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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지성사회의 문법
대학정론: 지성사회의 문법
  • 정대현 이화여대
  • 승인 2005.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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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50개를 35개로 통폐합하고 사립대 구조를 개혁한다는 정부정책이 3월 25일 발표되었다. 몇 대학이 시도한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정부가 이를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대학에 맡겨야 한다. 대학사회는 이익집단, 시민단체, 민주사회도 아니지만 정부 선도의 대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사회는 지성사회이다. 경영, 신방, 교육, 신학도 전문대학원화하고, 학부대학 교육과 기초학문 박사의 초중고 교직임용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선도의 대상이 될 것이다.

대학사회가 시민단체나 민주사회로 행동하는 동안 정부는 선도의 대상으로 간주할 것이다. 민주사회의 목표나 제일가치는 존중하지만 대학사회의 그것일 수 없다. 대학사회는 지성사회의 논리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논리의 이해이다. 대학사회의 모든 성원은 “어울리지만 같지 않아야한다(和而不同)”는 명제에 동의하지만, 무엇에 어울리고 무엇과 같지 않아야 하는가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지성사회’의 다양한 이해방식은 지성의 논리를 통해 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지성은 더 나은 지식을 향한 비판적 반성이다. 이 지성은 개과천선의 과학의 탐구논리에서 들어나고, 민심천심의 인간언어의 소통구조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성의 일차적 가치는 더 나은 지식의 수월성이다. 그리고 이차적 가치는 절차이다. 부정성을 극복하는 투명한 절차이다. 수월성과 절차의 선후 구분은 존중되어야 한다. 

대학사회는 한국사회 민주화에 기여하였고 이제 그 민주적 절차를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수월성은 무엇인가. 누구의 이익을 고려한, 더 나은 지식인가. 전문 분야의 창조적 기여의 가치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가치 방향은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과학발전이나 진화의 방향을 인정할 수 있다면 역사방향도 인정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사회 발전방향은 그러한 역사발전 방향에서 선택될 것이다. 아니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

대학사회도 인간사회이고 그것이 소속된 한국사회 안에서 작동되고 있다. 대학사회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어려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대학사회가 이익집단화 할수록 선도의 대상이 될 것이고 지성사회화 할수록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사회는 지성 논리에 충실하여 소속된 한국사회의 인간화, 지성화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대현 이화여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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