족, 문화적 편견이 크게 작용하며 노인보다는 젊은이, 빈자보다는 부자, 외국인보다는 내국인, 타인보다는 가족의 생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낮은 가격표가 매겨진 사람들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꽤 심각한 문제다. 

이 책은 (1) 인간 생명에 일상적으로 가격표가 매겨진다는 사실, (2) 이러한 가격표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3) 이러한 가격표는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사실, (4) 이런 부당함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가격표가 낮게 책정된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높은 가격표가 붙은 사람들에 비해 더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분야의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 방법은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와 공정성에 대한 꽤 많은 진실을 드러낸다. 이 책의 독자들은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인간의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지 그리고 그 계산법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닫고 시스템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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