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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안을 정반대로 보는 경향 강해져
거의 모든 사안을 정반대로 보는 경향 강해져
  • 정태연
  • 승인 2021.08.0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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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가 분석한 ‘2021년 서울시 재보궐 선거’

“여당의 대선후보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지지자들과 비지지자들이 서로 반대로 본다는 데 있다. 
서로 다른 입장을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1년 4월 7일에 실시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제1 야당) 오세훈 후보(득표율: 57.50%)가 더불어민주당(여당) 박영선 후보(득표율 39.18%)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 후 이 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그 중에는 코로나 방역, 부동산 정책, 공정성 문제 등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분석은 각 요인들의 상대적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한 여당이 압승한 2020년 21대 총선과 비교해서 지지 정당이 어느 연령대에서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그에 대한 파악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필자는 사회 및 문화 심리학 연구팀과 함께 한 본 조사에서 이와 같은 두 가지 문제를 밝히고자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7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들은 20대 227명, 30대 266명, 40대 115명, 50대 108명이며, 전체적으로 남성은 228명이고 여성은 448명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21대 총선, 서울시장 보궐선거, 그리고 6월 말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조사했다. 또한 조사대상자들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할만한 여러 이유들을 제시하고 그 이유들이 투표에 미친 상대적 영향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표 1]에서 보듯이, 21대 총선에서는 여당의 지지도가 제1야당보다 모든 연령층에서 높았고 특히 여성에게서 더 높았다. 이와 같은 추세는 재보궐 선거에서는 크게 달라졌다. 전체적으로 제1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더 높았고, 특히 20~30대 남성들의 제1야당 지지도는 여당보다 2배 이상 더 높았다. 이와 같은 추세는 재보궐 선거 후 약 3개월이 지난 2021년 6월 말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의 경우 제1야당의 지지율이 좀 낮아진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큰 변화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소위 무당층이 19.6%, 24.9%, 39.4%로 급격히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다.

후보 자질보다는 정부 여당 비토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를 지지한 이유를 분석한 결과, [표 2]에서 보듯이 여당을 지지하거나 제1야당을 지지한 사람들은 거의 모든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했다. 전체적으로 정부의 국정운영에 관한 요인이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여당 지지자들은 훌륭한 코로나 방역과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영향력: 24.38%)한 반면, 제1야당 지지자들은 이러한 요인을 부정적으로 평가(영향력: 21.65%)했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는 여당 지지자들이 평가한 4.93%에 불과했지만, 부정적인 효과는 야당 지지자들이 평가한 부정적 효과는 21.0%에 달했다.

법 집행 관련 요인이 여당 지지자들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이 17% 정도인 반면, 제1야당 지지자에게 미친 부정적 영향은 29% 정도로 더 컸다. 특히 두 전직 법무장관이 여당 지지자들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5.04%)보다 제1야당 지지자들에게 미친 부정적인 영향(12.42%)이 상당히 더 컸다.

제1야당이 선거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특히 제1야당을 지지한 사람들에게 제1야당의 리더십과 같은 역량이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미미했다. 비슷하게, 후보자의 자질이나 역량이 투표에 미친 영향도 크지 않았다. 특히 여당 지지자들(11.47%)보다는 제1야당 지지자들(7.54%)에게 더 작았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1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정당이나 후보자의 역량보다는, 순전히 정부나 여당의 부정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나 제1야당의 후보자가 아닌 제 3후보를 지지하거나 무효 투표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조사해 분석했다. 그 결과는 제1야당을 지지한 사람들의 패턴과 비슷했다. 즉 정부에 대한 불만과 법 집행의 불공정성이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여당과 제1야당에 대한 불만도 한몫을 했다. 뿐만 아니라,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만약 투표를 할 경우 누구를 지지할지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당 후보(12.24%)보다는 제1야당 후보(18.37%)의 지지도가 더 높았다.

대안 경쟁이 대권 향배 가를 것

정부와 여당이 거의 모든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야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은 정부와 여당의 무능, 실책, 또는 악재 등 부정적인 측면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원인은 야당이 아닌 여당 자체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당의 입장에서 볼 때,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해서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싶다면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특히 20~30대 남성들과 무당층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 즉, 정부의 역량을 키우고 공정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흡한 코로나19 대응과 부동산 정책이다. 그들의 시각에서 보면, 1년 반 넘게 거리두기 단계만 조정하면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정부가 유능하게 보이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고작 이것 하나뿐이라는 것이 뼈아파 보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한 부동산 정책도 새로운 전환점을 구축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도 여전히 악재로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과 무당층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요인이 공정성이다. LH 사건도 그렇고, 법의 집행과 관련해서 공정하지 못한 사건들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을 지지하지 않게 만든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에 법무부나 공수처, 그리고 여당 관계자들의 행위가 공정성을 더 많이 담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여당의 대선후보들이 직면한 어려움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지지자들과 비지지자들이 서로 반대로 본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 경선과 함께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지자들과 비지지자들 모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입장을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1야당의 입장에서 보면,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지지한 사람들의 불만 요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정부가 실패한 정책에 대해 계속 비판을 가하는 것이 야당이 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전략 아닌가. 그러면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런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운다면, 내년 대선은 해볼 만한 게임이 될 것이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의 주제 중 대인관계에 관한 주제로 박사를 했다. 한국인의 성인발달과 대인관계, 한국의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사회심리학』, 『심리학, 군대 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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